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우린 벤처, 작은게 경쟁력"

올해 매출 2천억원...상장 계획 아직 없어

일반입력 :2013/12/10 15:55

남혜현 기자

인수·매각설이 심심찮게 들린다. 국내용에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단 우려의 소리도 잦다.

카카오 이야기다. 물론 카카오는 성공한 벤처다.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내놓고 스타가 됐다. 지난해 선보인 '카카오 게임하기'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성장폭이 가팔라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은 4배, 사람은 2배 늘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순 없다. 세상은 넓고 경쟁자는 속출한다. 침몰하는지도 모르고 가라앉는 배도 많다. 카카오가 내놓은 서비스들이 모두 성공한 것도 아니다. 카카오의 역할, 카카오의 경쟁력에 쏠리는 눈이 많은 이유다.

카카오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카카오를 둘러싼 경쟁 환경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궁금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 대표를 만나야겠단 생각은 그래서 하게 됐다. 한 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미팅이 잡혀 있다는 이 대표를 최근 경기도 분당 판교 카카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회의실에 들어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대 '사장님'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노란 후드 점퍼를 입고서. 오가는 직원들을 그를 사장님이 아닌 '비노(VINO)'라 불렀다. 이탈리어로 와인을 뜻하는 비노는 이 대표의 영어 이름이다. 와인을 좋아해 아예 이름으로 삼았다.

그는 카카오를 아직은 작다고 표현했다. 아직 작다는 것은 의사결정이 빠르단 뜻이다.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더 큰 것을 얻을 가능성을 포함한다. 카카오도 이제 시작이다. '모바일 빅뱅'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다음은 이석우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 술도 잘 먹고 노래도 잘한다. 남자 치곤 안올라갈 고음까지 다 올라간다고. 놀기도 잘 노는데 공부도 잘하는 수재라고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부가 제일 쉬었다(웃음). 사실, 아니다. 다들 취해서 들으니까 노래도 잘 한다고 들은 거지.

▲ 술을 그렇게 마시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연말까지 술 약속이 비어 있는 날이 없다. 하루에 네 시간씩 밖에 못자고. 움직이면서 차에서 자는 정도다. 그 와중에 운동을 하려고 한다. 새벽밖에 시간이 안되니까. (새벽 운동이) 습관이 되기까지 힘들지.

▲ 경쟁자가 많이 늘었다. 생존 전략이 뭔가?

우리가 어떻게 될 거다라고 예상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 카카오가 다른 경쟁 서비스 대비 갖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은 '아직도 작다는 것'이다. 돈이나 인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우니까 빨리 움직이고 빨리 실행해보고, 안되더라도 실패의 교훈을 빨리 찾아서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한다.

▲ 카카오가 출시한 서비스 중에 실패했다고 판단 되는 것이 있나?

상대적인 건데, 실패라고 하면 실패라고 할 수도 있고. 카카오 페이지도 야심차게 오랫동안 투자해 준비했는데 1개월 반 정도 해보니까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같이 안나왔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거라 생각해서 완전히 서비스를 리뉴얼했다(카카오 페이지는 지난 9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됐다).

다시 또 도전을 하는 단계고 이 정도면 반응도 좋지만 완성도가 있는 서비스라 보긴 힘들 것 같다. 새롭게 도전하고 다시 수정을 하고 이런 프로세스를 돌리고 있다.

▲ 접을 생각이 있는 서비스도 있나?

어쨌거나 서비스를 출시하면 이용자가 있으므로 쉽사리 '아예 문을 닫습니다'는 힘들다. 그렇지만 자원 배분은 조정해서 다른 데 또 투입을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 싸이월드도 분사한다. 안 되는 모델들도 나오고 하는데 요새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글쎄. 모바일은 지금 따지자면 태동기다. 창업들도 많이 하고 있고. 다행히 카카오가 운이 좋아서 초반에 컸지만 앞으로 제 2의, 제 3의 카카오도나올 거다. 어떻게 보자면 PC에서 하던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오는 단계에 있어서 아직은 모바일 특성에 맞는 서비스는 이제 막 나오는 단계다.

(사람들이) 개인 정보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사실 얘는 완전히 개인화된 디바이스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는지 그런 것이 다 저장된다. 그런 정보들을 잘만 활용하면 정말 편리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거다.

푸쉬형 서비스에 개인 정보 서비스가 결합하면 정말 기가 막힌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던져주는 서비스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만 좀 극복이 되면 창의적이고 모바일에 맞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닌 거 같다. 내년이나 내후년 쯤?

▲ 연말까지 매출을 2천억원을 예상했다. 증권가 예상치였던 2천500억원보단 낮다.

내부적으로 매출 정보를 공개한 적은 없다. 아직 12월까지 봐야 확실하지만 지금 상태로선 (2천억원) 그정도가 나올 것 같다.

▲ 내년 매출은 어느 정돌지 예상할 수 있나?

예상할 수가 없다. 작년 초에 저보고 '매출 얼마할거에요' 라고 물었으면 '글쎄요 한 50억 할까요?' 이랬을 거다. 작년에 458억원, 그 전해에 18억원 했다. '게임하기'가 누가 터질 줄 알았겠나.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카카오 스토리 론칭할 때 우리끼리 내기를 했다. 보름 뒤에 가입자 수가 얼마가 될 거냐 가지고 임원들이 만원 내기를 했는데, JB(이제범 공동 대표)가 땄다. JB가 500만이라 그랬는데 난 200만 예측했다. 다들 100만에서 200만을 얘기했다. 그런데 보름이 아니고 9일만에 1천만을 찍었다.

다만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는 2015년까지 수익을 내는 파트너 100만을 만들자는 거다. 숫자가 중용하다기 보다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로 수익을 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래야 파이도 커지고.

