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부족하면 AI로 의료현장 개선해야죠"

[인터뷰] 김현준 뷰노 전략총괄이사(CSO)

디지털경제입력 :2018/12/20 10:28    수정: 2019/01/05 23:01

뷰노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의료 AI 전문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자체 개발한 AI 의료기기 판매 허가를 받은 기업이자 의료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개발해 선보이는 기업이기도 하다.

성조숙증과 저성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AI 솔루션은 물론 폐암, 안저질환, 치매, 성매개감염병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을 넘어 응급환자를 자동 분류하는 솔루션, 의료용 음성 인식 솔루션도 개발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현준 뷰노 전략총괄이사(CSO)는 “의료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AI 솔루션을 전방위로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회사 목표”라고 사업 방향을 밝혔다.

김현준 뷰노 전략총괄이사(CSO).(사진=지디넷코리아)

뷰노는 환자와 의료진이 국내 의료 현장에서 겪는 문제와 불편함 상당수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해결됐을 때 파급 효과도 다른 산업과 비교해 의료산업이 특히 공익적이며 광범위하다는 시각이다.

“의료산업을 보면 앞으로 환자 수가 줄거나 의사 수가 크게 늘어날 수는 없다. 고령화로 환자 수 자체는 더 늘어날 될 텐데 결국 할 수 있는 건 기술을 활용한 의료 워크폴로우 개선이라고 본다. AI가 의료진의 진단 작업을 도울 수 있다면 너무 많은 환자를 진단하느라 발생하는 실수나 의료사고를 줄이고 의료쇼핑 같은 문제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워크플로우 바꾸는 솔루션 전방위 공급

이같은 관점 아래 뷰노는 워크플로우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 개발 로드맵을 몇 년 전부터 세우고 진행 중이다. 출시한 솔루션들을 연동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개발도 당연히 고려 중이다.

김 CSO는 “당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플랫폼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거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뷰노가 개발 완료해 시장에 공개했거나 임상 시험 중으로 알려진 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는 현재 7개다. 2014년 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서는 많은 수다. 뷰노의 첫 상용화 제품이자 국내 최초 식약처 판매 허가 AI 의료기기는 ‘뷰노 메드 본에이지(VUNO Med® Bone Age)’다.

성조숙증이나 저성장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본에이지는 환자의 손뼈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뼈 나이를 제시한다. 그동안 의료진은 직접 눈으로 환자 엑스레이 사진과 참조표준영상(GP)을 비교해 뼈 나이를 판독해왔다. 뷰노와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미국 영상의학학회지에 발표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의료진이 본에이지를 활용했을 때 판독 정확도는 약 8% 향상되고 판독 시간은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폐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뷰노 메드 체스트 CT(VUNO Med®Chest CT)’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뷰노는 지난달 체스트 CT의 의료기기 판매 인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외의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폐렴, 기흉 등 폐 질환도 판독할 수 있는 ‘뷰노 메드 체스트 엑스레이(VUNO Med®Chest X-ray)’도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유효성 평가 임상을 승인을 받았다. 약 4개월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안저질환과 치매 진단을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 ‘뷰노 메드 펀더스(VUNO Med®Fundus)’와 ‘뷰노 메드 딥브레인(VUNO Med®Deep Brain)’도 내년 상반기 의료기기 허가가 목표다. 펀더스는 안저의 정상, 비정상 여부를 판단해 녹내장이나 백내장, 당뇨병성 망막 질환 진단을 보조한다.

딥브레인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뇌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에 필요한 뇌의 정량적 정보를 제공한다.

뷰노는 병리단계 작업도 AI를 활용해 자동화하는 데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물이 ‘뷰노메드 트리뷰(VUNO Medⓡ-TriVu)’다. 트리뷰는 트리코모나스와 임질, 클라미디아, 매독 등 성매개감염병 진단을 보조하는 현미경 기반 AI 솔루션이다.

