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받으려면..."

일반입력 :2014/03/25 13:11

남혜현 기자

실리콘밸리에만 가면 벤처투자자들이 수백만달러의 돈을 쉽게 건네줄까? 어림없는 소리다. 한국보다 투자 회사도 많고 투자 금액도 크겠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 실리콘밸리에 가서도 투자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선배들의 조언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은 어떤 이야기에 혹할까, 어떻게 하면 나에게 투자를 할까. 칠전팔기 도전 끝에 투자를 받고, 창업을 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이들의 경험담이라면 이제 막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햇병아리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정융 에잇크루즈 대표가 2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 참석,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배 대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공돌이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고 나서, 대기업에 취직했다. 남부러울게 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가 돌연 '벤처 창업'을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대체 왜?가 그에게 돌아온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결정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많은 이들 앞에서 경험을 공유한느 배 대표는 없었을 게다. 그를 나름의 성공으로 이끈 것은 역시 '네트워크'다.

처음 미국에 가서 창업한다고 했을 때 햇병아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영어도 준비했는데, 막상 가보니 해야할 일이 굉장히 많더라. 직원들 급여부터, 마케팅, 스톡옵션까지…. 그런데 발품팔며 물어보니 안 가르쳐 줄 것 같던 사람들도 많이 도와주더라.

생각보다 열려 있는 곳, 실리콘밸리다. 그렇지만 배 대표도 지금을 확보하는 일은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는 수백여 벤처 캐피탈이 있는데 절반은 만난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만나본 벤처 캐피탈들은 창업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금 같은 존재지만, 모르고 만나면 꿈을 앗아갈 수도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만큼 잘 알고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다.

먼저, 벤처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사전준비부터 필요하다. 무턱대고 찾아간다고 투자자들이 만나주지도 않을 뿐더러, 어렵게 얻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배 대표가 포함된 K그룹(실리콘밸리 내 한인 모임) 파티 처럼, 여러 모임에 가능한 많이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자연스런 유머와 스피치를 연습해야 한다. 그렇게 쌓인 네트워킹을 통해 원하는 투자자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는 실리콘밸리에 자리한 작은 마을 샌드 힐을 찾아라. 자그마한 지역인데, 이 곳에 벤처 캐피탈의 70%가 몰려 있다. 이 곳에서 배 대표는 70개 이상의 투자사들을 만났다고 술회했다. 캐피탈 마다 성격이 다르고, 그 캐피탈의 파트너들이 중요시 하는 것도 모두 다르므로, 최소 세 곳 이상의 투자사들을 만나 여러 질문에 대응할 답변을 준비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벤처 투자사들이 어떤 유형의 창업가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했다. 회사를 시작하는데 창업자가 얼마만큼의 리스크(위험)를 지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을 얼마만큼 집어 넣는지에 따라 열정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는 처음 창업하는 이에게 투자할 벤처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실패 경험을 쌓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니 이를 한번쯤은 거쳐 보라는 것이다.

벤처 투자자들은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남들이 안하는 선택을 지지할만큼 용감한 투자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당신 아이디어에 누가 관심 있어 하는가도 투자자들이 창업가에 하는 단골 질문이다. 창업 아이템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지, 고객 반응이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도 확실한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아이템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이다. 1+1의 답이 2가 아닌 1천, 1만이 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템을 제시했을 때 투자자들이 다시 만나자고 답한다면 우선은 긍정적 신호다. 이 투자자가 돌아가서 다른 파트너와 의견을 나누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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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투자자가 우리가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거절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 배 대표는 그때부터가 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약속을 잡아 달라 하고, 멘토를 소개해 달라 요구하며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 투자의 실마리도 보인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강연 말미에서 투자자들과 많이 만나고, 그 만남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를 혼자만 알아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뭘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실행이 중요한 시대라며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그 수단이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