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치 아이맥 2013]올인원PC ‘시작과 끝’

일반입력 :2013/11/19 14:43    수정: 2013/11/19 18:06

봉성창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이 제품 이름에 ‘아이’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아이맥 G3가 최초다. 아이맥의 탄생 일화는 영화 ‘잡스’를 보면 잘 나온다. 아이맥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 조나선 아이브의 파격적인 상상력과 이를 승인해 준 스티브 잡스의 결단력이 빚어낸 작품이다. 오늘날 일체형 혹은 올인원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아이맥’은 그렇게 탄생했다.

아이맥은 애플이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는 제품군 중 가장 오래된 까닭에 완성도 역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에서 시작해 현재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 디자인 하나로 지난 15년간 무수한 애플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지난 2007년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으로 소재를 변경한 이후 아이맥은 두께가 점점 더 얇아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 진화의 완결판이 바로 지난해 선보인 아이맥이다. 최소 두께가 5mm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 어떻게 모든 PC 부품을 배치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다.

올해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 아이맥이 나왔다. 성능 향상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동일한 디자인과 특징을 지닌다. 이밖에 소소한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새 운영체제 OSX 매버릭스가 더해졌다.

디자인

아이맥은 화면 크기에 따라 21.5인치와 27인치로 나뉜다. 이 중 리뷰를 위해 27인치 모델을 공수해 포장을 뜯고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를 본 회사 동료가 한 마디 던진다.

“모니터 예쁘다”

아이맥의 디자인은 이 한 마디로 설명이 끝난다. PC가 아니라 모니터스러움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여느 모니터 보다 얇고 다른 하나는 상당히 간결해서다.

아이맥 뒷면에는 전원을 포함해 총 10개의 단자 밖에 없다. USB 4개, 썬더볼트 2개, SDXC 카드 슬롯, 3.5mm 스테레오 단자, 기가비트 랜 포트 그리고 전원이다. 그 외에는 어떤 장식도 찾아볼 수 없다. 발열을 위한 구멍도 하단에 있어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이러한 단자들은 대부분 뒷면보다는 앞에 있는 편이 사용하기 더 편리하다. 적어도 USB 단자 한 두개와 SDXC 카드 슬롯 정도는 앞에 있는 것이 더 낫다. 뭐라도 하나 꼽으려면 자리에 일어나서 아이맥 뒤로 가거나 혹은 손을 뻗어 더듬거려야 한다. 그럼에도 애플 디자인 철학은 차라리 불편함을 선택했다.

아이맥은 빨간색 스포츠카와 같다. 아무리 얇게 만들었다고 해도 정작 사용할 때는 정면에서 보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는다. 아무리 외관이 훌륭한 차를 타도 정작 운전할 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신 그 사용자 혹은 운전자를 한껏 돋보이게 해준다.

아무리 둘러봐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 나간다. 만약 그 다음 세대 아이맥이 나온다면 아마 애플이 손댈 부분은 모니터 테두리의 검정색 베젤 부분이 더욱 줄어들거나 혹은 아예 없어지는 것 정도로 예상된다.

성능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저전력 설계다. 성능 향상은 10%에 불과하지만 전기는 50%나 적게 먹는다. 여기에 엔비디아 지포스 700 시리즈 그래픽카드와 SSD와 HDD 장점이 결합된 퓨전 드라이브를 선택할 수 있다.

애당초 PC의 성능이라는 것이 어떻게 부품을 꾸미는 가에 따라 좌우된다. 돈만 많다면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한계 허용치가 높다. 가령 3.4Ghz i7 코어 프로세서와 32GB DDR3 SD 램 메모리, 1TB 플래시 스토리지, 엔비디아 지포스 GTX 780M 등 무조건 최고 사양으로 주문한다면 가격은 무려 53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가 굳이 이렇게 쓸 필요는 전혀 없다. 요컨데 용도에 맞게 적당한 선에서 선택하면 된다.

