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무협 게임 향수, 웹브라우저에 "솔솔"

일반입력 :2011/11/06 12:48    수정: 2011/11/06 18:18

김동현

기자에게 90년대 게임 시장은 PC 패키지의 범람 속에 무협 역할수행게임(RPG)가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로 대변된다.

외산 무협 RPG의 선전은 당시 PC통신 시기와 맞물리면서 큰 호황을 이뤘다. 책으로만 접하던 무협을 색다른 시각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천도룡기’와 ‘풍운’으로 대변되면 무협 RPG는 PC게임의 진화에 맞물려 신조협려 시리즈, 협객 영웅전 시리즈, 열혈신검, 절대쌍교, 천년유혼, 소호강호 등 다양한 신작 출시로 이어졌다.

하이텔과 나우누리 등 PC통신 쪽에서 한국판 무협 소설 연재가 이어지면서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각광을 받았다. 덕분에 무협 팬들에게 PC는 밤잠을 빼앗는 대표적인 악(?)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무협 게임은 온라인을 타고 기세를 올린다. 태울엔터테인먼트의 ‘영웅문’을 시작으로 액토즈소프트의 ‘천년’,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 등이 강세를 타면서 함께 즐기는 무협 온라인 게임 열풍을 만들었다.

특히 영웅문과 미르의 전설2는 당시 최강자였던 리니지와 뮤 등 인기 게임의 아성을 위협한 대표적 게임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영웅문은 3만원이 넘는 비싼 정액 비용에도 이용자 폭주할 정도로 큰 인기였으며, 미르의 전설2는 중국으로 수출돼 게임 한류를 이끌게 됐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구성의 ‘던전앤드래곤’ 계열 판타지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무협 온라인 게임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게 된다. 특히 당시 기술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무협 액션에 비해 판타지 동작은 직관적이었기 때문에 개발사들도 판타지를 선호했다.

2000년 중반부터는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이 더해지면서 무협 게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게임이 됐다. 국내 유통사들도 무리해서 무협 게임을 수입하는 일이 없어졌으며, 대부분의 마니아들도 P2P 사이트 등을 통해 겨우 구해 즐기게 된다.

그나마 ‘십이지천’과 '열혈강호 온라인' ‘천상비’ ‘디오 온라인’ ‘구룡쟁패’ 등의 명맥을 이어온 무협 온라인 게임들이 등장해 무협 팬들의 쓸쓸함을 달래줬다. 이중 십이지천은 진영 간의 대결과 성인을 고려한 적절한(?) 콘텐츠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2009년까지 이어지던 무협 하락세는 2010년이 되면서 차츰 풀리게 된다. 바로 브라우저에서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웹 게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웹브라우저 기반 무협 게임은 거창한 그래픽의 요즘 PC게임과는 사뭇 떨어지지만 재미만큼의 고전 무협 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줬다. 풋풋한 무협 주인공의 유치한 대사부터 동료를 모아 ‘파’를 결성하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무공을 살리는 등의 요소는 그대로였다.

이야기를 중시한 턴 방식의 무협 웹 게임부터, 다수의 이용자들이 모여 임무를 수행하거나 실력을 겨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으로 구분된다. 물론 온라인으로 커뮤니티를 즐기거나 다른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점은 둘 다 같다.

올해의 경우는 유독 무협 웹 게임이 많이 등장해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무협게임 명가 위메이드의 ‘범인수진’과 무협본토에서 넘어온 쿤룬코리아의 ‘강호 온라인’, 넷마블의 ‘풍운구검’ 등을 들 수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범인수진이다. 중국 유명 웹 게임 개발사 광주비음신식과기유한공사가 개발한 이 게임은 전투를 통해 봉인된 요마를 물리치고 선인들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주인공 수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무협 팬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강호 온라인은 뛰어난 3D 그래픽과 대결을 중시한 콘텐츠로 주목을 샀으며, 풍운구검은 6대 무기를 익혀 최고의 무림 고수로 성장시키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협력 플레이와 매번 내용이 달라지는 인스턴트 던전 등을 내세워 무협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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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양한 무협 웹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 내 출시되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차세대 무협 게임의 열풍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사업부분의 이경호 본부장은 무협 웹 게임은 국내 팬들의 향수 자극하면서도 손쉬운 접근으로 주목을 사고 있다며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최대의 이용자 만족을 이끌어 내고 범인수진의 흥행질주를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