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급 완성도…키보드 배열 ‘옥의 티’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 리뷰

일반입력 :2014/03/05 13:23    수정: 2014/03/05 15:38

권봉석

2011년 이후 인텔 울트라북이 대중화되면서 더이상 들고 다니기 좋은 가벼운 노트북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백만원이면 1.5kg 이하에 터치까지 되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조금만 더 돈을 보태면 무게는 1.2kg 이하로 내려간다. 휴대성과 돈을 맞바꾸는 셈이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나 무게를 넘어서 진짜 쓸만한 노트북을 골라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하는 작업에 화면 해상도는 적당한지, 배터리도 오래 쓸 수 있는지, 비밀번호 이외에 노트북을 잠글 수 있는 수단은 있는지, 성능은 넉넉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노트북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이하 X1 카본)은 구매 고려대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4인치 QHD 화면에 무게는 1.3kg에 불과하고 전력 소모가 적은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써서 사용 시간도 늘렸다. 지문 센서를 이용해 노트북을 잠글 수 있는 기능도 내장했다. 어디서나 움직이면서 고성능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전문가에게 알맞다.

14인치 화면 달고도 “고작 1.3kg”

X1 카본의 무게는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 1.3kg에서 1.4kg를 오가며 두께는 17.7mm다. 탄소섬유를 써서 무게를 줄인 탓에 다른 13인치급 노트북과 비교해도 가벼운 편에 속한다. 2011년 출시된 씽크패드 X1이 무게 1.69kg, 두께 17mm에 13.3인치 1366×768화소 화면을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 이상으로 가벼워진 셈이다.

화면은 14인치이며 1600×900 화소와 2560×1440 화소(QHD)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해상도 모두 세로 폭이 길어 문서 작업할 때 편리하다. 여러 자료를 참조하면서 일해야 한다면 풀HD보다 2배 이상 넓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2560×1440 해상도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에는 터치스크린 모델도 나와 있지만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IPS 패널을 써서 각도에 따른 변색/왜곡이 적고 화면은 0도에서 180도까지 펼칠 수 있어 자유도가 높다. 14인치인 만큼 키가 작거나 간격이 좁아 타이핑이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특수키 위치 변경이다. 캡스락 키가 있어야 할 곳에 홈/엔드 키가 있고 백스페이스 키 뒤에 딜리트 키가 들어가 있다. 반면 왼쪽 시프트 키를 두 번 눌러야 캡스락 키로 작동한다. 영어 문장을 자주 입력해야 한다면 시프트를 두번 눌러 대문자 상태를 끄고 켜는 것이 매우 고통스럽다.

눈에 띄는 것은 어댑티브 키보드다. 윈도 운영체제를 쓰다 보면 키보드 맨 윗줄에 배치된 기능키(F1~F12)를 누르는 일이 손에 꼽는다. X1 카본은 이 기능키를 LCD가 달린 터치스크린식으로 바꾸고 필요한 프로그램에 따라 기능을 바꿔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오피스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가장 많이 쓰이는 잘라내기・복사하기・붙이기 기능이 활성화되는 식이다. 왼쪽 위의 Fn 키를 누르면 순서대로 기능이 전환된다.

씽크패드 시리즈의 특징인 트랙포인트는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손을 멀리 움직이지 않고도 마우스 조작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트랙포인트가 불편하다면 키보드 아래의 클릭패드를 쓰면 된다. 버튼 좌/우 구분은 없고 트랙패드 오른쪽 아래를 누르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인식된다. 입출력 단자는 USB 3.0 단자 두 개, HDMI 단자와 디스플레이포트 미니 단자, 유선랜 확장 단자, 헤드폰 단자가 하나씩 달렸다. 이동성을 중시한 제품의 성격에 비춰볼 때 적절한 수준이다. 다만 SD카드 등 메모리카드 리더가 없는 것은 조금 의아하다.

여러 프로그램 동시에 띄워 쓸 수 있는 무난한 성능

X1 카본은 최상위 모델(인텔 i7-4550U) 이외에는 모두 인텔 4세대 코어 i5-4200U(1.6GHz) 프로세서를 썼다. 전력 소모가 낮아 다른 울트라북에도 주로 쓰이는 프로세서다. 듀얼코어 프로세서지만 코어 두 개를 네 개처럼 쓰는 하이퍼스레딩 기능도 내장했다. 그래픽 기능은 프로세서에 내장된 인텔 HD 4400 칩셋을 쓰는데 2K 동영상 재생이나 변환에는 적합하지만 게임은 무리다. 디아블로3 정도라면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을 낮추고 돌아갈 수준이다.

