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최태원 SK “그랩, 어렵사리 투자했는데 성공적”

“굴뚝산업 디지털 전환 관심…스타트업 '속도'로 승부해야”

인터넷입력 :2019/06/26 17:16    수정: 2019/06/26 18:28

“그랩 안소니 탄을 우연히 만났는데 우리 투자를 꼭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부 투자를 검토했는데 거절 의견이 나왔다. 너무 비싸고 우리와 관계가 멀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한 번 경영진들에게 여기(그랩)는 가치가 좋다, 투자해도 괜찮다고 설득했다. 솔직히 마지 못해 투자했는데 잘 되고 있다. 동남아 그랩에서 T맵이 사용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13기 데모데이’ 행사에 깜짝 등장해 그랩 투자한 뒷얘기와, 디지털 전환기에 있어 스타트업의 가치에 대해 견해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 "굴뚝 사업들도 디지털 변화에 발 맞춰야"

먼저 최 회장은 최근 가장 관심 있는 분야로 전통 사업으로 볼 수 있는 화학, 에너지 사업과 같은 굴뚝 사업들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밝혔다. 모든 분야가 디지털 경제로 넘어가고 있는데, 기존 굴뚝 사업들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고민이 크다는 얘기였다.

최태원 SK 회장(왼쪽),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파트너.

최태원 회장은 “과거 공급자로서의 생각이 아니라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인 굴뚝 사업도 디지털화 해야 한다”면서 “제일 큰 관심은 전통 산업을 디지털로 넘어가는 데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 "그랩 내부서 거절 의견 나왔지만, 경영진 설득해 투자 결정"

이어 최 회장은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공유차량 업체인 그랩에 투자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과 SK텔레콤은 올해 초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동남아에서 사용되는 그랩 앱에 T맵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사업 제휴를 맺었다.

최 회장은 “우연히 싱가포르에 갔었는데 아는 지인을 통해 그랩 창업주와 미팅을 하게 됐고, 선배 기업으로서 조언을 하는 자리였다. 우리 모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솔루션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었다”며 “그 뒤 투자를 꼭 받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내부에서 투자 거절 결정이 나왔지만 경영진을 설득해 그랩에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마지 못해 투자했는데 촉이 좋았는지 잘되고 있다”면서 “동남아 그랩에서 T맵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태원 회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디지털경제 시대인 만큼 사업 모델을 만들 때 측정할 수 없던 것을 측정하고, 릴레이션십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SK도 비용은 줄이면서도 시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자사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플랫폼화 시켜서 스타트업들과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SK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다고 첨언했다.

■ "스타트업, 속도로 승부해라"

최태원 회장은 스타트업들을 향해 대기업이 갖기 힘든 ‘속도’로 승부를 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임원들이 참여한 포럼에서 있었던 박태훈 왓챠플레이 대표의 강연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고 결과가 좋을 것인가란 질문에 박태훈 대표는 많은 대기업을 만나봤지만 성격만 조금 다를 뿐 결과는 똑같다. 듣기만 하고 결국 안 하더라라는 답을 했다”며 “좋은 답을 가르쳐줘도 안 하니까 대기업이 부럽지도 무섭지도 않다고 답해 우리 임원들끼리 박장대소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훈 대표 발언에 최 회장은 “일부 동의한다”면서 “대기업은 큰 덩치와 오래된 관습, 또 주요 매출원 때문에 빠른 변화에 발목이 잡힌다. 스타트업은 속도를 이용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이 장점을 어떻게, 얼마나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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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내가 스타트업이라면 내가 하는 솔루션을 누가 살지 생각해보겠다. 타깃을 만들어서 우리를 맞춰 나가면서 타깃 고객과 관계를 맺겠다”며 “무엇인가 만들고자 할 때 내가 좋은 거,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말고 이걸 누가 살지, 내가 만든 기술과 관계를 정의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데 있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투자할 때 지분 20% 이상을 가지면 해당 스타트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되고, 규제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생태계가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