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네트웍스 "SDN전략, 무대응 아닌 장기전"

에드 메이어코드 CEO가 밝힌 본사 비전

컴퓨팅입력 :2016/03/07 18:00    수정: 2016/03/09 07:49

익스트림네트웍스(이하 '익스트림')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사업을 통해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진 않는단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성장에 대한 기대는 물론 크지만, 시장 발굴 의지 측면에서 다른 국내외 네트워킹 인프라 사업자와의 온도차가 두드러진 모양새다.

익스트림은 네트워크 스위치를 판다. 지난 1996년 미국에 설립, 1999년 상장(IPO), 이후 1G, 10G, 20G, 40G 트래픽 처리 장비를 상용화했다. 무선랜 솔루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난 2013년 엔터라시스네트웍스를 인수했다. 유선 스위치 영역의 네트워크 관리 및 분석 기술 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키웠다.

사실 그 사업 규모는 시스코시스템즈나 HPE(아루바네트웍스) 등 거대 경쟁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익스트림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6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 기준 5억5천만달러, 한국돈으로 6천600억원 가량이다. 시스코나 HPE의 분기 매출보다도 작다. 다만 익스트림 매출은 네트워킹 인프라 사업에 올인하는 반면 시스코와 HPE의 실적은 네트워킹 인프라 외의 여러 사업을 아우른 결과다.

익스트림의 주력 분야는 네트워킹 인프라 중에서도 기업용 데이터센터 및 캠퍼스 네트워크인데, 이 분야의 세계 시장의 성장 추이는 정체기에 가깝다. 익스트림이 경쟁자들에 맞서 선전하더라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회사는 3년전 인수한 엔터라시스를 통해 확보한 무선랜 솔루션과, SW강화를 통한 SDN 사업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익스트림이 판단컨대 무선랜과 SDN사업은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자로서 정체된 실적을 끌어올릴 유망주다. 지난달 방한한 에드 메이어코드 익스트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가트너가 공개한 2014-2019년 네트워크 시장 전망 자료를 인용하며 회사 전략을 설명한 발언을 일부 옮겨 본다.

"기존 주력분야는 데이터센터(규모 101억달러, 연평균성장률 0.7%)와 캠퍼스랜(149억달러, 0.7%)이었다.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SDN(14억달러, 20.2%)과 무선랜(50억달러, 11.0%)이다. 당장 시장 규모는 주력 분야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와 캠퍼스랜 쪽이 훨씬 크지만 SDN과 무선랜 쪽의 성장성에 더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분야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에드 메이어코드 익스트림네트웍스 CEO

사실 이게 새로운 얘긴 아니다. 익스트림 본사는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빅데이터, 클라우드, SDN 등 신기술에 발빠르게 대응 중이라 강조했다. SDN 전략 드라이브를 위해 재작년 6월 오픈소스 SDN 프로젝트 '오픈데이라이트'에 합류하면서, 오픈데이라이트 첫 배포판 '하이드로젠'에 기반한 자체 SDN컨트롤러 '원컨트롤러'를 시범 공급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그 해 4월말 기존 사업 분야의 신제품 업데이트와 더불어 SDN 전략 강화 포석으로 SDN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스토어도 소개했다. 고객사와 기술파트너의 SDN 환경에서 유무료 SDN 앱을 제공하는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SDN 전략에 관련된 성과는 사실상 들려 오지 않았다. 야심찬 계획에 비해 진척이 신통찮다는 인상이다.

올해 방한 당시 메이어코드 CEO에게 세계 기업 시장을 겨냥한 SDN솔루션 출시라든지 SDN앱스토어 운영의 성과, 후속 활동 현황이나 사업 계획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일부를 옮겨 본다.

"지난해 발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이었다. 현재 그 후속 조치로 이뤄지고 있는 내용들은, (지적한 것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측면이 있다. VM웨어의 NSX와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능한, 우리 컨트롤러 기반의 SDN 지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SDN앱스토어(를 본격 운영이나 활성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준비 단계라 결과물을 가시화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또 익스트림 본사가 당장 SDN 관련 전략에 몰입하고 있다더라도, 한국 사업 활동을 통한 가시화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한국지사는 지난 2012년 본사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홍콩, 마카오, 필리핀을 아우르는 아시아지역본부로 승격됐을 정도로 사업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런 한국지사 임원들이 판단하기엔, 아직 미국대비 국내 SDN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익스트림이 선보인 SDN앱스토어의 경우 본격적으로 운영되진 않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단계라 표현할 수 있는데, 향후 익스트림이 제품을 통해 선보일 SDN기술과 기능을 외부 개발자, 고객사, 파트너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오픈API나 서드파티 엔지니어를 위한 기술자료 제공 면에서 활발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메이어코드 CEO 방한 당시 함께 배석했던 익스트림 아시아 기술지원센터 총괄 임원인 이송우 익스트림코리아 상무는 이와 관련해 "기술팀 차원에선 SDN앱스토어를 비

롯한 SDN관련 웹포털을 일단 공개한 상태인데, 마케팅 단계로 이행하는 데 일정상 지연이 좀 있다"며 "다음달 중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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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N시장의 성장성에 건 기대가 크다면서 별로 한 게 없지 않느냐는 지적은, 한국지사 임직원들에게는 다소 억울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한국의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텔레콤이나 KT, 네이버 등이 나름대로는 SDN 기술에 관심이 많다곤 하지만, 그에 대한 도입 논의는 현재까지 종합기술원이나 R&D센터 등 기술연구자들의 영역일 뿐이다. 벤더 입장에서 '시장'이라 부를만한 수요가 형성되려면 현업 인프라 운영 담당자의 의지가 커져야 하는데, 이들과 기술연구자들의 온도차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은연중 전해 들은 익스트림 한국지사의 시장 인식은 이렇게 요약된다. 대형 벤더들처럼 시장을 리드하기보다는, 완연한 대세가 형성됐을 때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