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희망고문 당한 방통위, 페북 소송서 눈물 닦을까?

[백기자의 e知톡] 22일 행정소송 1심 판결 주목

인터넷입력 :2019/08/21 10:52    수정: 2019/08/22 09:20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22일 내려집니다.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에 음성 무단 녹음 이슈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는 페이스북이 웃을지, 아니면 페이스북한테 뒤통수 맞은 우리 정부가 승소해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 관심이 쏠립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임의적인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를 들어 작년 3월 3억9천6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여섯 차례의 공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첫 판결을 앞두게 됐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국내 최대 로펌 중 한 곳인 ‘김앤장’을, 방통위는 ‘광장’을 내세워 법적 공방을 벌여왔습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인터넷 접속 경로를 해외로 임의 변경해 이용자 피해를 일으켰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SK, LG 통신사 고객들은 한 때 국내 서버가 아닌 해외 서버에서 페이스북 데이터가 전송되면서 페이스북이 느려지는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용자 피해를 예상 못했고, 접속 경로 결정은 사업자 자율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접속 지연은 해외 망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통신사들 탓이지, 콘텐츠 제공사한테 인터넷 속도 문제까지 책임을 왜 묻냐는 논리입니다. 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협상에 정부가 끼어 들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지금은 법적 공방을 벌이며 양측이 등을 돌리게 됐지만, 페이스북은 한 때 우리 정부에 협조적인 저자세를 취했습니다. 국내 통신사와 캐시서버 설치에 따른 망 이용대가 협상도 원만히 임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본사의 수석 부사장인 케빈 마틴 글로벌 통신 정책 담당자가 직접 방통위를 찾아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왼쪽)이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만나 세금납부와 망사용료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방통위)

순진하게도 방통위는 이런 페이스북을 믿고, 큰 제재 조치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를 적절히 지불하게 되면, 동영상 서비스로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도 국내에서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돌연 방통위와 등을 돌렸습니다. 페이스북의 협조적인 모습은 방통위를 향한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둘이 좋아 사랑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의 짝사랑으로 끝이 난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변심을 결정한 이유는 과징금 액수와 상관없이 불리한 선례를 남기면 계속 우리 정부와 통신사들에게 끌려 다니게 되고, 해외 사업에 있어서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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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일어난 페이스북 접속 지연 문제는 통신사가 해외 망 투자에 소홀한 탓도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콘텐츠 제공사인 페이스북 탓만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이 이용자 보호에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22일 재판부의 판결에 정부 뿐 아니라, 인터넷 업계와 통신 업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피해를 알고도 무리하게 접속경로를 변경해 문제를 일으킨 걸까요, 아니면 해외 인터넷 망이 부실한 통신사가 자사의 문제를 페이스북한테 돌렸고,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무리한 제재를 가한 것일까요. 재판부의 판단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