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메일, 독점 지위 잃었다

정부, 온라인 등기우편 다양화 예고…사실상 실패 인정

컴퓨팅입력 :2017/12/15 16:38    수정: 2017/12/15 18:50

정부가 '샵(#)메일'을 유일한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으로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서비스사업자가 지원할 경우 모바일 메신저나 일반 메일서비스로도 온라인 등기우편을 보내고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간 샵메일은 일반 메일 송수신 기술과 호환되지 않았고, 다른 통신수단보다 사용하기에 불편해 저조한 활용률을 보여 왔다. 정부가 샵메일 외의 통신수단을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으로 인정하기로 한 배경이다.

2017년 12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 발표를 통해 샵메일에 독점시켰던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사진=Pixabay 편집]

■ 온라인 등기우편이란 무엇인가

등기우편은 우체국이 접수부터 배달까지 그 취급 과정을 기록하고, 받는 쪽에 안전하게 전달됐다고 보증해 주는 우편서비스다. 전달사실을 보증하지 않는 일반우편과 구별된다. 등기우편의 전달사실을 보증한다는 건 서로 행정적, 법적으로 다투는 상황일 때 의미가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일반우편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게 받는 쪽에 전달됐다고 추정되지 않는다. 반면 등기우편을 보냈다는 사실은 반송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는 쪽에 전달됐다고 추정할 근거가 된다.

온라인 등기우편은 등기우편을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걸 뜻한다. 등기우편은 일반우편과 달리 발송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법적으로 수신여부를 추정하는 효력을 갖고 있다. [사진=Pixabay 편집]

그래서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등기우편으로 주고받는다. 병무청 입영통지, 경찰서 과태료, 지방세 고지서 등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각종 고지서와 통지서에 많이 쓰인다. 민간에서 주고받는 내용증명우편도 크게 보면 등기우편의 일종이다.

온라인 등기우편은 말 그대로 온라인으로 보내고 받는 등기우편이다. 온라인 우편물이 안전하게 전달됐다고 보증해 주는 건 같다. 우체국 서비스가 아니란 게 다르다. 정부가 법에 따라 인정한 민간업체가 온라인 등기우편 서비스 사업자가 된다.

■샵메일, 온라인 등기우편 전용 법정주소

등기우편을 보내고 받으려면 주고받을 사람 이름과 거주지 또는 소속 조직의 주소가 필요하다. 우편물에 행정구역으로 주소를 나타내는 서식은 정형화돼있다. 온라인 등기우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그걸 주고받을 사람의 온라인 주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2012년 정부는 온라인 등기우편 제도를 위한 '공인전자주소' 체계를 법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아는 '샵메일'은 그 독특한 주소체계를 뜻하는 별명이다. 샵메일 주소는 '사용자명#소속.신분' 형식이다. 다른 주소 형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용자명과 도메인(소속.분류) 문자열 사이에 앳(@) 기호를 쓰는 기존 이메일과 기술적으로 전혀 호환되지 않았다.

2012년 온라인 등기우편을 위해 '공인전자주소' 법정체계가 마련됐다. 사용자명과 그 소속 및 신분을 나타내는 문자열을 인터넷 이메일 주소처럼 쓰되, 사용자명 구분기호를 샵(#)으로 쓴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샵메일이라 불리게 된 배경이다. [사진=Pixabay]

하지만 온라인 등기우편을 이용하려면 샵메일을 써야 했다. 다시말해, 샵메일은 온라인 등기우편을 위한 유일한 주소체계였다. 체계가 다른 기존 이메일이나 다른 메시징 서비스는 아무리 개선된 기술을 사용해 더 뛰어난 기능, 보안성을 제공해도 온라인 등기우편이 될 수 없었다.