운영체제는 윈도7과 윈도 8.1 중 선택할 수 있다. 윈도7은 프로페셔널, 윈도 8.1은 일반 버전이 제공되며 둘 다 8GB 메모리를 모두 쓸 수 있는 64비트 버전이다. 일반 이용자라면 윈도 8.1을 반길 수 있지만 업무용 프로그램은 1~2년 전에야 겨우 윈도7 지원이 시작된 경우도 많다. 쓰는 프로그램이나 주위 환경에 따라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저장장치는 SSD이며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 128GB에서 256GB까지 선택할 수 있다. 화면 종류나 메모리처럼 다른 하드웨어 구성이 같다면 SSD에 따른 가격 차이는 5만원 남짓이다. 여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256GB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SSD를 직접 교체할 수 있지만 mSATA 방식이 필요하고 메모리는 아예 분리나 교체가 불가능하다. 리뷰 제품에는 삼성전자 256GB 제품이 들어갔고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확인한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최대 504.1MB, 251.2MB다. 쓰기 속도는 데스크톱용 SSD보다 약간 느리지만 체감 속도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두께와 무게를 대폭 줄인 노트북은 대부분 배터리를 본체에 내장해 쉽게 교체할 수 없다. 두께를 17.7mm로 줄인 X1 카본도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본체에 넣었다. 하지만 8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았고 제조사가 밝힌 최대 이용시간은 9시간이다. 밝기나 성능을 조절하면 7-8시간 가량은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전원 관리 프로그램 ‘파워 매니저’는 현재 쓰고 있는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슬라이더를 끌어 소비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배터리가 30% 남은 상태에서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자 래피드차지 기능이 작동해 20분만에 61%, 40분만에 86%를 채웠다. 배터리 용량이 80%를 넘은 시점부터는 내부 배터리 보호를 위해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손가락 한번만 슥 그으면 “윈도 로그온”

노트북을 업무에 활용할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바로 보안 문제다. 임직원의 연락처나 제품 출시 전략부터 시작해 외부에 유출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데이터가 알게 모르게 쌓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노트북을 아무나 열어볼 수 없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 원격으로 데이터를 삭제해야 한다.

노트북의 윈도 운영체제를 열어볼 수 없게 하는 기능은 바이오스 비밀번호와 지문 로그온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문 관리 프로그램 ‘핑거프린트 매니저 프로’를 실행한 다음 지문을 등록하고 바이오스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된다. 윈도 운영체제를 부팅하기 전 한 번, 윈도 로그온 화면에서 한 번 지문을 입력해 주면 된다. 비밀번호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고 인식 속도도 빠르다.

노트북을 도난당했다거나 분실했다면 현재 노트북 위치를 추적하거나 잠근 뒤 데이터를 원격으로 삭제해야 한다. X1 카본은 인텔 도난방지 기술 ‘안티테프트’를 내장하고 있어서 ‘맥아피 도난방지’, ‘노턴 도난방지’ 등 서비스에 따로 가입하면 이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파일을 안전하게 암호화할 수 있는 TPM 칩을 기본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윈도7 엔터프라이즈・얼티밋, 윈도 8.1 프로 등 파일 암호화 기능 ‘비트로커’를 쓸 수 있는 운영체제가 기본 제공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윈도 애니타임 업그레이드로 상위 버전 윈도를 선택하거나, 상위 버전으로 윈도를 재설치하면 해당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은 외부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고 휴대성은 11인치나 13인치 제품에 비해 약간 떨어져도 보다 나은 성능과 사용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다. 14인치 QHD 디스플레이로 여러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일할 수 있어 업무 효율도 높다. 지문 로그온과 안티테프트 기술을 활용하면 내장된 데이터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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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코어 i5 프로세서, QHD 디스플레이와 8GB 메모리, 256GB SSD에 윈도7을 쓴 모델이 205만원, 코어 i5 프로세서와 1600×900 디스플레이, 윈도 8.1에 128GB SSD를 쓴 모델이 165만원 선이다. 무게와 화면 크기가 비슷한 노트북 중 QHD 디스플레이를 단 모델은 현재로서는 씽크패드 X1 카본이 유일하다. 다른 노트북보다 넉넉한 배터리와 넓은 해상도에 돈을 더 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다만 기본 제공되는 윈도 운영체제로 TPM 칩의 암호화 기능을 완벽히 활용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익숙해질만 하면 오타를 내는 키보드가 문제다. 비트로커 기능은 운영체제 재설치로 해결할 수 있지만 키보드 배열은 이용자 수준에서 어찌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키보드에 적응할 자신이 있다면 이 제품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