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vs크리에이티브,마케팅주도권싸움

일반입력 :2014/05/16 10:54    수정: 2014/05/27 08:26

황치규 기자

'크리에이티브'(Creative)라는 슬로건이 지배해왔던 마케팅 영역도 이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진입했다. 경험에 기반한 직관에 대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 분석과 그걸 활용해 프로모션을 펼치는, 이른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만 갖고 승부하려는 마케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하둡 전문 업체 맵알의 미셸 넴쉬프 부사장은 지디넷코리아 칼럼을 통해 "빅데이터 시대, 독립적인 비즈니스 기능으로써 전통적인 마케팅 역할과 구조가 변할 것이며,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게 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마케팅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마케터라면 이제 숫자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어도비에서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총괄하는 브래드 렌처 부사장은 지난 3월  어도비 서밋 디지털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숫자를 외면한채 크리에이티브에만 목을 매는 마케터의 시대는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은 경쟁력있는 마케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CMO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면 그 누구보다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CMO가 CEO가 된 아우디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마케터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을 만큼, 숫자와 기술에 대해 친숙해 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CMO가 될 수 있고 CMO가 CIO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이것이 지금 업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고 덧붙였다.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환경이 확산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효과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고객 접점은 통합 관리될 필요가 있지만 오프라인과 웹서비스, 그리고 모바일에서의 고객 접점은 서로 단절된, 이른바 '사일로'(Silo)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사일로가 있는 상황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옴니채널 기반의 쇼핑 환경을 구축하는 건 요원한 일이다.

옴니채널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 웹 쇼핑몰, 모바일쇼핑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구축됐던 고객유입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고객 유입통로를 구축한다는 멀티채널에서 한단계 더나아가, 수단에 상관없이 동일한 쇼핑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옴니채널을 구현하려면 기업의 다양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과 마케팅관리, SNS 연계, 추천시스템 등이 연결돼 고객의 전반적인 구매 활동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문, 재고관리, 구매 및 공급망 관리(SCM), 물류 및 배송 시스템과도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조직 차원의 협업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만큼, 무턱대고 기술만 도입한다고 제대로된 디지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고 보는건 오버액션이다. 준비하고 챙겨야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뜬다고 하는 디지털 마케팅, 말은 많지만 솔직히 실행파일을 제대로 갖춘 기업은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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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 20일 코엑스 그랜드볼륨에서 '고객,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것'을 주제로 마케팅 스퀘어 컨퍼런스2014를 개최한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 이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급변하는 마케팅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마케터들 사이에서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페이스북, 국내에서 모바일 마케팅의 포문을 연 카카오는 물론 디지털 마케팅 기술은 주도하는 빅3인 어도비, IBM, 오라클도 모두 참석해 자사 플랫폼들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조용범 한국지사장이 직접 나와 페이스북이 갖는 마케팅적인 가치를 강조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