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SW정의 기술이 모든 인프라를 바꾼다"

이강원 NIC 담당 상무 오픈스택데이즈코리아 기조강연

컴퓨팅입력 :2016/02/18 11:51

SK텔레콤이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 기술'로 확 달라진 차세대 네트워킹 환경을 갖추겠다고 예고했다. 다가올 5G 시대를 선도하고, 사용자와 외부 기업들에게 유연한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와 개방형 하드웨어(HW) 기반의 새로운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을 만드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솔루션 업체의 기술에 의존했던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대체하려 한다. 그 실현 여부는 일반 기업용 IT보다 까다로운 안정성과 신뢰성을 요하는 통신 인프라에 현존하는 개방형 SW와 HW 기술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SK텔레콤 네트워크IT컨버전스(NIC) 랩에서는 그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강원 SK텔레콤 NIC담당 상무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오픈스택데이즈코리아의 2번째 기조강연 'How open HW and SW drives telco infrastructure innovations'를 통해 이런 기대와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통신 인프라를 5G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봤다. NIC가 만드는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은 모든 인프라를 바꿀 것이라 점쳤다.

5G가 꼭 필요할까? 4G로 표현되는 한국의 통신 환경은 지금도 외국 대비 좋은 편이다. SK텔레콤은 여기서 5G로 더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다. 5G란 용어가 많이 회자돼 별 것 아닌 듯 비치지만, 기술적으론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미 통신환경이 좋다면 굳이 주파수를 더 할당해 다음 세대로 가야 할 이유가 뭐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자체 조사도 있지만 시스코나 이런데서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트래픽 증가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한국 모바일트래픽량은 5배 가량 느는데, 통신망을 거기에 맞게 계속 확장하는 건 불가능한 수준이다. 5G는 속도 빨라지고 레이턴시 줄어드는 네트워크로 디자인되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접속을 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VR) 기기와 새로운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5G가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도 마찬가지다."

이 때 네트워크 사업자에게는 커넥티드카나 스마트공장 등 분야마다 다르게 요구되는 네트워크 특성에 대응해야 한다. 이 상무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를 위해 사람의 손이 아니라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게 미래 네트워크의 형태가 될 것이다.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가상화된 네트워크 기능을 가상으로 분할한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요구 특성에 맞게 각각의 대역폭과 손실률 등이 다른 네트워크를 하나의 (물리적) 인프라에서 운영되게 하는 목표를 잡았다."

이 상무 담당인 SK텔레콤 NIC랩은 이런 개념을 실현할 기술을 여러 오픈소스 프로젝트 개발 활동에 참여해 만들고 있다. 온랩(ON Lab)의 'CORD'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집중국이라고 하는 네트워크장비 많이 존재하는 장소를 바꾸는 목적이다. 클라우드를 위한 '오픈스택'과 SDN컨트롤러를 개발하는 'ONOS', 그리고 NFV오케스트레이션 기술 XOS를 활용하려 한다. 이걸로 트래픽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운영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곧 실리콘밸리에서 열릴 오픈네트워킹서밋에서 이 내용이 상세 공개된다고 한다.

"SW정의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인프라를 바꾸게 될거다. 비용이나 운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픈소스SW와 오픈HW가 필요하다. 오픈스택은 그 과정을 지원하고 공조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ONOS라는 SDN컨트롤러, 체프(CEPH)같은 SW정의 스토리지, 이런 것들이 전부 파워풀한 인프라의 근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주도하고 있는 OCP에도 합류했다. 통신사를 위한 OCP 프로젝트가 별도로 만들어졌다. 우리, 도이치텔레콤, AT&T, 버라이즌 등 5개사가 들어갔다."

SK텔레콤이 이런 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그 개발 결과물을 도입하려는 것 외에도 더 있다.

"SK계열사 하이닉스가 있다. 하이닉스가 D램시장 넘버2고, SSD 시장서는 세계5위다. 하이닉스(반도체 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를 갖고 SW정의 시스템을 만드는 목적도 있다. 여기 행사장 밖에 그 초기 장비가 전시돼 있다. CDN서버, 미디어스토리지용 장비, 서버용 스위치 등을 만들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오픈스택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 상무가 말하는 'SW정의'라는 용어는 대충 이런 의미다. 과거엔 IT 인프라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HW의 종류와 성능을 토대로 쓸 수 있는 SW가 결정됐다. 그런데 병렬컴퓨팅이나 개방형 아키텍처의 확산으로, 원하는 SW를 쓰고자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상황이다. SW가 반드시 HW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이런 현상이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지만, 향후 통신사 네트워크 인프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리라는 게 이 상무의 생각이다. NIC랩에서는 이런 흐름에 대비해 몇 가지 SW와 HW를 만들어냈다.

SW는 CEPH라는 오픈스택 스토리지 기술을 레드햇과 손잡고 올플래시 저장장치에 최적화한 '올플래시CEPH', 플래시 저장장치를 캐시로 사용하는 커널시스템SW 등이다.

HW는 SK브로드밴드 환경에 도입됐다는 '올플래시 미디어서버', 기업 환경에 맞는 가속용 SSD, 여러 네트워크 장비를 어플라이언스 방식으로 합친 서버기반의 스위치 'T-CAP' 등이다.

향후 통신사업자들의 미래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 환경에 필요한 오픈소스SW 및 개방형 HW 기술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됐다. 물리적으로는 화이트박스 HW 환경을 전제한다. 논리적으로는 SDN 기반 패브릭, 컴퓨트 노드, 스케일아웃 스토리지를 결합한 클라우드가 구성된다.

이 안에는 오픈스택과 ONOS의 SDN컨트롤러가 돌아간다. SK텔레콤은 'SONA'라는 뉴트론 플러그인을 만들어 오픈스택과 ONOS 컨트롤러를 연결한다. 그 위에 네트워크 운영 수단으로 RAN, EPC, 컨트롤 에이전트, VTN, 컨트롤 앱이 돌아간다. 이 전체 환경을 모니터링, 자동화하는 툴로 'TROS'라는 운영도구가 쓰인다. 인프라의 운영 상황을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줄 'TROI'라는 인텔리전스시스템이 동원된다. 개발자들에게 네트워크 자원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오픈스택 기반 프라이빗클라우드, 클라우드파운드리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도 제공된다.

관련기사

물론 당장 SK텔레콤의 인프라가 이렇게 돼 있다는 건 아니다. 다른 통신사의 운영 환경 역시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상무는 결국 자신이 제시한 형태로 여러 통신사업자들의 인프라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늘 얘기 중 기억할만한 사항을 딱 한 가지만 꼽자면 이거다. 기존엔 통신사 네트워크 인프라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실제 데이터 트래픽이 오가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그걸 보조하는 데이터센터. 그런데 앞으로는 '올IT네트워크'라는 방향으로 가면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운영되는 가상화, 오픈스택 기반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통합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런 방향으로 차세대 인프라를 디자인했고,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