뷰노는 지난해 초 트리뷰를 개발 완료해 몽골 국립전염병센터(NCCD)과 국립의과대학(MNUS) 등 10개 국립의료기관에서 임상 검증을 진행했다. 국립전염병센터는 트리뷰를 몽골 국가 표준검사방법으로 채택키로 결정, 현재 몽골 복지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트리뷰는 필리핀 최대 관광지 비사야스(Visayas)지역 국립의료기관 도입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판단해 분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뷰노 메드 디타스(VUNO MedⓡDTAS)’, 영상 판독용 녹음 파일의 음성을 인식해 문자로 자동 변환해주는 ‘뷰노 메드 에이에스알(VUNO MedⓡASR)’ 등 의료 업무 보조 소프트웨어도 개발 또는 판매 중이다.

김 CSO는 “뷰노는 진단과 병리, 기타 업무 보조 등 다양한 의료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료업계와 협력해 여러 아이디어를 발굴 중”이라며 “기존 영상 판독용 녹음 작업만 하더라도 의료진이 마이크를 들고 말하면서 녹음했던 내용을 다시 전부 타이핑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 “본에이지로 AI 도입 우려 낮췄다”

뷰노 메드 본에어지를 활용해 사람 손 뼈의 나이를 측정하는 모습.(자료=뷰노)

뷰노는 갈수록 더 다양한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이 시장에 나오고 의료 현장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봤다. 보수적이었던 국내 의료업계가 최근엔 AI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공부하며 적극적으로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주도적으로 의료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CSO는 “정부부처에서 관련 국책과제가 나올 때마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국내 AI 의료기기 시작점을 끊은 본에이지가 AI 솔루션에 대한 정부와 의료업계 우려를 크게 낮춰 실제 도입 활로를 열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당사가 의료영역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먼저 나온 아이디어는 안저질환 진단 보조나 심장정지 예측 솔루션 등이었다. 하지만 시장에 빨리 나올 수 있고 의료 현장에 도입됐을 때 위해도가 낮은 솔루션은 본에이지였다. 시장에 본에이지를 공개할 때 이미 여러 솔루션이 개발된 상태였지만 상황을 고려해 상용화 우선 순서를 정했다. 만약 본에이지가 아닌 다른 AI 솔루션을 먼저 식약처에 인허가 신청했다면 AI 솔루션이 의료 현장에 도입되는 속도가 전체적으로 늦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시장에는 뷰노 외에도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공개하거나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 CSO는 “경쟁자가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만 시장이 커지고 활기가 도니 좋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뷰노는 계속 선두기업으로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김 CSO는 “AI 의료 솔루션 분야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등 세계적으로 봐도 아직 초기 상태다. 나라별로 경쟁사는 10개 정도로 손에 꼽는다”며 “뷰노는 국내외 선두기업 중 하나며 이미 여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플랫폼화가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는 우수한 성능 외에도 합리적 가격, 호환성이 매우 중요하다. 뷰노 제품은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성능도 압도적이며 호환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AI의료기기 첫 승인을 얻기까지 여러 문제들을 겪고 풀어 판매까지 하게 됐으니 이후 제품 개발, 출시, 판매는 훨씬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다”며 “자사 제품은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본에이지는 유럽인증(CE) 인증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신청도 2~3건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뷰노는 현재까지 임상 연구 논문 20여편이 발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면서 시장과 의료업계에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 코스닥 상장으로 해외 진출 박차

뷰노는 글로벌 의료 AI기업이 되기 위해 코스닥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미래에셋대우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코스닥 상장작업을 총괄할 이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영입했다.

김 CSO는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은 우선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도 사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자본 싸움이 될 것이다. 일본, 중국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데 상당한 자본 투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뷰노는 전체 인력의 70%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이며 전문의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규모를 늘리면서 연구개발 외 인력도 확보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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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노는 당사는 물론 국내 관련 기업들이 성장해 세계에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CSO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 수가나 데이터, 의료기기 인허가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뷰노 같은 기업의 기술은 환자 치료를 도와 의료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런 점을 인식하고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국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국내 의료시장은 필립스, GE, IBM 등 해외 기업들이 나눠가지 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