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태생적 한계' 뛰어넘는다

이더리움 재단·텔레그램, 확장성 보완 추진

컴퓨팅입력 :2018/01/12 14:44    수정: 2018/01/12 20:36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뛰어난 보안성을 갖췄고, 정부 검열이나 중앙 기관·특정 기업의 종속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뛰어넘는 혁신성을 가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진 미래의 이야기다. 블록체인의 태생적 한계인 '확장성(scalability)'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루지 못할 꿈에 그칠 수 있다.

이더리움 위에서 구현한 고양이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는 그 한계를 피부로 느끼게 했다. 지난 11월 출시한 이 게임은 현재 20만 명의 플레이어를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인기를 끌면서 크립토키티 게임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하루 트랜잭션 중 20%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고양이 게임 때문에 전체 네트워크 속도가 떨어지고 거래 비용이 올라갔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확장성 문제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DAPP)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적 도전과제"로 지목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물론, 최근 ICO를 선언한 보안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도 나섰다.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할 앱 플랫폼으로 한단계 진화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기술 진보가 진행 중인 셈이다.

블록체인의 태생적 한계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모든 거래를 기록하게끔 설계돼 있다. 덕분에 한 노드의 데이터가 변조되더라도 분산된 노드들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 때문에 네트워크 전체의 처리 능력이 단일 노드 처리 능력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많은 컴퓨터를 연결해도 단일 노드의 처리 효율을 넘어설 수 없다.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증가한 트랜잭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초기 블록체인에선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확장성을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크립토키티 게임은 블록체인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줬다.

비탈릭 부테린에 따르면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선 하루 100만 트랜잭션을 일어나고 있다.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하루 수용 가능한 트랜잭션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두 가지 해법 제시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이더리움 재단 블로그를 통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재단 내부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 개발자들의 아이디어도 모으겠단 계획이다.

독립 개발팀, 기업, 대학, 학문 연구그룹 등이 지원할 수 있고 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샤딩(Sharding)이다. 샤딩은 전체 거래를 모든 노드가 검증하지 않고, 노드를 그룹으로 나눠 처리해야 할 일을 나눠주는 방식의 데이터 처리 기법이다.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탈릭 부테린은 "샤딩으로 더 잘 설계된 기본 레이어 프로토콜을 개발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및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일부 노드에만 각 트랜잭션을 처리하도록 요청하면 같은 시간에 병렬적으로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두 번째 해결책은 '레이어2 프로토콜'로, 대부분의 트랜잭션을 블록체인 밖에서 처리해 부하를 줄이는 방식이다.

레이어2는 체인 밖으로(오프 체인에서) 대부분의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레이어2 시스템에서 들어가고 나가갈 때만 블록체인과 상호작용해 내역을 기록한다. 레이어2 프로토콜은 랜이나 인접한 WAN 안에 있는 노드 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미 레이어2 시스템을 만드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스테이트채널, 레이든 같은 프로젝트가 잘 알려져 있다.

비탈릭 부테린은 기본 블록체인의 처리 방식을 효율화하는 샤딩과, 체인 밖으로 트랜잭션 처리를 보내는 레이어2 방식을 혼용해 이더리움을 개선할 계획이다.

텔레그램, 3세대 블록체인 개발...'앱 플랫폼으로 진화'

최근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과 암호화폐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테크크런치가 입수한 텔레그램 백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이 만들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TON(Telegram Open Network)'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은 3세대 블록체인으로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텔레그램은 네이티브 암호화폐 '그램'을 이용해 정부나 은행으로부터 독립적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 송금에 수수료를 내지 않을 수 있고, 상당한 자금을 은밀하게 옮기거나, 카드 수수료 없는 소액 결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램은 또 TON 서비스가 외부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APP와 스마트 계약 서비스를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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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 블록체인의 특징은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적 샤딩(dynamic sharding)'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TON은 로드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분할하고 병합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런 구조 덕분에 "플랫폼을 사용하는 일부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어도 새로운 블록이 신속하게 생성되고, 대기가 줄어들어 거래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초당 약 100만 건의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