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공급이 받쳐줘야 기업들이 쓴다

[이슈진단+] 녹색요금제 도입 (하)

디지털경제입력 :2019/07/21 09:32    수정: 2019/07/21 09:33

구글·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국내 기업들이 동참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정부가 10월부터 녹색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발전 생산전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다만 아직 제도와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전 세계 185개 기업체가 참여 중인 'RE100' 캠페인에 대해 소개하고, 우리 재생에너지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기업들에 'RE100'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오는 10월 녹색요금제 도입을 예고했지만,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장벽도 분명 존재한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다는 점과 발전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녹색요금제 이외에도 기업의 RE100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제도 시행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기료 할인제도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Pixabay)

■ '빠르지만 느린' 재생에너지 보급률의 역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상반기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올해 목표치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목표치는 2.4기가와트(GW) 규모다. 지난해 목표치(1.74GW)보다 38%나 늘어난 것이다. 단순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소 2기 발전량과 맞먹는다.

다만, 태양광은 낮 시간 중 일조량이 풍부한 3~4시간 정도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전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풍력은 바람이 부는 입지 조건을 맞춰야 해 설치가 제한적이다. 24시간 완전가동하는 원전보다 가동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7.6%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비중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소폭 증가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원전은 26.8%의 비중을 차지했다. 발전단가가 싼 원전을 뒤로하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싶어도, 결국 공급이 받쳐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마는, 탈(脫)석탄 정책을 펼치는 정부로서는 기업들이 RE100에 하루빨리 참여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대체하기를 바라는 상황"이라면서 "이 정도의 속도라면 재생에너지가 전통에너지를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전 에너지원별 평균 전력구매가격. (자료=지디넷코리아)

■ 높은 가격도 문제…원전보다 3배 비싸

정부의 정책에도 전력 공급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너지 수입액은 1천451억 달러(약 170조6천억원)였다. 전체 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6년 약 20%에서 올해 초 30% 가까이 증가했다. 수입 재생에너지가 포함되면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통에너지와 비교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평균 전력구매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179.42원이었다. 원자력(62.18원), 석탄 (83.19원), 액화천연가스(LNG·122.62원)보다 높았다. 가격이 가장 낮게 형성돼 있는 원전보다 3배가량 비싼 셈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2018' 보고서의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멕시코 등 발전 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평균 1kWh당 35원~48원에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가격은 1kWh당 170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공급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설비를 다량 구축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기업의 기반 전력으로 사용하기에 매력적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한국전력공사 블로그)

■ "아직 생소한 재생에너지, 정부가 기업에 적극 홍보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사업용 발전소에 지분을 투자하는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해당 발전량을 RE100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기업들이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실적을 검증받으면 자체발전 전력량을 RE100의 이행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도 도입된다. 전기료에서 발전량의 50%를 할인해주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할인제도'도 연장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체로부터 녹색요금제가 무엇인지, 혜택은 무엇인지 등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아직 대부분의 기업에 생소한 제도라는 의미"라며 "녹색요금제를 본격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참여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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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할당제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RPS)'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중국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국가 차원으로 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할당제도(쿼터제)를 2년간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강제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순 없지만, 덕분에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이 있다"며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지자체와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