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몰고 올 사회 변화…국내 거버넌스 준비됐나

컴퓨팅입력 :2017/09/15 17:51

손경호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주목 받았던 블록체인 기술이 이제는 국내서도 은행, 증권사 등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가 하면 의료, 물류 영역에서도 적용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IT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정책적인 논의는 아직 시작도 되지 못했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에 버금가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높지만 현실에서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보안적인 부분을 보면 그 사이 국내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해킹되는가 하면 이보다 앞서 또 다른 거래소 야피존은 서비스 관리 상 문제로 55억원 상당 비트코인이 도난당했다.

지난해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투자하는 플랫폼인 분산자율조직(DAO)이 해킹 6천만달러 어치 이더(이더리움에 쓰이는 토큰)가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더해 수많은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당사자들 간에 문제 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15일 다자간 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가 주최하고 인터넷 관련 공공기관, 시민단체, 학계, 기업, 기술 커뮤니티가 공동 주관한 2017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이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개최됐다.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 활발

이날 '블록체인 패러다임 : 정보보안과 제도적 거버넌스'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자유인터넷프로젝트(The Free Internet Project)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은창 펠로우는 "인터넷 표준을 만들었던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에서는 블록체인을 완전히 무정부 상태(아나키스트)로 둘 것인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형태의 모델로 갈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서도 시스템 실패에 대해 누가 나서서 해결해야할지,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전자정부나 공공, 행정서비스에 적용됐을때를 대비한 기술 표준화 및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터넷거버넌스포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분야에 활용했을 때 기존 법과 감독방안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스마트계약서나 자동실행되는 거래 및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 DAO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논의 중이다.

ITU와 W3C 등에서도 워크숍을 열고, 블록체인 기술을 인터넷 수준의 기술로 보고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 핵심 개념, 신뢰성-보안성-투명성

SK텔레콤 블록체인TF 김종승 팀장은 "거버넌스도 어려운 개념인데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더 어려워 보인다"며 "거버넌스를 얘기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먼저 디지털 트랜포메이션을 이끈다. 푸드체인, 항만물류, 헬스케어 등 분야를 새로운 방식으로 디지털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AO나 플랫폼 협동주의 등을 통한 사회경제혁신을 이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 기술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결합돼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이런 것들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의 효과는 3가지다. 먼저 중앙기관 없이도 신뢰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저비용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로는 보안성이다. 블록체인을 움직이는데 쓰이는 암호화 기술, 분산원장 등 개념을 통해 여러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모든 거래 기록에 대해 참여자들이 공개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높고, 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면서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데이터는 믿지만 참여자 신뢰 보장할 수 있어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확산팀 민경식 팀장은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는 이상적이나 거버넌스 차원에서 보면 실물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국 물류회사가 돼지고기를 유통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데이터적으로는 돼지고기가 어느 곳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장해주지만 돼지고기의 품질은 어떤지, 유통업체가 돼지고기 대신 다른 것을 유통했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보장할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거버넌스는 기술 자체에 대한 문제 보다는 참여자들이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블록체인 자체가 거버넌스 의미 갖고 있어"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성준 교수는 "블록체인은 인터넷 프로토콜인 HTTP 수준의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본다"며 "그 자체가 거버넌스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참여자 들 간에 합의를 통해 거래의 신뢰성, 보안성, 투명성 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다만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의 본질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내 정보를 내가 통제하고, 남에게 공유한 정보도 내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