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권 범위 확대...생각해볼 과제는?

[백기자의 e知톡] “분배 공정성 더 높여야”

인터넷입력 :2017/08/18 10:59    수정: 2017/08/19 22:13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 8월부터 50㎡(약 15평) 이상의 커피숍, 헬스장, 호프집과 같은 영업장에서도 음악 사용료(공연권료)를 월 4천원 이상 내야 합니다.

만약 멜론·벅스·지니와 같은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음원 서비스 업체에 내는 비용과 별도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많은 매장들이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손님들의 흥을 돋우고자 음악을 틀었지만, 창작자나 가수들이 공연으로 벌 수 있는 기회를 줄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을 하란 차원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목적대로 더 많은 수익이 창작자나 가수인 뮤지션들에게 제대로 분배될 수 있을까요.

또 뮤지션들에겐 분명 좋은 제도지만, 혹시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건 아닐까요.

복잡하고 어려운 음악 저작권 체계와 지불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커피숍, 호프집도 공연권료 내야”

현재 3000㎡ 이상의 대규모점포들(복합쇼핑몰 제외)은 국내 저작권법에 따라 공연권료를 음악 관련 협단체 또는 지정된 매장음악서비스사업장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공연권료란 쉽게 말해서 음악과 같은 저작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했을 때 발생되는 권리입니다. 한 음악을 나 혼자 들으면 상관없지만, 여러 명이 듣게 되면 창작자에게 공연권이란 게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문체부의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연권 보상 범위가 확대됩니다.

전국에 있는 50㎡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앞으로는 창작자들의 공연권 보상 차원에서 최소 월 4천원 이상의 저작권료를 내야 합니다. 기존에 제외됐던 복합쇼핑몰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 저작권법은 입장료 등을 받지 않고 음악을 틀 경우는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 커피숍, 호프집 등이 공연권료를 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현재 3000㎡ 이상의 대규모점포들(복합쇼핑몰 제외)은 국내 저작권법에 따라 공연권료를 음악 관련 협단체 또는 지정된 매장음악서비스사업장에 지불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11조 규정을 통해 예외가 되는 단란 유흥주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만 공연권료를 내왔던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 현재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공연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게 됐습니다. 공연권 범위를 확대해 창작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와 음악권리자단체로부터 나온 것이죠.

쉽게 말하면 창작자들의 권리 확대를 위해 해외처럼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음악을 틀 경우 큰 영업장뿐 아니라 작은 매장도 공연권료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8월부터 공연권료 지불 대상이 보다 작은 사업장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 “음악 공연권료, 대체 어디에 내나요?”

통합징수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업소가 최대 4곳의 권리자단체에 저작권료를 나눠 지급해야 했다. 이를 각 권리자단체가 가수나 창작자 등에게 분배하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음악 공연권료는 어디에 내야할까요.

최근까지는 업소가 여러 저작권 단체와 음원서비스 업체에 개별로 공연권료를 납부했습니다.

작곡가나 작사가에게 지급돼야할 몫은 한국저작권협회에, 가수, 연주자, 제작자가 갖게 되는 몫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에게 나눠 내는 식입니다.

하나의 곡을 한 사람이 작사, 작곡, 노래, 연주, 제작을 다 하면 쉽겠지만 여러 사람이 참여하다 보니 권리자가 많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단체도 총 4곳으로 쪼개져 저작권료를 내는 방법도 상당히 복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장에 분위기 좋게 음악 한 번 틀겠다고 각각의 권리자단체에 비용을 일일이 나눠 내야 하고, 음원 사용료는 또 따로 멜론과 벅스와 같은 음악 서비스 업체에 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 4월부터 통합징수 방식이 시행돼 문체부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매장음악서비스사업장 또는 한국저작권협회 등 한곳에 지불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공연권료 등 음악 사용료 지불 방식이 보다 간소화 됐습니다.

새롭게 공연권료를 내야 하는 50㎡ 이하의 매장들도 통합징수 제도를 통해 문체부가 지정한 한 곳에만 저작권료를 내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 통합징수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라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늘어난 저작권료, 제대로 분배 될까?”

음악을 나 혼자 들으면 상관없지만, 여러 명이 듣게 되면 가수 및 창작자에게 공연권이 생긴다.

어렵게 거둬진 공연권료는 그럼 뮤지션들에게 어떻게 분배가 이뤄질까요.

먼저 각각의 업소가 매장음악서비스사업장을 이용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당 사업장이 재생된 음악의 데이터를 통계 낸 뒤 각 권리자단체로 보내 합당한 정산이 이뤄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A라는 노래가 총 10번 재생됐고, B라는 노래가 총 5번 재생됐다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A 창작자에게 B보다 두 배 더 많은 저작권료를 지급하면 됩니다.

문제는 매장음악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매장들 때문에 발생합니다.(이들이 문제란 뜻은 아닙니다)

개인 소지의 CD를 이용했다거나, 개인 계정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매장에 음악을 틀었다면 어떤 곡이 얼마나 재생됐는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매장 점주가 한 달 동안 매장에서 재생된 곡들이 무엇이고, 몇 번인지 일일이 세서 권리자단체로 보내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음원 재생횟수 통계에 따라 각 창작자들에게 수익이 정확히 배분돼야 하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고 모든 업소에 매장음악서비스 사용을 강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커피 매장의 경우 스타벅스와 같은 대표적인 커피숍에서 많이 재생된 곡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커피 매장에서도 이 음악들이 주로 플레이 됐다고 가정하고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합니다.

이 때문에 업종을 대표하는 곳들에서 자주 재생되는 곡에 권리를 갖고 있는 뮤지션들만 앉아서 돈을 더 벌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성격의 업소라 하더라도 점주 취향에 따라, 매장 분위기와 콘셉트 등에 따라 재생되는 곡들이 천차만별일 텐데, 한 권리자단체에 따르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딱히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 “분배의 불균형, 누수 없어야”

중소업소의 금전적 부담과, 복잡한 음악 사용료 지불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여러 이해관계자의 권리와 불만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50㎡ 이상의 매장을 가진 업주라도 인건비 줄이고, 영업시간을 늘려 한 푼이라도 아껴온 입장이라면 음악 공연권료까지 다달이 내야 하는 상황이 불만일 수 있습니다.

만약 “나는 음반 가게에서 구매한 CD가 있기 때문에 이 것만 틀거야”라고 하더라도 매달 최소 4천원 이상의 공연권료를 내야 합니다. 매장 규모가 크면 비용도 더 증가합니다.

“한 달에 얼마나 된다고 그러나”, "매장 규모가 50㎡ 이상이면서 웬 엄살이냐"란 비판도 가능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늘어나는 비용을 가까스로 감내해 왔던 어느 점주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생계가 빠듯한 업주는 “최저임금 인상도 걱정이고 내 코가 석자인데, 창작자 공연권까지 챙기라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낮은 시민 의식도 이번 문체부의 결정에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설움을 겪었던 창작자들에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 동안 좋은 음악 덕분에 모객에 도움을 받은 작은 규모의 업소들도 이제는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시각도 타당합니다.

이처럼 이번 문체부의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해석은 보는 시각에 따라, 처한 입장에 따라 엇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이 본 취지대로 창작자의 권리를 높이는 데 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분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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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의 공정성에 불균형이 일어나거나, 누수가 생기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곁들이자면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시간을 쪼개 쓰는 업소 점주들을 위해서라도 복잡한 저작권료 지급 체계를 보다 간소화 시킬 수 있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