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노플러그인' 정책 수혜 볼 수 있다

[이슈진단+] 공공PC '개방형OS' 도입 (하)

컴퓨팅입력 :2019/06/16 09:55    수정: 2019/06/16 10:20

김윤희, 임민철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6일 리눅스 운영체제(OS)를 행정·공공기관 PC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1월 기술 지원 중단을 예고한 데 따른 결정이다. 지원 중단 이후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는 PC의 주 OS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OS 및 소프트웨어(SW) 시장 상황에 비춰 보면 정부 계획의 실현이 만만찮다. 추진 배경과 업계 우려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 정부가 공공부문 업무용PC에 리눅스OS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멀게는 2001년 민간기업과 협력해 행정업무용 데스크톱OS 평가 항목을 만들고 리눅스를 행정전산망 소프트웨어로 등록하려고 했다. 가깝게는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수행하고 마무리한 '하모니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공부문에 확산시키고자 했다.

다시금 리눅스OS 도입과 확산 추진에 나섰다는 건, 결국 과거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사용 중인 기술을 바꿔야 할 때 발생하는 저항이나 장애 요소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W) 호환성 문제의 비중이 컸다. 윈도와 전혀 다른 리눅스 환경에서 원래 업무용으로 쓰던 SW의 대안을 찾지 못하면 이번에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

행안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기대도 품었다. PC 사용 환경이 바뀌어, 리눅스OS로의 전환 부담이 과거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두 가지 상징적인 변화가 있긴 있다. 하나는 현 정부가 앞서 추진해 온 공공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업무용 핵심 SW로 확산될 웹오피스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 플러그인 제거 정책, 행정·공공기관 외부망PC 환경 전환에도 유리

플러그인은 웹사이트 방문자 PC에 깔리는 프로그램이다. 웹사이트에서 브라우저로 처리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한다. OS에 따라 별도 개발, 설치된다. 지원되지 않는 OS에선 물론 동작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대국민 민원서비스, 공무원 대상으로 운영되는 행정업무용 웹사이트에 플러그인이 폭넓게 쓰인다. 모든 OS를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플러그인 중에서도 윈도에서만 제공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전용 기술 '액티브X'가 10여년간 활용됐다. 윈도와 IE 중심의 공공 업무 환경이 만들어졌다.

상황은 개선되는 중이다. 정부는 국정과제 차원에서 액티브X 폐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 500대 웹사이트 플러그인 사용 현황을 조사해 2017년 기준 810개에서 지난해 550개로 플러그인 개수가 줄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은행과 쇼핑사이트를 포함한 민간 온라인서비스 사업자에게 여러 브라우저와 OS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행정안전부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특정 OS와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환경에 대해 국민들이 불편을 호소해왔다"며 "국정과제 차원에서 플러그인 제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2019년 1월 13일 발표한 '상반기 플러그인 제거 사업 대상 주요 공공 웹사이트 22곳' 목록.

정부는 내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의 대국민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안부는 우선 다음달까지 정부24, 건강보험·국민연금, 인터넷우체국 등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22개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사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공무원도 소속 기관의 '외부망(인터넷)' 컴퓨터를 사용할 땐 플러그인 제거 사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행안부가 업무용PC 중에서도 외부망 컴퓨터를 리눅스OS 우선도입 대상으로 설정한 이유다.

리눅스OS를 개발 중인 국내 SW업체 관계자는 "개방형 OS 도입과 플러그인 제거 시점이 비슷하게 맞물려야 이상적"이라며 "특정 작업이 선행된다면 실무자로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고 말했다.

■ 숙제 많은 내부망PC 전환, 웹오피스·클라우드결재는 일부만 해결

내부망PC에는 오피스, 아래아한글과 연계된 공무원들의 문서 기안 및 결재용 시스템, 그룹웨어, 행정업무용 서비스에서 이를 연동하는 웹기반 플러그인과 공무원용 통합인증 프로그램, 기타 보안 프로그램, 문서 출력용 프린터를 위한 드라이버 등이 깔린다. 모두 윈도 전용이다.

이가운데 윈도에 설치해 쓰던 오피스 SW를 웹표준 기반의 웹오피스나 오픈오피스, 리브레오피스 등 오픈소스 제품으로 바꾸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웹오피스는 OS에 상관 없이 브라우저만으로 쓸 수 있고, 오픈소스 기반 오피스는 리눅스 OS에서 쓸 수 있다.

중앙정부부처 환경에서는 2017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클라우드 기반 온나라시스템'과 웹기반 문서 기안 및 결재 SW가 이 과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환경은 브라우저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결재받기 때문에 이 과정에 다른 OS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소가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나 산하기관 등 나머지 공공부문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클라우드 기반 온-나라 시스템

민간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을 활용할 수 있다면, 가상화된 윈도 OS를 불러와 쓸 수 있다. 행정·공공기관이 내부망PC에 DaaS를 쓴다면 오피스뿐아니라 다른 윈도 전용 SW의 리눅스용 대체재를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민간업체의 클라우드서비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외부망PC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이 가능하다 해도 DaaS의 윈도 OS 환경에 기존 업무용 SW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굳이 리눅스OS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각 기관은 리눅스OS로 대체할 경우 윈도PC에 맞춰 개발된 프로그램은 재개발하거나, 관련 업무 절차와 규정을 바꿔 더 쓸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 업무 성격에 따라 내부망을 통해 접속해야 하는 특정 행정업무용 웹사이트의 플러그인도 마찬가지다.

리눅스OS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꺼낸 행안부도 이런 복잡한 사정에 따른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내부망PC로의 확산을 중장기 목표로 내건 것도 그래서다. SW호환성 문제에 따른 종속이 거의 없는 외부망PC부터, 그것도 최초 작은 규모부터 실험을 거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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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일부 '국'이나 '실' 단위 부서에서 일종의 테스트베드를 구성하고, 리눅스OS 설치 PC를 몇 대 마련해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테스트베드형 PC로 일상 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여러 기능 가운데 뭐가 불가능한지, 대체재가 있는지, 불필요하거나 재개발할 요소가 있는지 등의 명세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모든 행정·공공기관이 이런 전환 계획을 바탕으로 리눅스OS를 제공하겠다는 사업자들에게 명확한 요구사항을 합리적인 예산과 함께 제시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다양한 OS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