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덜 된 지상파UHD..."망신만 당하는거 아닌가"

"무료 주파수 요구할땐 언제고...지상파 소극적"

방송/통신입력 :2016/11/11 17:01    수정: 2016/11/11 19:38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될 예정이지만, 방송장비·콘텐츠 재원·수신 환경 등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 마저 내년 2월 UHD 방송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세계최초 타이틀을 얻으려다 세계적인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UHD 상용화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제작-송출-수신'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수신 단말기 문제다. 가전사들은 내년 2월에야 간신히 일정을 맞춰 지상파UHD 방송 수신이 가능한 UHD TV를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술방식의 차이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UHD TV는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셋탑박스가 필요한데, 이 장비 역시 내년 2월에나 마련될 예정이다. 셋톱박스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세계최초 UHD 방송을 준비할 때 시간이 촉박하다는 가정 아래 시작한 것"이라며 "모든 제반조건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하려면 너무 늦어지기 때문에 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도 수신환경 문제가 지적됐다. 11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UHD 방송이 내년 2월 수도권에서 시작되면 과연 몇 가구에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지금 당장 허가를 내주는게 맞느냐 라는 문제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이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처음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됐을 때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를 독려해서 빠른 시기에 솔루션이 보급되게 해 유럽식 TV 구매자들도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지상파UHD 기술 표준이 완료되지 않았고 방송 장비들도 프로토타입 수준이라는 점도 큰 문제다.

UHD 방송은 모든 송신소에서 단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단일 주파수네트워크(SFN) 방식을 이용하는데 지상파 3사는 아직 SFN망을 구축하지도 않았다. 3사는 연말까지 수도권에 SFN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월까지 테스트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파간섭이나 음영지역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주최 지상파UHD 세미나에서 SBS UHD 추진팀 이상진 박사는 “세계최초로 하려다보니 제작시설, 송신시설 등 제반상황이 안좋다”며 “이렇게 되면 사고율이 높을 수 있다. 그럼에도 2월 개국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SFN 기술을 지원하는 방송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상진 박사는 “각 사별로 카메라 편집시설 등 최소한의 시설로 본방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장비 시장이 아직 성장하지 않아 장비 대부분이 프로토타입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서울대 이상윤 교수도 “SFN을 지원하는 방송장비가 12월달에 나온다는데, 우리나라는 초기 버전 장비의 테스트 베드가 되는 셈”이라며 “12월에 나온 제품이 2월까지 버그(오류)가 없으리 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미흡한 콘텐츠 투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사들은 UHD 방송국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콘텐츠 투자계획을 부실하게 마련해 방통위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2월 지상파 3사가 밝힌 콘텐츠 투자금액 보다 85% 이상 늘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약속해 겨우 허가를 받아냈지만, 지상파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행이 쉽지만은 않다.

지상파 3사는 공공연 하게 "내년 2월에 맞춰 방송을 하긴 하겠지만 성공적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세계최초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니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송사만 탓하진 말아 달라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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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이같은 태도에 방통위 상임위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상파3사가 700MHz 주파수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UHD 방송을 도입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지상파 3사가 마치 등떠밀려서 하는 것처럼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지상파UHD 방송의 성공적인 제공을 위해서 정부 노력 못지 않게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제공받은 지상파가 성실히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석진 위원은 “(현재 문제가) 첩첩산중이다”며 “생각같아선, 시험방송 기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