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알뜰폰·학계 '보편요금제' 우려

경쟁활성화 정책은 후퇴, 정부의 규제 권한만 강화

방송/통신입력 :2017/07/21 18:45    수정: 2017/07/25 15:31

국가가 이동통신 요금에 직접 개입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이동통신 3사는 물론, 알뜰폰 업계와 학계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통 3사와 시민단체, 학계 교수들은 정부가 이날 공개한 법 개정안과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정부의 요금 개입, 경쟁이 사라진다

이동통신 3사는 기본적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규제당국이 요금설정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경쟁 활성화 정책이 후퇴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결국 정부에서 보편요금제의 요금과 제공량 기준을 정하겠지만 통신사가 가진 요금제는 모두 라인업이 바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 요금제를 정부에서 만드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사처럼 정부가 위탁하는 관리형 요금제로 퇴행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지만, 요금설정 권한을 만드는 것이라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시장상황은 변한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비교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공공재 성격이 있다고 해도 민간기업 서비스 요금을 전기나 가스보다 더 강한 요금 설정을 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당연히 요금이 내려가고 데이터 제공량은 확대되니 당연히 트래픽은 증가할 것”이라며 “트래픽이 증가하면 단기투자를 해야 하는데 수익이 줄어들고 투자가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품질이 저하될텐데 이런 것들이 경제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더 힘들어진다는 이슈가 있어서 특례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알뜰폰에 망을 빌려준 사업자는 이통사다”며 “이통사는 소매 시장에서도 손해를 보고 도매 시장에서도 손해를 보는 이중부담이 과연 맞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현재 경쟁구도에서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요금경쟁의 주도적 역할을 맡기를 모두가 희망하고 또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발로 인위적인 요금 인하와 제공량 확대 정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면서 “통신사마다 추구하는 관점이 있을텐데 정부가 관여하는 가격결정 개입은 모든 요금제가 비슷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3위 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두 똑같은 보편요금제를 출시하게 될 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은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 동영상 시청이 필수재? 알뜰폰 요금은 논의 밖?

휴대폰 이용행태가 과연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필수재로 볼 수 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변정욱 국방대 교수는 “3년전과 비교해보면 데이터 이용량이 크게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동영상 트래픽이 여섯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신 이용량 증가 주 원인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트래픽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이전에 음성 중심은 누구나 필수재 서비스라고 여기지만, 동영상 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 트래픽을 필수재로 판단하고 통신비 정책 대상으로 보는 문제는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휴대폰 요금 설정 권한이 정부에 너무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미래부가 공개한 보편요금제를 설계하는 산식 기준을 보면 도리어 정부가 요금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는 것 뿐이고 소비자 체감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판단을 한다”며 “사회적 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요금 설정은 산식 기준으로 미래부가 마음대로 하고 협의체는 유명무실하고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생존의 위기까지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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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보편요금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알뜰폰 업계가 토론회 패널에도 못 끼는 것이 매우 섭섭하다”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사에서 재정 여력이 있는 선두 사업자 외에 2~3위 후발사업자가 죽는다고 하는데, 전체 40개 사업자가 점유율 3%를 하는 알뜰폰은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지금 이렇게 토론회까지 하는 보편요금제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제가 지금도 알뜰폰에 있는데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며 “토론회를 할 시간에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더 만들어서 지금 말하는 보편 요금제보다 더 빨리 다양하고 싼 요금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