▲ 게임하기에 이어 다음엔 뭐가 터질거 같나?

돈을 버는 것 보다도, 자연스럽고 의미있게 돈을 버는게 중요한 거 같다. 돈 버는거 하려면 배너광고 해도 된다. 그렇게 안 하는 이유가 있다. 나름대로 서비스 철학이다. 플러스 친구라는게 본인이 선택을 해야 메시지를 받아보는 것처럼 자연스런 서비스의 흐름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 스토리를 한지 1년 8개월 됐는데 그 안에 스토리 플러스를 넣을 생각이다. 관심있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피드에 넣는 방식을 고민 해보자 해서 내년 초 출시한다. 지금은 베타 테스트 중이고. 그런 것들에 대한 기대가 있다. 중소 상인들이 큰 비용 안들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채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얼마전 사석에서 페이스북이 감을 잡았다고 얘기했는데.

한국에서 감을 잡았다기 보다는, 모바일에서도 수익이 많이 나오고 있다. 보도 나오는거 보면 굉장히 모바일 회사로 변신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보이는 거 같다.

사실 웹에서 출발한 회사들이 모바일에 왔을 때 웹의 큰 화면에 있는 모든 걸 어떻게든 집어넣어야 할 거 같은 압박 때문에 앱 자체가 복잡하고 기능도 많고 무겁고 느려진다. 그런 것들을 좀 정리를 해가는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 해외 시장 전략은 어떻게 되나

어차피 앱이라는게 앱스토어나 구글에 올라가면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거다. 해외에 마케팅을 할거냐 안할거냐의 이슈다. 여력이 아직은 안돼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이렇게만 하고 있다.

우리 형편엔 굉장히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다른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재정이) 좋지 않나? 물량공세를 하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해선 우리가 도저히 힘들지 않나. 서비스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채팅 서비스 모델을 따라하는 건 쉬우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선점되지 않은 시장을 보고 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위챗이 꽉 잡고 있는 중국에 돈을 쓰느니(웃음)….

같은 돈이면 잠재력이 있는 시장에 쓰는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집중하는 곳은 인도네시아고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진행하고. 차별성은 현지화다. 라인이나 위챗도 현지화하지만 우린 좀 더 현지에서 좋아할만한 콘텐츠나 기능들을 넣으려고 한다. 각 나라별로 팀들이 나가 있다. 인도네시아에 현지인 포함해서 12명 정도 가 있고.

▲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사회 활동이 있나

그걸 했으면 좋겠다, 외국인 노동자들. 외국 생활을 오래 해보니깐(하와이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부분들을 케어를 못하는 거 같아서 여력이 된다면 외국인 노동자 관련 활동을 해보고 싶다. 아직은 아닌데 마음은 갖고 있다. 무언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 내년에 카카오에 새로 도입하거나 시도할 분야가 있나?

많다. 많은데, 다 할 순 없다. 플랫폼 역할을 어떻게 더 충실할 수 있을까. 핵심은 카톡 친구 관계인거고, 그 친구 관계를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업자나 다른 서비스 잘하는 사업자에 잘 제공해서 확산되도록 하는게 목표다.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고 서비스도 무궁무진해서 딱히 이거다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하고 있는 것 중에선 카카오 페이지가 좀 잘 됐으면 좋겠다. 내년엔 다양한 시도들을 할텐데 그 시도의 핵심이자 공통점은 친구 관계다.

▲ 미국이나 유럽, 중국이 주요 마켓인데….

우리 회사에 미국에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김범수 의장이 초대 NHN 미국 법인장이었고, 제가 문 닫고 나왔다. CFO인 송지호 부사장도 CJ인터넷 북미법인 대표를 해서 미국에서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마케팅 하려 해도 돈이 엄청 들어서 너무 어려운 시장이란 걸 안다. 섣불리 뭘 하기가 힘든 것 같다.

뭔가 막연하게 글로벌 얘기를 하지만 완제품을 파는 것 하고 서비스를 파는 것은 정말 다른 이야기 같다. 특히 서비스는 문화,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서울에 앉아서 미국향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 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오랫동안 직접 나가는 경험을 하고 서비스를 체험해야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어쩌다가 한국에서 미국에 대박을 치는 서비스가 나오는걸 기대하는 건 욕심인 거 같다.

▲TF 한팀을 떨어트려 놓는건 어떤가

그것도 방법이다.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을 했던건 2003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의 학습기간이 있었다. 그 안에서 고생도 무진장 많이 했다. 그렇게 학습을 하고 실패도 해야 그 시장을 이해 할 수 있는 거지.

요즘 젊은 친구들 걱정이 되는게 유학 잠깐 다녀와서 한국에서 대학 갓 졸업한 그런 친구들이 '난 미국향 서비스를 할거야'라고 하는데 잘 되면 정말 좋고 그런 케이스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 시장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기술만 가지고 해결되는 문제들은 아닌데 너무 큰 기대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염려는 되더라. 우리도 성공 사례 많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거꾸로 현지화를 철저하게 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 상장 계획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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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아직은 계획이 없다. 만약 우리가 상장을 하게 되면 속도가 줄어들 거다. 여러가지 규제 이슈나 공시 의무도 생기게 되니까. 가급적이면 천천히 하자고 생각한다.

자금 형편도 넉넉한 형편이고 투자도 많이 받았다. 수익도 많이 나고 있다. 상장을 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투자를 대규모로 해야 되는 자금의 용처가 있기 때무에 하는 거다. 그래서 지금 계획은 없다. 만일 우리가 미국으로 나갈 생각을 해서 돈이 2천억원 정도 필요하다면 빨리 상장을 해야겠지만. 아직은 그런 이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