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루빈 "디지털 인프라, 공공의 선을 위해 사용돼야"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IT기업, 독점지위 이용해 몸집 키워"

컴퓨팅입력 :2019/04/05 07:11    수정: 2019/04/05 08:06

"공기가 누구나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돼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인프라 역시 공공의 선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이더리움 소프트웨어 개발사 컨센시스의 조셉 루빈 최고경영자(CEO)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서 "현재 거대 IT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몸집을 키워왔다"고 비판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2014년 설립된 컨센시스는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도구 트러플 등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을 개발한 업체로 유명하다. 조셉 루빈 CEO는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을 공동 창시한 인물로, 블록체인 기술과 철학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이날 루빈 CEO는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오픈 플랫폼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수직 확장'을 현재 플랫폼 기업들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루빈 CEO는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 거의 모든 대형 IT 기업이 사업을 수직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루빈 컨센시스 CEO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메신저, 결제, 게임까지 관련은 있지만 영역이 다른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것도 수직 확장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런 사업 방식으로 취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루빈 CEO는 "이런 방식이 기업에게는 사업하기 편하고 부를 끌어 모으기 좋다. 소비자를 플랫폼 안에 가둬두는 락인(Look-In)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재자를 반드시 필요하게 하고, 중개자를 통해 외부의 부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플랫폼의 수직 확장이 이용자들에겐 플랫폼 종속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데 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런 사업 방식으로 인해 "사용자들은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단일 실패지점 문제(서비스가 먹통이 됐을 때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되는 문제)와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를 겪게 된다. 또 검열에도 저항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오픈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이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그는 기대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에서는 중개자가 없고 누구나 참여해 공평한 몫을 배분 받을 수 있다.

루빈 CEO는 "오픈 플랫폼은 락인 효과를 줄여 사용자가 플랫폼의 독점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향후 플랫폼 간 수평적인 통합이 가능해 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 플랫폼이 성장하면 개별 플랫폼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일은 줄어들고 협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빈 CEO는 이날 이더리움이 많은 블록체인 중에서 오픈 플랫폼으로 가장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더리움이 최대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검열 저항성이 있고 어떤 중앙 실패 지점도 없다. 또 유저경험과 프라이버시, 확장성 부분에서도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루빈은 이날 자신이 고안한 분산성 대비 처리량을 보여주는 지표 DTPS를 공개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분산성이 극대화돼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에서 분산 정도는 신뢰 강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조작된 정보가 네트워크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악의적인 노드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분산화될 수록 신뢰도 강화된다.

루빈은 이날 분산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분산지수 DTPS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처리능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초당거래처리량(TPS)을 중심으로 얘기하고 분산성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DTPS를 제안했다.

DTPS는 분산화된 정도를 나타내는 DQ와 TPS를 곱해 구할 수 있다. DQ는 0일에 가까울 수록 완전 분산화를 의미하고 1에 가까울 수록 완전 중앙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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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더리움 메인넷은 10.5DTPS(0.7 DQ x 15 TPS), 비트코인은 5.6DTPS(0.8 DQ x7 TPS)로 계산된다. DQ는 높지만 TPS가 크게 떨여져 있어서 나온 결과다. 반면 보다 중앙화된 트론과 이오스는 각각 360 DTPS, 400DTPS로 측정된다.

루빈 CEO는 "이더리움 메인넷에 플라즈마나 스테이트 채널 등의 확장성 솔루션이 결합될 경우 45,000 DTPS 이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메인넷에 확장성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DTPS를 측정하면 우리가 목표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