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 시장 노리는 ‘차세대 미디어 솔루션’ 체험기

제주 테크노파크서 ‘5G-ATSC3.0’ 적용된 차량 탑승

방송/통신입력 :2019/06/04 16:36    수정: 2019/06/04 18:01

<제주=선민규 기자> # 제주 테크노파크 내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겉보기에는 일반 자동차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내부에 탑승하자 좌석마다 구비된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운전석을 제외한 3곳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에는 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고화질로 송출되는 축구 경기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잠깐, 경기 중계가 멈추고 광고가 노출된다. 그런데 이 광고가 좀 특이하다. 옆자리 동승자와는 다른 내용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FHD 고화질의 미디어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도 개인화된 광고를 송출하는 것도 모두 데이터망과 방송망이 융합된 ‘차세대 방송’ 솔루션에 따른 효과다.

4일 제주 테크노파크에서 SK텔레콤과 미국 최대 방송사업자인 싱클레어, 전장 사업자인 하만이 함께 추진하는 차세대 방송 솔루션 ‘5G-ATSC3.0’을 직접 체험했다. 제주 테크노파크는 고정형 UHD 방송용 주파수를 이동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ATSC3.0은 미국 디지털TV 방송 표준화 단체에서 제정한 UHD 방송 표준으로, 영상과 소리에 데이터까지 주파수에 실어 전송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오른쪽)과 크리스토퍼 리플리 싱클레어 방송그룹 CEO가 차량 안에서 5G-ATSC3.0 기반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통신망과 융합된 ATSC3.0은 이른바 '인 카(In-Car) 미디어' 환경에 특히 유용하다.

이종민 SK텔레콤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은 “일반적인 방송은 모두가 똑같은 영상을 보지만, 데이터망을 통해 개별 IP로 구분된 미디어 서비스는 특정 이용자에게 타깃화된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를 보여줄 수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 시대가 되고, 이용자들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경우 한층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는 이미 통신망이 구축된 국내에서는 큰 효용이 없지만, 북미와 같이 통신망이 촘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효용이 크다. 방송망을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고 이를 통해 달리는 차 안에서도 고화질 영상이 전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5G-ATSC3.0'이 적용된 차량 내부의 모습. 뒷좌석 2개의 디스플레이에 서로 다른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ATSC3.0은 LTE와 연결될 수도 있지만, 5G와 연결되면 한층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멀티뷰’가 꼽힌다. 멀티뷰는 이용자가 원하는 카메라 앵글을 선택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령 축구 중계의 경우 다수의 분할 화면을 통해 하나의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원하는 장면을 원하는 속도로 느리게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날 멀티뷰 중계와 실시간 슬로우 중계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가 아닌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시연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형 주파수가 할당되지 않은 탓에 이동형 UHD 방송이 송출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공간에서 시연한 것”이라며 “미국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실제 달리는 차량 내부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별도 공간에 마련된 멀티뷰 시연 현장의 모습.

SK텔레콤은 싱클레어, 하만과 손잡고 북미 시장 차량에 통신망과 ATSC3.0을 결합한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를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장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은 물론, 완성차 업계와 국내 중소기업과도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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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싱클레어는 이달 내 미국 현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차량에 차세대 방송 솔루션 적용은 ATSC3.0 확대 속도와 5G 보급 속도에 맞춰 시행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LTE와 결합한 ATSC3.0 솔루션으로도 차량 내 각종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고화질 콘텐츠 및 멀티뷰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5G와의 결합이 필요하다”며 “미국 내 ATSC3.0 확대 및 5G 확대 속도 등을 고르게 살펴 차세대 미디어 솔루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