[르포] 통신구 화재, AI가 감지하고 로봇이 끈다

KT, 통신 인프라 혁신 솔루션 시연…2~3년 후부터 점진적 도입

방송/통신입력 :2019/09/04 16:10    수정: 2019/09/04 16:10

# 통신구에서 작은 불꽃이 일자 관제 시스템에서 통신구의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통신구를 따라 이어진 레일에 매달린 로봇이 즉시 발화 지점으로 이동한다. 담당자는 카메라로 상황을 확인하고 로봇에 부착된 소화기로 분말을 분사한다. 끝이 아니다. 원격으로 조종되는 지상형 로봇이 출동, 혹시나 모를 불씨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린다.

KT는 4일 서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OSP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ICT를 접목해 개발 중인 통신 인프라 혁신 솔루션을 시연했다. 이날 시연은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솔루션과 맨홀 침수를 방지하는 솔루션, 기울어진 통신주를 확인하는 솔루션 등 3종으로 나눠 진행됐다.

가장 눈길을 끈 솔루션은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를 감지하고 5G 로봇을 이용해 진화하는 솔루션이다. 이는 지난해 아현국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KT가 심혈을 기울인 솔루션이기도 하다.

4일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이 통신구 화재 진압 로봇을 활용한 시연을 소개하고 있다.

통신구에 들어서자 5G 로봇이 이동하는 레일이 눈에 띄었다. 레일은 통신구에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레일에 매달린 로봇은 5G로 작동한다. 사고 발생지점이 분석되면 레일을 따라 즉시 이동해 탑재된 카메라로 현장의 모습을 관제실로 전송한다. 부착된 소화기를 통해 소화 분말을 분사해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데도 활용된다.

레일형 로봇이 1차 진화에 나선 이후에는 지상형 로봇이 출동해 2차 진화 및 상황 파악에 나선다. 4개의 바퀴가 달린 형태의 지상형 로봇은 원격으로 조종되며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통신구를 이동하며 추가 진화 및 점검을 담당한다.

레일형 5G 로봇 '사파이어(死Fire)'의 모습.

로봇을 활용한 진화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는 ‘화재 발생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이다. 신속한 진화를 위해서는 ‘어디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찾을 수 있는가’라는 숙제가 추가된다. 이를 위해 KT는 ‘화재 감지 기술(CTTRS)’을 개발했다.

CTTRS은 통신구 내부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술이다. 광케이블을 센서로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센서를 부착할 필요도 없다. 오성목 KT 네트워크사업부문장은 “CTTRS 기술은 0.1도 단위로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온도가 올라갈 경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용 5G 로봇의 모습. 원격으로 조종되며 2차 진화 및 확인을 담당한다.

KT는 전국 79만개에 이르는 맨홀을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도 시연했다. 맨홀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차량과 차량 내부에 탑재된 로봇이 활용된다. KT는 맨홀 시설의 이상 유무를 원격으로 확인하기 위해 ‘침수 감지 기술(MFRS)’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맨홀 위를 달리는 자동차로 인해 발생한 음파를 AI가 분석해 침수 여부를 파악한다.

이상 징후가 감지된 맨홀에는 자율주행 차량이 출동한다. 차량 내부에는 5G를 통해 원격 작동하는 로봇이 실려있다. 로봇은 100kg이 넘는 맨홀을 자력을 이용해 열고, 탑재된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빼낸다. 유해가스 센서를 통해 맨홀 내부의 안전도 점검할 수 있다. 작업의 마무리는 확인이다. 이동이 자유로운 로봇팔 끝에 부착된 카메라를 맨홀 안쪽에 넣어 최종 확인하는 것으로 작업은 종료된다.

자율주행 차량 내부에 탑재된 맨홀 관리 로봇의 모습.

전국 464만개에 이르는 전주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통신주 기울임감지 기술(PTRS)’과 드론이 활용된다. PTRS는 AI가 전주 사이 장력의 패턴을 분석해 기울어진 전주의 위치 및 각도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5G 드론이 출동해 전신주의 실제 상태를 점검하고, 적정한 현장 출동 인력과 자원 여부를 판단한다.

이날 선보인 솔루션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 고도화와 5G 로봇 수급 등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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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관리 로봇이 맨홀 뚜껑을 열고, 로봇팔에 매달리 카메라를 넣는 모습.

오성목 부문장은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솔루션은 현재 연구가 모두 끝났고, AI를 적용해서 고도화하는 과정이 남아있다”며 “완성도를 높인 이후 단계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2~3년 후 주요 통신구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적용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오늘 선보인 혁신기술이 100%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네트워크 인프라 분야) 견고한 기본을 디딤돌로 5G 시대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