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짐머만 "디지털 감시기술 방치 땐 민주주의 붕괴"

이메일 보안 PGP 개발자…"중국, 감시기술 수출" 경고도

컴퓨팅입력 :2019/04/05 17:18    수정: 2019/04/05 17:59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감시기술 때문에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근간이 붕괴될 것이다."

이메일 보안 시스템 PGP(Pretty Good Privacy) 개발자이자 암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필 짐머만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감시 기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고도화된 감시기술을 방치할 경우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필 짐머만은 5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호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서 암호기술 혁명이 어떻게 진행돼 왔으며, 현재의 관리·감시 기술은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필 짐머만은 5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호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 참석해 암호화와 감시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짐머만은 이메일 보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암호화 소프트웨어 PGP를 개발한 인물이다. PGP 등장 전까지만 해도 이메일을 보낼 땐 중간에 누군가 훔쳐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필 짐머만은 1991년 암호화 알고리즘을 적용한 PGP를 내놓으면서 이런 걱정을 덜어줬다.

그가 PGP를 개발할 당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강력한 암호방식에 대해선 규제를 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암호화와 관련된 내용을 국외로 유출하는 것에 대해 철저한 규제와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짐머만도 적잖은 시련을 겪었다. PGP 발표 이후 미국 정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3년 동안 많은 감시를 받았다.

이날 발표 때 짐머만은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3년 동안 수사를 받으며 너무 힘들었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 때문에 PGP 기술은 더욱 호응을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가 PGP를 민중에 의해 시작된 운동이라고 하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PGP에는 이메일 송수신을 민주화하겠다는 민중의 열망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짐머만에게 암호기술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자 철학이다.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독립적인 사법부와 언론의 자유, 개인 표현의 자유 등이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 "암호화 기술과 입법 활동으로 프라이버시 지켜야"

그는 "현재 사람들을 감시하는 기술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만연하게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비디오 카메라 등이 머신러닝과 접목되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짐머만은 중국을 예로 들었다. "중국은 감시 기술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완벽한 감시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백만 대의 카메라 설치돼 있으며, 해당 카메라는 안면인식까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중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반대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이 영구 집권을 꿈꾸는 건 이런 감시 체계 덕분이라고 짐머만은 덧붙였다.

짐머만은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감시기술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 상품화를 잘하기 때문에 완벽한 감시 기술이 개발되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에 이를 수출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퇴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출된 의원들이 늘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고수하진 않을 수도 있다"며 "이렇게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에서 수출하는 완전 감시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따라 그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붕괴될 가능성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제껏 지켜온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고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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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는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는 데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호화 기술만으로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입법활동을 통한 법적인 조치 등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 이 자리에 왔다"며 "입법활동 등 전체적인 영역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