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니콘 '배달의민족', 3조 기업 어떻게 됐나

내년 베트남 진출·배달 로봇 연구에 역점

중기/벤처입력 :2018/12/21 13:24    수정: 2018/12/21 13:40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란 모토로 지난 2010년 배달앱 사업을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등극했다.

눈에 띄는 마케팅 전략과 인재 확보를 위한 사내복지 시스템, 그리고 업주와의 상생 프로그램과 미래 기술 투자 성과 등을 바탕으로 국내 네 번째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일 3천600억원의 새 투자를 유치, 몸값을 3조원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작년 10월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을 투자받을 때까지만 해도 7천억원 정도였다,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급성장하면서 장외 주식시장에선 2조원까지도 불렸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가 가기 전 투자를 마무리 하려는 유니콘 후보 중 한 곳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2일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유니콘으로 등극한 지 열흘도 안 돼 유니콘 소식을 알렸다. 현재 알려진 국내 유니콘 기업은 2014년, 2015년 각각 유니콘으로 등극한 옐로모바일, 쿠팡 그리고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총 네 곳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에 서비스 하는 스타트업 중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금을 확보한 기업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곳은 쿠팡(2조2천600억원)이며, 3~5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2천14억원), 카카오게임즈(1천400억원), 비바리퍼블리카(1천340억원) 등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이번 투자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스타트업을 키워낸 큰손들이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힐하우스 캐피탈이 주도하고 세콰이어 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탈(VC)인 힐하우스 캐피탈은 에어비앤비, 그랩, 텐센트 등 굴지의 IT 회사들에 투자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구글, 애플, 유튜브 등에 초기 투자한 세계 최대 VC다.

배달의민족

■가파른 성장세·사업 잠재력 높게 평가받아

동네 음식점을 한 데 모아놓은 배달앱은 이젠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가 됐다. 처음 배달의민족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음식점 전단지나 정보 책자를 뒤적일 필요가 없게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점주 입장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늘릴 수 있는 한 창구로 자리매김 했고, 이용자 후기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배달의민족의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와 미래 사업 등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015년 초 500만 건 수준이던 월간 주문수는 2018년 7월 2천만 건을 넘어 최근에는 2천700만 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도 3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MAU 증가에 따라 배달의민족을 사용한 전국 음식점 매출도 껑충 뛰었다. 배달의민족에 가입한 전국 음식점 총 매출액은 2015년 약 2조 원에서 올해는 약 5조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몇 년 간 매년 전년 대비 9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왔다.

배달의민족의 성공엔 회사의 브랜딩, 마케팅 전략이 큰 뒷받침이 됐다.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사업 초기 때부터 독창적인 마케팅으로 사용자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직관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것 만으로도 홍보가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회사를 대표하는 민트 색상, 글씨체, 캐릭터, 디자인 등에 신경을 썼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킨에 대한 문제를 푸는 시험인 ‘배민치믈리에자격시험’, 재밌는 문구를 공모 받는 ‘배민신춘문예’ 등을 실시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호감을 샀다.

아울러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무료화 전략을 통한 업주와의 상생 등을 추구해왔다. 플랫폼 입점은 무료며 카테고리 내 음식점 상단 표출을 위해서만 광고비를 받는다.

배민 치믈리에

배달 산업 혁신에 대한 김 대표의 관심도 크다. ‘푸드 테크’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그는 음식 배달에도 기술을 입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스쿠터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 로봇이 이를 대신할 수 있겠다고 착안한 것이다.

먼저 근거리 음식 이동을 위한 로봇을 개발했다. 푸드코트 배달 로봇 ‘딜리’, 식당 내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 ‘딜리 플레이트’ 등은 현재 시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일부 매장에서 시험 운용된 바 있다.

■내년 과제 '베트남 진출·배달로봇 연구·포스 혁신'

오토바이의 천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에 내년 상반기 진출을 예고한 우아한형제들의 사업 구상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투자금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이 자금을 베트남 진출 및 배달 로봇 개발 신사업 개진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중으로 음식업종 소상공인에게 매출 관리, 고객 관리 등이 가능한 ‘자영업자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먼저 베트남 진출과 관련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베트남 현지에 앱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획, 운영,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10명 이상의 베트남 사업팀이 호치민 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상주하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이용자 확보를 위한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현재 1단계 수준의 배달 로봇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1단계 배달 로봇 연구 프로젝트는 실내 환경에서의 음식 배달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는 푸트코트나 식당 등 일정 구획 내 평지에서의 음식 배달이 가능하며, 향후 층간 이동을 위해 현대무벡스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2단계로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주상복합건물, 대학 캠퍼스 등 실내외 복합 공간에서의 음식 배달을 가능케 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선 일반 보행로를 포함한 본격적인 실외 환경에서 음식 배달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 값을 계산하고 매상을 관리하는 포스(POS)에도 혁신을 가져오고자 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포스를 통해 주문 접수, 배달대행 업체 연결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더 편리하게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점주들이 매출이나 비용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관리 마케팅 면에서도 도와드릴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배달의민족에서 시작해 확장된 사업들도 좀 더 키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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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아한형제들은 새벽 반찬 배송 서비스인 ‘배민찬’을 운영하던 별도 자회사 우아한신선들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을 재편했다. 배민찬 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 흡수 통합하는 형태로 이어간다.

회사 관계자는 배달이 되지 않던 맛집 음식을 매달해주는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오픈 주방형 외식 공간 ‘배민키친’ 등 사업은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