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투자사 마중물”

한종호 센터장, 혁신센터 성과·진화방향 공유

인터넷입력 :2018/12/27 14:40    수정: 2018/12/27 14:59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총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가 창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센터는 설립 초기 때부터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세워진 기관”이란 오명을 안는 등 여러 잡음이 일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과거에 있었던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창조경제’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혁신센터는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혁신센터는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전국 곳곳으로 퍼뜨려주는 허브 역할을 하며 지난 4년 간 조금씩 진화해 왔다. 올해 체질을 바꿀 정도의 개편을 단행, 스타트업 보육뿐 아니라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초기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부모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각 부처로 흩어져 있던 다양한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들이 중소벤처기업부로 통합, 개편된 점도 큰 도움이 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별 핵심사업(이미지=창조경제혁신센터 웹사이트)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혁신센터의 개편 방향을 두고 여러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혁신센터가 초기 창업자와 투자사들의 막혀 있는 통로를 뚫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 만큼 성장하고 지역에 뿌리 내렸다는 생각이다.

한 센터장은 “혁신센터가 전 정권의 유산인 만큼 다 청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자거나, 다른 기관과 통폐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지역에서 혁신적 초기 창업 지원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은 혁신센터 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역에서도 센터의 역할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 새로운 위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엔 1천266개 벤처 회사에 총 2조3천803억원이 신규 투자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10월까지만 해도 벌써 1천142개 회사에 2조8천885억원이 투자금이 유입됐다. 여기엔 정부 주도의 투자금 모집이 한몫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마련한 8천600억원에 올해 48개 벤처캐피털(VC)이 자금을 보태 총 1조8천153억원의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테크노파크), 금융위원회(기술보증기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혁신센터)가 갖고 있던 스타트업 지원 정책들이 중기부로 통합, 개편되면서 창업 환경이 보다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혁신센터는 중기부에 소속돼 다양한 창업지원기관과 스타트업들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로서 더 큰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한종호 센터장은 “혁신센터가 생기기 전에도 지역에는 중앙부처, 지자체, 대학, 기업 및 기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단과반 학원처럼 개별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었다”며 “혁신센터는 성장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과목을 추천해주는 종합반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초기 발굴부터 보육, 성장 단계까지 이끌어주는 체계적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기부가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의 혁신을 기획하는 부처였다면 중기벤처부는 기업지원을 전문으로 해온 부처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중기벤처부가 혁신센터를 주관하면서 혁신센터를 허브로 지역의 다양한 혁신 역량을 연결해 지역 특유의 정교한 창업 지원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부 때보다 혁신센터의 역할과 기능이 디테일해 지고 강화되면서 센터의 자율성과 다양성, 개방성이 크게 높여졌다는 게 한종호 센터장의 평가다. 올 2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혁신센터의 세부 운영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혁신센터는 기존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투자유치까지 돕고 있다.

한 센터장은 “기업의 성장은 사람의 성장과 비슷한데,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발견해서 그것을 잘 다듬어 키워 레벨업 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장의 단계에 맞춰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줘야 하는데, 그 수단이 보육과 투자라는 두 개의 날개다. 과거 혁신센터가 보육 공간 위주로 운영됐다면, 지금은 투자 기능까지 더하도록 장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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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술혁신 덕분에 가치사슬 곳곳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많은 신생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적극 기획하고 장려하는 개방형 혁신에 힘을 쏟고 있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우리 정부와 대기업들도 여기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17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혁신센터는 지역의 대학 연구소, 중견기업 및 스타트업들을 연결해 지역 차원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허브 역할을 지향한다”며 “아직 초기 단계의 창업자에 대한 성장지원 역할을 해줄 민간 주체가 아직 충분히 성숙돼 있지 않고, 특히 지역으로 내려가면 아직 황무지 상태다. 벤처캐피탈도 초기 단계의 위험기업군 스타트업에 투자를 꺼리는데, 혁신센터가 비어있는 영역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