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강경 반대에서 검토로 돌아선 정부

[이슈진단+] ICO 합법화 논의 물꼬 (상)

금융입력 :2018/10/12 17:58    수정: 2018/10/15 19:59

손예술, 임유경 기자

다음달 국무조정실이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한다. 지난해 9월 ICO 전면 금지령 발표 이후 첫 공식 입장인 만큼, ICO 합법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유사수신 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ICO 관련 법제도 내지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ICT 및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의원들 중심으로 ICO 합법화를 위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하지만 ICO 정책 방향에 키를 쥔 금융위원회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다음달 정부가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발언에 무게감...ICO합법화 될까?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다음달 정하겠다"고 밝혔다.

홍 국조실장의 발언은 남다른 무게감이 있다. 국조실이 정부 암호화폐 관련 정책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관련 정부 대책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금융위원회,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에서 엇박자 정책을 쏟아 내면서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조실이 각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해 정부의 통일된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컨트롤타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국조실의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었다. 이에 암호화폐 정책은 지난해 9월 ICO 전면 금지 발표 이후 시계가 멈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국조실이 정부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변화라는 평가다.

ICO금지로 우수 기업 해외로...능력 있는 인재는 블록체인 산업 기피

업계에선 더이상 ICO를 금지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제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이 증가하고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 과열 및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ICO를 전만 금지했다.

하지만 ICO를 금지하면서 오히려 음성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행위가 판을치고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올해 초 불었던 암호화폐 투기 열풍은 이미 사라지고, 오히려 시장이 침체돼 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은 지난 2일 국회도관서에서 열린 '블록체인ABC' 세미나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며 명확한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진 회장은 이날 "ICO 금지로 기술력을 갖춘 우수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정보 부족으로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활개쳐 깜깜이 투자 묻지마 투자가 만연하다"며 "거래소 신규 가상계좌 발급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로 이동하고 최소한의 자기자본 보안심사 상장규정 등도 준수하지 않은 수십개의 국내외 거래소가 난립 중"이라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이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ICO 및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ICO금지가 블록체인 기업이 능력 있는 인재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의뢰해 실시한 '블록체인 산업의 고용 파급 효과 분석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ICO와 암호화폐 모두를 육성할 경우 2022년까지 약 17만개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창출에 블록체인 산업이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ICO와 암호화폐를 부정적인 프레임 안에 가둬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술 업체 코인플러그의 유성종 본부장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GBPC 2018' 행사에서 "최근 블록체인 업계가 인력을 충원하기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ICO가 규제로 막혀있고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는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했다. 인재들이 이쪽 업계를 두려워하고 이 업계로 가면 나도 조사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산업이 발전하려면 ICO전면 허용을 포함해 명확한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하고 이를 통해 인재 육성을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ICO에 부정적....국회는 블록체인 업계 지원 사격

정부의 암호화폐.ICO 정책을 주무하는 금융위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정무위 국감에서 "ICO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전재수 의원 지적에 대해 "암호화폐의 경우 ICO를 꼭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ICO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우리가 겪은 피해가 너무 심각하고 명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 완강한 입장에 비해 최근 그 강도가 완화된 모습이다. 금융위는 해외 ICO 법제화 사례를 검토하고 국내 ICO 업체 실태조사를 실시 하고 있다. 무조건 반대 입장에서 검토로 전환된 것만으로 큰 변화다.

최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정부질문에서 "ICO에 대해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지 해외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스는 물론이고 프랑스, 싱가포르, 몰타 등 다양한 나라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능성, ICO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가 경제 부흥을 위해서다. 이들 사례를 참고할 경우 입장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이 국내업체가 진행한 해외 ICO에 대한 내용, 회사 지분구성, 토큰의 성격을 묻는 조사서를 보내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이달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위가 진행 중인 해외 사례와 더불어 블록체인과 ICO를 합쳐 일정 부분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정부 의지에 맞춰서 오는 11월까지 입장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2일 대정부질문에서 ICO관련 정부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사진=민병두 의원 홈페이지)

국회에서는 ICT 및 금융 분야 이해도가 높은 의원을 중심으로 ICO 합법화 지원사격에 나섰다. 금융위 국정감사장에서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ICO와 관련해)소임 특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앞서 민병두 의원은 블록체인에 대한 글로벌 투자 분위기 등을 거론하며 국내의 규제 공백을 우려한 바 있다.

ICO 허용 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것도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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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하태경 의원은 "ICO 허용 법안을 발의하는데 10명의 국회의원을 채우지 못해 6개월이 걸렸다"며 국회 내에서도 ICO 허용에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병관·홍의락 더블어민주당 의원, 김세연·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블록체인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업계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