단, ‘돈만 많다면’이라는 전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언제나 아쉬운 애플의 가격 정책은 메모리나 플래시 스토리지(일반적으로 SSD) 용량을 추가할 때 시중 시세에 곱절이 더해진다. 가령 아이맥 주문시 256GB 플래시 스토리지와 512GB 플래시 스토리지의 가격 차이는 약 40만원 정도다. 그러나 시중서 256GB 용량 SSD 가격은 20만원대 초중반이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애플 제품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뛰어난 성능을 가진 아이맥의 기본 사양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라는 점이다. 아무리 다른 성능이 뛰어나도 HDD가 발목을 잡는다. 퓨전드라이브나 플래시 스토리지를 선택하면 되지만 추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퓨전드라이브나 플래시 스토리지가 장착된 모델을 구입할 수 없다. 번거롭더라도 무조건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해야 한다.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HDD 모델 구입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업그레이드도 안된다.

스토리지 연결 규격이 PCI 익스프레스(PCI-E)로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읽기와 쓰기 성능이 향상돼 실질적으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802.11 AC 규격 와이파이 채택으로 무선 인터넷 연결속도도 한층 개선됐다.

실제 사용해보면서 가장 만족한 점은 화면에 빛 반사가 거의 안느껴진다는 것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큰 창을 등지고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전작에서 이미 구현된 특징으로 전투기 조종석 등에 사용되는 특수 코팅으로 인해 화질이나 색감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빛반사 및 시야각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및 가격

새 아이맥에는 운영체제 매버릭스와 필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가 무료로 제공된다. 기존에도 무료로 제공된 아이포토, 아이무비 등 아이라이프 제품군에 개러지밴드까지 전부 공짜다. 제품 가격은 그대로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상 가격이 인하된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매버릭스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기본 웹브라우저인 사파리가 6.1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상당히 빨라졌다는 점이다. 또한 한번 입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서 기억해주는 키체인 기능이 강력해진 점도 편리했다. 그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으며 일일히 열거하기는 힘들 정도다.

가격 면에서 보면 새 아이맥은 확실히 비싸다. 비슷한 성능의 데스크톱이나 윈도 기반의 올인원 PC와 비교해도 그렇다. 그러나 무료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빛반사가 현저히 적은 27인치 고해상도 모니터, 매직 마우스와 무선 키보드까지 더하면 다소 비싼 감은 있을지 몰라도 결코 불합리하다고 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아쉬운 점이 젼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훌륭한 모니터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HDMI 입력 단자를 달았더라면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윈도 데스크톱 PC와 함께 연결하거나 콘솔 게임기기와도 확장성이 보장된다. 즉, 모니터스럽게 생겼지만 정작 모니터로는 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출시되는 윈도 기반 올인원 PC가 대부분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데 반면 아이맥은 여전히 이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종종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맥을 그래픽 디자이너와 같은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며 그 대안으로 트랙패드가 있다.

결론

아이맥의 디자인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은 대단히 크다. 이 점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더라도 일단 우리나라에서 맥 PC 제품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은행업무와 인터넷 쇼핑은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기관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업무는 맥 운영체제에서는 아예 안된다고 보면 맞다. 한글화 된 온라인 게임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것만 할 수 있으며, 네이트온도 최신 버전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웹하드나 P2P 서비스 등도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부트캠프나 가상화 프로그램을 통해 윈도OS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전부 극복할 수 있다. 동일 사양의 윈도PC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비싼 아이맥을 사서 윈도를 설치해 쓰는 것은 추가 비용도 들어갈 뿐더러 별로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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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마니아들이 스스로 애플 전도사를 자처하는 경향이 강한 이유는 대부분 애플 제품이 혼자 쓸 때 보다 다 같이 쓸 때 유용함과 편리함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맥 계열 PC는 비주류이며 이는 각종 업무나 사용에 있어 적잖은 스트레스를 가져온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잘 숙지해서 대안을 마련한다면 그동안 윈도PC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빠르고 간편하며 직관적인 맥 OS 특유의 매력은 그 무엇보다 아이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