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쇼미더웹툰] 망자를 사후세계로 이끄는 기관 '시청’

삶과 죽음 다룬 드라마...아즈미키시 작품

인터넷입력 :2018/09/06 18:44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모든 죽음에는 사연이 있다 '시청'

레진코믹스에서 연재중인 ‘시청’(작가 아즈미키시)은 사후세계를 향하는 기관인 시청을 무대로 한다. 웹툰에서는 각 시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시청의 직원들 같은 이들이 방문객을 응대한다.

레진코믹스 웹툰 '시청(작가: 아즈미키시),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다만 시청의 방문객들은 모두 망자다.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모든 망자는 시청에 온다. 사인은 가지각색이다. 망자들은 각자의 사인에 따라 자살과, 타살과, 교통사고사과, 노인사망과 등 다양한 부처로 향한다.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서류가 존재한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사람이라면 '헌신 신청서'를, 자살한 사람이라면 '자살 신청서'를, 살해당한 사람이라면 '타살에 의한 사망인가서'를 작성해야 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공통적으로 '성불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망자는 '성불의 문'을 통해 진정한 사후세계로 향할 수 있다. 누군가는 천국으로, 누군가는 지옥으로 향하는 것이다.

작품에 설정된 사후세계가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 생전의 업보에 따라 어디로 가게 될지를 심판받는다는 점 등은 기존의 종교적 세계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웹툰은 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생활이나 지옥에서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형벌에 대한 묘사에 매달리지 않는다. 시청의 주된 이야기는 망자들의 사연이다. 시청' 직원들은 새로운 에피소드에도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매 에피소드별 등장하는 망자는 각기 다르다. 모든 죽음에는 제각기 다른 사인이 존재하고, 거기에는 다시 사연이 있다.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타이치는 중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시청에 간 타이치는 종합안내 담당 직원 시무라를 만나고, 사후세계로 향하는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타이치가 채워나가는 '자살 신청서'와 그의 회상을 통해, 독자는 어린 소년이 끔찍한 괴롭힘을 당했으며 고통스러운 삶에 내몰린 끝에 자살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직원 시무라가 이 안쓰러운 소년을 위로해주거나 가해자들에 대해 분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니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죽은 것조차 금방 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학대를 받던 끝에 동사한 아이도, 친절을 베푼 이를 구하려다 이곳에 온 전과자도 모두 '시청'으로 향한다. 모두가 사연을 가지고 있으나 죽음 이후의 현실은 항상 냉정하다. 누구도 되살아날 수 없다. '시청'의 조례로 엄중하게 제한된다.

레진코믹스 웹툰 '시청(작가: 아즈미키시),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시무라의 입버릇처럼 "고객님은 망자"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세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도 그와 관계하던 이들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시청의 장르가 사후세계를 다룬 판타지나 호러가 아닌 삶과 죽음 모두를 다루는 드라마인 이유다.

망자는 시청을 거쳐 사후세계에 향함으로써 어떤 결론이든 마주하게 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떤 죽음에는 복수가 어떤 죽음에는 사회로부터의 처벌이 가해진다. 그로부터 다시 새로운 삶이, 새로운 죽음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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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조차 없이 많은 죽음이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죽음과 그 사연이 가지는 무게는 때로 한없이 가벼운 것처럼 느껴진다. 자극적인 가십처럼 한 죽음이 다루어지고, 다시 다른 죽음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잊힌다.

웹툰 시청은 죽음과 사후세계를 그려냄으로써, 삶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일본작가 아즈미키시의 작품인 시청은 레진코믹스에서 올해 1월부터 매주 월요일 연재 중이다. 9월 6일 현재 40화까지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