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성능은 보급형…디자인은 ‘프리미엄’

에이서 리퀴드Z5 리뷰

일반입력 :2014/06/19 14:56

권봉석

에이서 리퀴드 Z5(이하 Z5)는 에이서가 KT를 통해 처음 출시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5인치 854×480 화소(16:9) 화면에 1.3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달아 제품 가격을 크게 낮췄다. 3G 스마트폰이며 LTE는 지원하지 않지만 KT 유심칩 이외에 헬로모바일 등 KT 계열 알뜰폰 사업자 유심칩이라면 자유롭게 꽂아 쓸 수 있다. 보급형 제품 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외관에 공을 들였다.

화면 아래나 뒤가 아닌 화면 양쪽에 스피커를 달아 소리 전달을 극대화 했고, 여기에 DTS 음장효과를 이용해 영화나 음악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전면 카메라는 3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5백만 화소이며 기본 저장공간은 4GB, 무게는 147g이다. 출고가는 25만 9천6백원이며 KT를 통해 보조금을 받으면 24개월 약정 기준 7만원 내외에 구입 가능하다.

생소한 미디어텍 AP, 믿을 만 할까?

Z5에 채택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미디어텍 MT6572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AP지만 2년 전 출시된 뒤로 보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에 널리 쓰이며 성능 면에서 검증이 끝난 제품이다. 최대 지원하는 해상도가 qHD(960×540 화소)인 만큼 Z5에 달린 854×480 화소 화면도 무난히 처리한다. 다만 AP 자체가 2년 전에 출시된 제품이다 보니 체감속도는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다소 뒤처지는 느낌이다.

전원을 완전히 껐다 켜면 초기화가 끝날 때까지 약 1분이 걸리며 애플리케이션을 전환하거나 화면을 넘길때도 다소 지연 현상이 있다. 쿼드런트 벤치마크로 확인해본 점수는 3382점이며 퀄컴 스냅드래곤 S4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고사양 모바일게임은 무리지만 웹서핑이나 SNS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데는 충분하다. 기본 저장공간 4GB 중 초기 설정을 마치면 2GB를 쓸 수 있고 기본 제공하는 8GB 마이크로SD카드를 꽂으면 저장공간은 더 늘려쓸 수 있다. 단 64GB 이상 마이크로SD카드는 인식하지 못한다.

구글 순정 인터페이스 채택 ‘일장일단’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라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나 차별화를 위해서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를 탑재한다. 그러나 에이서는 독자 인터페이스 대신 안드로이드 젤리빈(4.2) 표준 인터페이스를 썼다. AP성능과 기본 용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아무래도 국내 이용자에 최적화된 국산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 화면 글꼴 조차 마음대로 바꾸기 힘들다. 불편하다면 구글플레이에서 따로 홈화면이나 런처를 받아 깔아 써야한다. 물론 이는 사용자에 따라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는 부분이다. 구글 순정 화면을 선호하는 사람도 적잖기 때문이다.

구글 표준 인터페이스를 따르면서도 소소하게 편리한 기능도 곳곳에 숨어있다. 전화를 건 다음 왼쪽 위 확대·축소 버튼을 누르면 전화걸기 애플리케이션이 자동으로 반투명 창으로 축소되면서 다른 앱을 실행하기 쉬워진다. 빠른 모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어린이나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복잡한 화면은 감추고 큰 아이콘만 몇 개 보여준다. 배경 화면이나 기본화면 아래 아이콘을 설정할 수 있는 내 스타일 애플리케이션도 기본 탑재돼 있다.

보급형은 디자인이 별로라는 편견 깼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디자인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Z5 만큼은 이런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소재를 쓰긴 했지만 화면과 주위 테두리를 가능한한 얇게 만들었고 화면 뒤는 유선형으로 만들어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따로 판매되는 플립 케이스를 씌우면 국산 스마트폰처럼 창이 생긴다. 전화가 오거나 문자를 받을 때 작은 창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스피커는 보통 스마트폰 아래나 뒤에 달기 마련인데 Z5는 화면 위아래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하나씩 달았다. 영화나 음악을 즐길 때는 설정에서 DTS 사운드를 활성화하고 고음과 저음을 조절해 입맛에 맞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갈라지는 소리는 덜하지만 저음은 의외로 약하다. LG전자 G시리즈처럼 화면 뒷편에 위치한 카메라 아래 한 번만 누르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퀵버튼이 있지만 화면 잠금이 풀린 상태에서나 쓸 수 있어 활용도는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다.

결론 : 누구나 스포츠카를 몰아야 할 필요는 없다

Z5는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외산 보급형 스마트폰 중 디자인이나 완성도 면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이다. 물론 단순히 성능만 따지자면 쿼드코어 스마트폰, 풀HD 스마트폰이 평범해져 버린 요즘 제품 트렌드에 맞지 않은 제품이다. 번호이동 기회만 잘 잡으면 최신 스마트폰을 0원에 가깝게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은 언제나 매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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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들에게 67요금제니, 72요금제니 하는 비싼 요금제를 3개월씩 써야 하는 최신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할까? 누구나 스포츠카를 몰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통화와 소셜네트워크 정도, 웹서핑 정도만 쓸 것이라면 Z5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지다. 유럽에 출시된 모델과 달리 듀얼심을 쓸 수 있는 기능은 빠졌지만 국내에서는 3G망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점과 그만큼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굳이 단점이라고 하긴 어렵다.

물론 불편하거나 어색한 점도 분명히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색한 우리말 번역이다. ‘자동 순환’이니, ‘부유식 발신자’니 하는 표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업데이트를 통해 ‘화면 잠금’ 등 더 자주 쓰이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꿔주는게 낫다. 또 왼쪽 스피커가 상대방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화기 역할을 겸하는데 귀에 밀착되지 않는 경사진 각도로 달려 있다. 얼굴에 화면을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니라 귀에 스피커를 가져다 대다시피하며 통화를 해야 하는데 통화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좀 신경쓰인다. 통화가 많다면 블루투스 헤드셋이나 핸즈프리 이어폰을 쓰는게 더 낫다. 가격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괜찮은 제품이지만 보급형 스마트폰을 권하기 어려운 국내 이동통신 시장 환경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