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활용해야 할 韓人 네트워크는?

일반입력 :2014/03/25 16:51    수정: 2014/03/25 22:42

미국에 이민 갔을 때 공항에 누가 픽업하러 왔느냐에 따라 그사람의 직업이 결정된다는 말이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는데 그만큼 인맥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말입니다. 실리콘밸리에도 한인 네트워크가 많이 있습니다. 잘 활용하시면 창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쟁쟁한 실력자들만 모인다는 실리콘밸리. 밀어주고 당겨줄 인적 네트워크는 이 곳에서 무시 못할 요소다. 이미 중국계나 인도계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서로를 이끌어 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진출도 늘었다.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모임인 '베이에어리어 K그룹' 회원만 2천600명이다. 다른 네트워크 그룹도 여럿 있다. 2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는 실리콘밸리 선배들이 어떻게 한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페이스북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K그룹 윤종영 회장은 먼저 실리콘밸리에서의 한국인들의 위상을 중국계, 인도계와 비교해서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은 숫자도 굉장히 많고 지위도 상당히 높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우수인력이 절대적으로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구매력이 큰 중국과 인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할 때 내이티브를 쓰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민 역사를 따져봐도 중국이나 인도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아직 상대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위상이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실력이나 의지가 부족해 서라기보다 인구가 작고 이민 역사가 짧다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실리콘밸리 안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K그룹같은 네트워크가 많이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형성되는 이민 세대들은 뭉쳐야 한다. 뭉쳐야 시너지가 생기고 중국계, 인도계와 경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정희 엔웨이 사업개발이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여성들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다. 진 이사는 산호세에는 워낙 남자가 많아서 맨호세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실리콘밸리 안에서도 성평등이나 여성의 수가 너무 적은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가 IPO(기업공개)를 했을 때 여성 임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논의의 발단이 됐다.

진 이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여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보면, 프로페셔널 커뮤니티 내 여성 비율은 10% 정도이고 40대 임원급 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 내 20~30 대 한인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특히 남성들이 엔지니어 부문에만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산업군에 많이 진출해 있다고 전했다.

진 이사는 여성들은 가정을 가지면서 커리어가 꺾이는 경우가 많은데 롱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교류하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게 중요하다. K그룹 안에도 W그룹이라는 여성 소모임이 존재한다. 이런 연결을 통해 10년 20년 후엔 실리콘밸리에 한인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융 에잇크루즈 대표는 뉴욕, 보스톤이 있는 동부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동부의 문화 차이에 대해 소개했다. 동부는 미국의 고전적인 가치와 멋스러움이 살아있어 회사원들은 반드시 양복을 입고, 금융, 미디어 회사의 본사, 패션업, 광고업, 외식업이 발달됐다. 겨울이 길기 때문에 실내 스포츠를 많이 한다. 반면 실리콘 밸리는 날씨가 좋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많고 하이테크나 스타트업 업체가 많고 차는 대부분 테슬라를 탄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런 설명을 하는데는 창업이나 미국 취업을 꿈꾼다면 자신의 커리어가 어느 지역에 잘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부와 서부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 K그룹이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건 하이테크산업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산업에서의 스타트업 기회가 텍사스, 뉴욕, 보스톤, 시애틀에도 많다는 점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일 GPOP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네트워크 활용기에 대해 소개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K그룹, 카반 등 한인 네트워크가 많다며 본인도 K그룹, 그룹내 UX소모임, 구글글래스 모임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인들과 창업하는 것이 '악'이라고 보는 시선에 대해 창업은 인종을 떠나서 자신과 잘 맞는팀을 만나서 소통과정을 겪고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말을 쓰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한인들이 함께 창업하는 것이 '악'보다 '득'이 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하면 한인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알아보고 여러 곳 중 자기와 맞는 데를 찾아 연결시켜 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인맥 쌓기라는 주제로 이야기 했다. 그는 2000년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소셜네트워크(SNS)도 없던 터라 한국사람 찾기가 아주 어려웠다며 가끔 신문에 나는 정보를 보고 연락하고 싶어도 이메일도 찾을 수 없고 또 갑자기 연락해도 선뜻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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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 힘들게 연결했던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연결이 너무 쉬운 '초연결'시대인것 같다며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인 인물들을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들, 또 한국계 2세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 또 한국인을 배우자로 두고 있는 VC나 업계 전문가들을 추천했다.

특히 VC와 연결할 수 있는 팁을 설명하며 SNS를 통해 그가 어떤 생각 어떤 취미 관심사를 계속 팔로우 하면서 친밀도를 높이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 지인이 픽사 CTO와 SNS상에서 맨션을 주고 받다가 친해져 미국에 방문했을 때 픽사 내부 투어를 할 기회를 얻은 케이스도 봤다며 요즘 시대에는 느슨한 연결(Weak ties)'을 꾸준히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