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와 부테린이 한국서 맞짱 토론하는 이유

토론 성사 주역 백종찬 뒷얘기 들어보니....

컴퓨팅입력 :2019/04/01 17:52    수정: 2019/04/20 01:52

오는 4일 블록체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토론이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블록체인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이날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하는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 무대에 올라 맞짱 토론을 벌인다.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은 제로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 대표적 암호화폐 무용론자다. 비탈릭 부테린은 19살에 이더리움을 선보인 천재 블록체인 개발자다. 상반된 견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토론은 사실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은 지난해 10월 트위터에서 한 차례 설전을 벌였다. 루비니는 부테린을 향해 "스캠 범죄 집단의 괴수"라고 맹비난했고, 부테린은 "루비니가 경제 위기를 맞춘 건 확률 게임에 불과했다"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려 응수했다. 당시 두 사람은 공정한 토론 환경이 마련되면 언제든 만나서 못 다한 결판을 내기로 했다.

토론 무대가 한국의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이 된 것이 의외다. 전세계 수 많은 컨퍼런스가 이 둘의 토론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했을 법하다. 하필 두 사람이 한국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최근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 백종찬 씨를 만나 어떻게 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의 토론을 유치했는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록체인 산업 전망에 대한 그의 생각도 풀어봤다.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오거나이저 백종찬 씨

Q.루비니와 부테린의 맞짱 토론이 이번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다. 어떻게 성사시켰나?

"두 사람 트위터 설전 지켜보고 있었는데, 정식 토론을 하자는 얘기가 나온 걸 보고 내가 직접 코멘트를 남겼다. 내년에 디코노미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에서 토론을 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부테린은 내가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부테린이 루비니에게 한국에서 열리는 디코노미 행사에서 토론하자고 얘기를 꺼냈고, 루비니가 승락해 성사됐다."

Q.예상보다 수월하게 유치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그건 아니다. 전세계 모든 컨퍼런스 주최자들이 두 사람의 토론을 자신들의 행사에서 성사시키려고 경쟁했다. 그럼에도 디코노미를 선택한 것은 다른 컨퍼런스와는 결이 달라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코노미 행사의 차별성 얘기다. 디코노미는 최대한 흥미롭고 전문성 가진 사람을 많이 모으고 그들 사이 스파크가 튈 정도로 프로그램을 알차게 구성했다. 그렇게 해서 참가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새로운 지식을 얻게 하자는 데 목적을 뒀다는 점에서 다른 컨퍼런스와 차이가 있다."

Q. 토론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루비니와 부테린의 토론은 이번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다. 루비니가 무슨 말을 할지는 온 세상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부테린의 견해도 다 알고 있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아직은 모른다. 이 점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내가 부테린이라면 뻔한 얘기를 할 것 같진 않다. 예측 불가능한 쪽으로 끌고가지 않을까. 부테린이 생각보다 쇼맨십에 능하다. 사이다 같은 발언도 잘한다. 좌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왼쪽)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다음달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디코노미에서 맞장토론을 벌인다.

Q. 개인적으로 누가 이길 것이라 보나?

"루비니는 다 맞는 말만 한다. 너무 원론적인 얘기를 하니까 틀릴 수가 없다. 화폐가 되려면 가치 척도의 기능, 가치 저장의 기능, 교환 매매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들이민다. 그런데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암호화폐가 이 세 가지 기능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못할 거라고 판단하는 건 오판일 수 있다. 현재를 보고 판단하느냐 미래 가능성을 보고 얘기할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누가 이기고 지고 하는 차원은 아닌 것 같다."

Q.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나 PGP 개발자 필 짐머만 등 이번 디코노미도 연사가 아주 화려하다. 모두 어떻게 섭외했나?

"작년에는 연사 초청을 위해 콜드콜이 많았지만 올해는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 그 주변 전문가들을 모았다. 디코노미를 시작할 때 연사의 회사 타이틀을 보지 말고 각 주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자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데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타이틀도 좋은 경우가 많아서 화려한 연사를 모으게 된 면이 있다.

연사 중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설사 틀린 생각이나 다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연사뿐 아니라 모더레이터(토론 사회자) 선정도 상당히 신경썼다. 모더레이터도 연사로 서도 될 만큼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다. 어려운 질문을 해서 스파크를 튀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Q. 올해 블록체인 산업의 관전 포인트는 뭐라고 보나?

"ICO가 죽어가는 걸 보는 게 아주 좋은 관전 포인트라고 본다. 이제 아무도 ICO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ICO 붐이 불기 전에는 블록체인의 방향성이 명확했다. 그런데 2016년 ICO 붐이 불면서, 방향성을 하이재킹(강탈) 당했다. 모든 사람들이 제 각기 논리를 블록체인에 가져다 붙이면서 혼란해졌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잃어버린 해라고 생각한다. ICO 시장이 죽으면 정말 본질에 집중하는 회사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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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어떻게 보나?

"나는 굉장히 희망적이다. 시장이 지금 베어마켓(하락장)이기 때문에 움츠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는 그냥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 암호화폐 가격도 주식시장처럼 주기가 있어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은 근본적으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들이다. 시장이 어떻든 블록체인으로 큰 돈을 버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