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격랑…신차 아반떼·스포티지 어쩌나

초반 흥행에도 생산차질 우려...연간 목표 달성 '적신호'

카테크입력 :2015/09/18 11:39    수정: 2015/09/18 11:50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볼륨모델인 신형 아반떼(프로젝트명 AD)와 신형 스포티지(프로젝트명 QL)를 잇따라 내놓고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언한 올해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전사적인 역량을 투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앞서 연초 정몽구 회장은 올해 글로벌 판매대수 목표를 820만대(현대차 505만대, 기아차 315만대)로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1~8월 국내외 시장에서 총 510만2천649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기(526만2천741대) 대비 약 3.0% 감소한 수준이다. 월 평균 63만7천여대를 판매한 셈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314만3천384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기아차 역시 195만9천265대를 팔아 3.4% 감소했다.

신형 아반떼(사진=지디넷코리아)

■MK 공언한 판매목표...허언될까

현대·기아차는 안방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위기에 직면했다. 수입차 공세로 내수 점유율은 추락하고 있고 유로화·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경쟁업체들의 부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힘에 부친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점도 치명적이다.

대내외 악재를 딛고 현대·기아차가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4개월 동안 310만여대를 팔아치워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목표 달성은 물론 지난해 도달했던 800만대 고지 사수도 버겁다. 현대·기아차가 연초 제시한 판매 목표를 낮추거나 달성하지 못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정 회장이 직접 내건 목표를 허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신형 아반떼·스포티지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신형 스포티지(사진=지디넷코리아)

신형 아반떼는 지난 9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판매에 본격 나선다. 지난 15일 국내 시장에 선보인 신형 스포티지 역시 올 하반기 해외시장 투입이 시작된다. 우선 신형 아반떼·스포티지가 내수시장에서 모두 초반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 호재로 목표 달성에 청신호는 들어온 상태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외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고민이 한층 깊어진 셈이다.

■공급차질로 고객 이탈현상 우려도

지난 9일 출시된 신형 아반떼는 16일 기준 8천900대가 계약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출시 전까지 11일(영업일 기준) 동안 5천대의 사전계약량을 기록, 일평균 500대가 계약됐다. 출시 이후에는 30%가량 늘어난 일평균 650대의 계약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신형 스포티지 역시 이달 2일 이후 영업일수 기준 9일 만인 지난 14일 현재 5천여대가 사전계약됐다. R2.0 디젤 모델 단독으로 얻은 성과다.

다만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적기에 누려야 할 신차효과가 위태롭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공교롭게도 신형 아반떼가 출시된 지난 9일 찬반투표를 갖고 파업을 가결했다. 이어 16일 기아차 노조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하면서 동반파업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21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이번주 잔업과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나선 현대차 노조는 지난 11일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고 파업 돌입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양사 노사는 추석 연휴 전까지 올해 협상을 종결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임금 인상분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이견이 커 단 기간 내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현대차 노조 내부의 노노(勞勞)갈등도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파업 사태는 장기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이번 주 안에 양사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4년 연속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열린 2015년 현대차 26차 임단협(사진=현대차 노조)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고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큰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신형 아반떼·스포티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신차들의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차 생산 일정 차질은 수요가 몰리는 초기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쟁차종으로 계약 수요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에도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천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천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 역시 2만7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4천600여억원의 피해를 떠안았다.

기아차는 당시 신형 카니발과 신형 쏘렌토가 제 때 생산되지 못해 인도가 지연되는 등 피해를 입었고 이삼웅 사장이 협상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에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기도 했다. 현대차가 올 3월 출시한 신형 투싼 역시 초반 주문량 폭주에도 생산차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증량을 제 때 못해 신차효과가 조기에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특히 초반 수요가 많은 신차의 특성상 대기 고객들이 제때 차량 인도를 받지 못하면서 경쟁차종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업과 역차별 논란에 추락하는 이미지

추락하는 브랜드 이미지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실제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배부른 귀족 노조' 등에 빗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론 악화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판매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내수시장에서 심각한 불신으로 신차를 내놔도 시장에서 예전같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가 쏘나타·아반떼 등의 충돌 시연 등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자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꺼내든 데도 팽배해 있는 '안티(Anti)-현대차'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진의 고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노조의 파업은 사측의 여론 개선 노력에도 찬 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쏘나타 충돌 시연회(사진=현대차)

실제 영업일선 현장에서도 신차 상담 중 노조의 파업이나 내수용·수출용 차량의 역차별 등에 대해 느닷없이 성토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현대차 판매지점 영업사원 A씨는 "고객이 신차의 출고 대기 기간을 듣고 파업으로 인한 것이냐고 따져 묻는 경우도 있다"며 "고객의 핑계인 지는 모르겠지만 차량 성능과는 무관한 문제로 계약이 틀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내수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월 대비 1.8%p 줄어든 66.6%였다. 전월 대비로는 2.3%p 떨어졌다.

어렵사리 반등한 점유율이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 4월 69.4%로 올해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을 걷다 지난 7월 68.9%로 반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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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지난달은 노조의 파업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쏘나타의 충돌 이벤트가 실시된 시기다. 파업과 품질논란은 맏형인 현대차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각각 36.7%, 30.0%로 전월 대비로는 각각 0.7%p, 1.5%p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전년동월 대비로는 현대차의 점유율은 2.4%p 떨어졌고 기아차는 0.7%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