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카카오뱅크, 데이터센터 파괴되면 내 돈은?

엄준식 기술그룹 인프라 파트장 "세곳에 다중 백업…서버 지속 확장"

금융입력 :2019/07/23 18:24    수정: 2019/07/24 11:36

카카오뱅크 데이터센터에 재해가 발생하면 은행에 맡긴 돈은 어떻게 될까? 비대면 금융을 추구하는 카카오뱅크는 본사 어디에도 실물 자산을 넣어두는 금고가 없어 돈이 타버릴 일은 없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계정계 원장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며, 이러한 데이터베이스틑 데이터센터에 위치하게 된다. 만약 데이터센터에 화재나 붕괴 등 큰 재해가 발생하면 센터는 마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 데이터센터에 고객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백업 해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엄준식 기술그룹 인프라 파트장은 “카카오뱅크가 기존 어떤 은행보다 다중의 백업체계를 갖췄다”고 자부했다.

카카오뱅크 엄준식 기술그룹 인프라 파트장

엄 파트장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계열 중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고, 한국 오라클에 입사해 데이터베이스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다음, 카카오를 거쳐 현재 카카오뱅크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무를 쭉 맡아왔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1천만 고객 모집을 달성했으며, 27일이면 두 돌을 맞는다. 지디넷코리아는 엄준식 파트장으로부터 고객 데이터이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인터넷전문은행 선례 없던 시기, 고객 데이터 관리 준비에 몰입

엄준식 파트장은 2016년 1월 카카오뱅크에 합류해 은행 설립 전부터 인프라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엄 파트장은 카카오뱅크 생활을 통틀어 가장 많은 노력을 들였을 때가 카카오뱅크 전산시스템 구축 때라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선례가 없었던 상황이다. 기존 은행이나 어떤 IT 기업과도 차별화된 금융 데이터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맡았다.

현재는 세 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은행 설립을 준비하던 시기엔 주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 두 곳으로 출발했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4월 데이터센터를 선정해, 주전산센터-재해복구센터의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했다.

재해복구센터는 주전산센터 쪽에 화재나 큰 문제가 닥쳤을 때 사용된다. 주전산센터에 재해가 발생하면 재해복구센터로 전환되는데, 백업체계는 주 전산센터에서 1차 백업이 이루지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재해복구센터에서 2차 백업과 3차에 해당하는 테이프 백업 그리고 내화금고를 이용한 백업 테이프 소산이 이뤄진다.

주전산센터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LG CNS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한다. 여기서 직선거리로 30km 떨어진 분당 KT 데이터센터에서 재해복구센터를 세웠다. 만발의 준비를 하고 이듬해 1월 금융당국에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신청했으며 4월에 인가 받았다. 엄 파트장은 카카오뱅크 합류부터 2017년 7월 카카오뱅크 정식 출범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엄 파트장은 “업계 통상 주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가 최소 30km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판교 본사와 가까운 점을 고려해 분당에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했다”며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서비스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전산센터 재해에 대비한 재해복구 훈련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에선 주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를 항시 활발히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주전산센터만 활성화 하고 재해복구센터는 스탠바이(대기) 시켜 놓는다.

■부산 제3센터 실시간 동기화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주 전산센터 (제공=카카오뱅크)

제3센터는 부산에 있는 LG CNS 데이터센터를 쓴다. 작년 3월부터 제3센터가 가동됐다. 기존 은행들에 비해 주센터에서 가장 먼 거리에 제3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며, 주전산센터와 실시간 동기화 되는 부분도 큰 차별점이다.

엄 파트장은 “오픈 당시엔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있었다"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고객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안전하게 한 벌 더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돼 부산에 제3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은행의 경우 전일자 백업과 이후에 발생된 로그를 백업하는 형태로 백업이 이루어지는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동일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주 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에서의 백업외에 실시간으로 백업되는 제3센터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에 예치된 돈의 총액은 회계로만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실물 돈을 볼 때는 가상의 은행이나 편의점 ATM 기계를 이용해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때다.

■1천만 고객 달성 카뱅, 계정계 DB 2.5배 증설...클라우드 도입 고려

카카오뱅크 엄준식 기술그룹 인프라 파트장

최근 1천만 고객을 넘어선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영속성 유지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재해복구센터를 확장했다. 또한 증가하는 고객 금융거래 데이터를 여유있게 관리하기 위해 계정계 DB 전용 스토리지도 분리해 구축했으며, 계정계 DB 서버도 기존 두 대에서 다섯 대로 늘렸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2천만 고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진 않다”며 “증설 이후 많이 여유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속해서 증가하는 고객 수와 계정계 DB 서버에서 처리되는 거래 트래픽 및 배치작업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5대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클라우드 사용도 고민 중이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금융권 클라우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회사 여건과 시장을 탐색 중이다. 보통 기업이 클라우드 사용을 고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비용절감, 개발주기 단축, 오토스케일링을 위해서다. 오토스케일링이란 가령 이벤트를 진행할 때 갑자기 서버 사용량이 많아져 CPU를 80% 이상 사용하는 시간이 5분 동안 지속될 경우 서버를 5배로 늘릴 때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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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파트장은 “어떤 업무에 클라우드를 사용할지도 검토 중인 단계"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내부 업무 시스템에 대한 적용을 먼저 검토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3 인터넷은행이 생긴다해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거치지 않고 바로 클라우드에서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면서 "관련 규정들을 준수하기 위해 검토하는 게 매우 오래걸리는데,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예비인가를 받고 일정기간 내에 본인가를 거쳐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