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데이터센터에 지포스 사용 금지

2017년 12월 20일자 GPU 드라이버 SW 라이선스로 명시

컴퓨팅입력 :2018/01/02 11:11    수정: 2018/01/02 11:12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기업 데이터센터에서 '지포스(GeForce)' 시리즈와 같은 개인용 GPU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GPU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 즉 '드라이버' 사용을 제한할 방침이다.

2일 현재 엔비디아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지포스 GPU 드라이버를 내려받는 사람들에게 해당 SW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2017년) 12월 20일자로 개정된 내용이다. 이에 동의한 이들만 지포스 GPU 드라이버를 내려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V100 데이터센터 GPU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라이선스 본문 가운데 '2.1.3 제한' 항목 중 신설한 4번째 '데이터센터 배포' 단락을 통해 "SW는 데이터센터의 블록체인 처리가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 데이터센터 배포에 대한 라이선스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원문보기]

새 라이선스가 적용되는 드라이버는 엔비디아 GPU 가운데 타이탄(TITAN), 지포스10, 지포스900, 지포스700, 지포스600, 지포스500, 지포스400 등 시리즈 제품군을 지원한다. 모두 엔비디아가 '개인 사용자'와 '소규모 시스템' 용도로 내놓은 모델이다.

2017년 12월 20일부터 배포되는 엔비디아 지포스 드라이버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한국어판.

기업들은 여전히 타이탄과 지포스 GPU를 사고 쓸 수 있다. 이걸 사무실의 직원용 PC나 워크스테이션 장비에 쓴다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기업내 서버실이나 데이터센터에 설치시 문제가 생긴다. GPU를 설치하는 것까진 괜찮지만, 그걸 사용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드라이버를 내려받아서 쓰는 순간 라이선스 위반 소지가 생긴다.

엔비디아는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짐작가는 이유는 있다. 최근 몇년새 인공지능(AI) 개발 방법론으로 딥러닝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가용 시간과 예산이 한정된 기업 데이터센터 환경에선 효율적인 딥러닝 모델 구현 수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때 대량의 병렬 연산을 처리하는 GPU의 '가성비'가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 GPU 시장에선 타이탄과 일부 고성능 지포스 시리즈 제품군이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준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엔비디아 타이탄V GPU

하지만 엔비디아는 딥러닝 모델 개발이나 AI 기술 활용을 위한 데이터센터 환경에 맞춰 '테슬라(Telsa)'라는 기업용 제품군을 공급하고 있다. 타이탄과 지포스 하드웨어 대비 뛰어난 안정성, 기술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측 메시지다. 물론 판매가격도 그만큼 높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극복하고 테슬라 보급을 촉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 일본 IT매체 와이어리스와이어뉴스(WirelessWire News) 영어판에서도 이 사안을 다뤘다. 보도는 "실제 딥러닝 프로젝트 다수는 연구 단계에서 수행된다"며 "지포스 제품 가격대는 (테슬라에 비해) 학계와 상업적 연구조직에서 실험 활동에 더 적절하다"고 평했다. 라이선스에 금지 대상으로 언급한 '데이터센터'라는 용어의 모호함을 꼬집기도 했다. [☞원문보기]

이후 대략 1주 전부터 엔비디아 지포스 드라이버 라이선스 변경 소식이 영미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형 커뮤니티 레딧(Reddit)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당 라이선스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 댓글 토론이 벌어졌다. 와이어리스와이어뉴스 보도에 이어 '데이터센터'라는 금지대상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재차 나왔다. [☞참조링크]

엔비디아 공식입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경제매체 CNBC를 통해 나왔다. [☞원문보기] 영어 전문을 아래에 한국어로 옮겼다.

"지포스와 타이탄 GPU는 종종 랙 여러대를 쌓아놓고 24시간 주중무휴 운영을 위해 복잡한 하드웨어, SW, 온도 조건을 갖춰야 하는 데이터센터 배포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다. 이점을 명확히 하고자, 우리는 지포스의 최종사용자라이선스계약(EULA)에 지포스와 타이탄 제품에 요구되는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환경의 잠재적 오용을 억제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엔비디아는 테슬라(Telsa) 제품군으로 서버의 고유한 기계적, 물리적, 관리적, 기능적, 신뢰성, 가용성 수요에 대응했다. 제품은 데이터센터 워크로드를 커버하는 3년간의 워런티, 엔비디아 엔터프라이즈 서포트, 지속공급보장, 데이터센터 부품에 기대되는 확장된 재고관리단위(SKU) 수명을 포함한다. 이는 테슬라 제품군을 처음 내놓은 이래 시장에 밝혀 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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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구자들이 종종 지포스와 타이탄 제품을 비상업적 용도 또는 데이터센터 규모로 운영하지 않는 연구를 위해 채택한다는 걸 알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런 용도를 금지할 의도가 없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객 기업이 약관에 금지될 소지가 있는 데이터센터 내의 타이탄 및 지포스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영업부서와 상의할 것을 권장한다. 또 보도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PC용 제품 타이탄V GPU 시리즈 가격은 3천달러부터 시작하고, 지난해 딥러닝에 최적화된 GPU로 출시된 테슬라V100 제품 가격은 8천달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