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암흑 이집트…정부 통제밖 통신망 뜬다

일반입력 :2011/02/01 09:24    수정: 2011/02/01 10:48

이집트 정부가 반정부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과 휴대폰 접속을 끊어버린지 수일이 지났다. 지난 28일 이후 이집트 현지 인터넷 사용량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가 이어졌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끊긴 이집트 시민들은 유선전화와 아마추어 무선라디오 등으로 통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전화번호를 통해 스웨덴·프랑스 등 해외 모뎀을 우회 접속하는 방법이 인터넷 연결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지지자들도 통신을 위한 후방지원에 나섰다. 마날, 알라 등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거주 이집트인 두사람과 미국 해커들은 트위터를 통해 유선전화와 모뎀을 이용한 통신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국가·통신사 의존없는 네트워크

국가기관이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는데 모든 첨단 통신수단을 차단하면서 정부규제를 받지 않는 인터넷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재조명 받고 있다. 국가나 통신사에 의존하지 않는 인터넷망을 만들어보자는 운동이다.

여기서 주목받는 기술은 무선 메시 네트워크다. 라우터나 기지국, 유선망을 사용하지 않고 단말기 간 직접통신을 이용하는 애드혹(AD-HOC) 등이 해당된다. 대형 하드웨어와 유선네트워크 없이 단말기 간 접속을 이어가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개념이다.

단, 애드혹은 기기 연결이 늘어날수록 대역폭이 낮아지고 속도도 절반씩 줄어든다.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확장범위가 제한적이다.

시민단체 중에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시민운동을 진행하는 곳이 세계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로선 오픈넷, 네추쿠쿠, 오픈메시 등이 알려져있다. 모두 국가망이나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 단체들이다.

■이집트 정부, 어떻게 인터넷 끊었을까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끊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몇몇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접속차단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분만에 국가 인터넷의 93%가 중단됐다.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빠른 시간 안에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몇개 통신사의 라우터를 차단하고 도메인네임서버(DNS) 삭제만으로 93%란 놀라운 차단율을 달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인터넷망은 통신사의 코어 라우터를 통해 해외망과 연결된다. 해외통신사의 코어 라우터 역시 이집트의 망과 이어진다. 이때 라우터는 고유의 IP주소를 갖는데, 이를 통해 상대편 라우터와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

그리고 각 인터넷 홈페이지는 DNS를 갖는다. 'www.zdnet.co.kr'처럼 DNS는 IP주소를 일반문자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해당 라우터의 IP주소라 할 수 있다. 이때 IP주소에 대응하는 DNS를 삭제하면 인터넷접속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입력해도 접속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 DNS 대신 숫자로 된 IP주소를 알고 있다면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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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빈틈을 메우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DNS 삭제와 함께 라우터 프로토콜도 차단했다. 지디넷에 따르면 이집트는 27일까지 2천903개의 네트워크가 52개의 통신사를 통해 제공중이었다. 28일의 인터넷 차단조치는 이중 26개의 통신사를 순차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90%대에 육박하는 효과를 얻어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집트의 대용량 광케이블망이 5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통신사들은 이 망을 나눠쓰거나, 재판매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몇몇 대형 회사만 차단하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