샵메일은 주소체계뿐아니라 실제 서비스 이용환경도 제한적이었다. 기업들이 기존 이메일 클라이언트나 메신저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없었다. 지정사업자가 만든 개인용 웹기반 샵메일 서비스도 멀티브라우저를 지원하긴 커녕 5년 전에도 퇴출 대상이었던 액티브X 설치, 공인인증서 본인인증을 요구했다. [☞관련기사1] [☞관련기사2]

■ 세금 100억원짜리 오판

간단히 말해 샵메일은 실패한 사업이다. 이는 2015년까지 샵메일 사업 추진업무를 맡았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2016년부터 업무를 이관받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재작년과 지난해 국정감사기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의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2016년) 9월 국정감사 때 KISA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샵메일 서비스가 시작된 2012년 8월부터 해당 시점까지 가입자수는 약 24만명, 사용건수는 약 307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NIPA가 예측한 가입자 888만명의 2.68%, 사용건수 108억건의 0.03%에 불과한 숫자였다. [☞참조링크] 기관이 민간에 사용을 강제하기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관련기사]

샵메일서비스를 구축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NIPA와 주무부처(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는 시스템 구축,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108억원을 썼고 오는 2022년까지 389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국감당시 KISA는 수요예측과 실적간 차이가 커 올해 수요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지정사업자 7곳 중 2곳이 샵메일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7곳 중 한국무역정보통신은 이미 해당 사이트를 없앴고, SK텔레콤은 이달말 운영을 종료한다. 전체 샵메일 이용량이 이렇게 저조한데, 그 사용료가 지정사업자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일지 의문이다.

■과기정통부, 샵메일 확산정책 실패 인정

올해(2017년) 출범한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샵메일의 실패를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24일 정책발표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샵메일의 편의성이 부족하고, 현시점에 기술적 경쟁우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음을 시사했다. [☞참조링크]

과기정통부는 "샵메일은 이메일과 달리 가입·이용절차가 불편"했고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 등에 …(중략)…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존의 샵메일 이상의 보안수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특히 결제 기능까지 결합할 수 있어 국민편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8월 24일 과기정통부 정책발표 보도자료 일부. 샵메일 대신 일반 메일, 메신저, 모바일앱 등으로 온라인 등기우편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변화를 시사했다.

해당 발표는 각종 우편 고지서를 모바일 메신저로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샵메일이 독점했던 법정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의 지위를 다른 인터넷 기반의 통신서비스에도 개방하는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지난 14일 제9회 정보통신전략위원회 발표로 공식화됐다.

과기정통부는 발표를 통해 온라인 등기우편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샵메일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와 스마트폰 앱으로도 온라인 등기우편 서비스를 가능케하고, 지정제인 사업자격도 인증제로 바꿔 요건을 갖춘 기업에 시장진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참조링크]

■샵메일 서비스, 사라질까 살아남을까

정부가 당초 샵메일을 통해 기대한 궁극적 효과는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였다. 종이문서로 주고받는 등기우편을 온라인에서도 쓸 수 있게 하면 그만큼 종이문서 사용을 줄이고 전자문서를 활성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소체계와 기술환경이 꼭 샵메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정부도 이걸 5년만에 인정하고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을 다양화하기로했다. 또 온라인 등기우편뿐아니라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한 스캔문서의 종이문서 폐기, 전자문서 효력 명시와 대상을 폭넓게 정의한 전자문서법 개정안 입법예고로 전자문서 활성화를 가속하기로 했다.

정부가 5년만에 온라인 등기우편 수단으로써 샵메일의 독점체제를 폐지한 명분은 당초 샵메일 추진명분이기도 했던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다. [사진=Pixabay]

정보통신전략위원회 발표대로 샵메일보다 편리한 온라인 등기우편서비스 제공사업자가 나오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예고한 사업자 지정제를 인증제로 바꾸고, 인증을 위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고, 의지가 있는 사업자가 실제 인증을 받아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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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과기정통부가 9월 26일 고시, 시행한 '공인전자주소의 구성 및 체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앞으로 샵메일은 더 이상 샵메일이라 불릴 필요가 없다. 특정사용자를 식별할 수만 있다면 샵(#)이라는 구분기호를 안 써도 되게끔 주소 체계 요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참조링크]

15일 KISA 측에 샵메일이란 명칭이 계속 쓰일 것인지 묻자 "고시와 법 개정으로 샵메일에 더해 (온라인 등기우편용) 수단이 다양화된 것인데, 기존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고, 인증제도는 "앞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