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미니는 왜 화려한 디자인 포기했을까?

개발주역 3인 인터뷰...“일상 속 녹아들고파”

인터넷입력 :2018/01/30 15:06    수정: 2018/01/30 16:46

카카오가 만든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한마디로 ‘있는 듯 없는 듯’이다.

최첨단 기술을 지향하는 기기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거라니, 언뜻 생각하기에 낯설고 이상해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미니를 보면 무슨 디자인이 필요했나 싶을 만큼 투박하다. ‘라이언’, ‘어피치’ 피규어 마저 달려 있지 않았더라면 카카오가 만든 스피커라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디자인이다.

지금까지 8만대가 팔려 나간 카카오미니가 2월5일 재판매에 들어간다. 그 동안 없어서 못 팔았던 제품인 만큼, 카카오미니 판매 재개를 기다린 팬들에게 좋은 소식일 듯하다. 이에 맞춰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니 비범한’ 카카오미니를 디자인한 주역들을 만나봤다.

왼쪽부터 카카오 황중환 매니저, 김보미 매니저, 김지훈 매니저.

카카오 UX lab ATF 김보미 매니저는 카카오미니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카카오미니의 말투나 음성톤, 반응, 성격 등을 사용자 관점에서 연구한 인물이다.

UX lab UI 디자인파트 황중환 매니저는 카카오미니 상단 부분에 나타나는 라이트링 애니메이션을 설계했다. 상대방과 마치 눈빛으로 의사소통 하듯, 카카오미니는 라이트링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용자와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브랜드 lab BX셀 김지훈 매니저는 카카오미니 내외부를 디자인했다. 네 면의 모서리를 둥글게 하고, 겉은 천(패브릭) 소재로 덮어 따뜻한 느낌을 줬다. 또 상단 물리 버튼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으며, 전체적인 색상과 내부 구조 등을 최적화 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세 명의 카카오미니 ‘부모’들이 약 6개월의 제작 기간 동안 고민했던 것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부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음성 교류를 나누면 좋을까, 어떤 답변이 대화의 맥락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까 등을 고민했다. 그 동안 웹이나 앱에서의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환경을 고민했지만, 물리적인 기기를 통한 교류의 경험은 이들도 처음이라 낯설었다.

“카카오미니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어떤 답변을 주면 좋을지 판단하기가 힘들었어요. 또 같은 질문도 다양한 형태로 물어보기 때문에 음성 인식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신경을 썼어요. 또 카카오미니가 친근함을 추구하니 친구 같은 느낌, 귀엽게 답변할 수 있도록 했어요.”(김보미)

카카오미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카오미니의 외관 디자인은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네이버 프렌즈’처럼 캐릭터 디자인을 십분 활용하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카카오미니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한 목적이다.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만 ‘짠’ 하고 나타나고,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놓여 있던 인테리어 소품처럼 인식되고 싶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AI 하면 미래지향적이고 번쩍할 것 같지만, 카카오라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들과 비교해 보니 어울리지 않았어요. 생활 속에 자리한다가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인데, 생뚱맞게 로봇처럼 튀어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 거죠.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낯설지 않게 소재나 상판의 무광 느낌, 전체적인 색상 등을 디자인했습니다.”(김지훈)

“카카오프렌즈 모양으로 하면 어떨까도 했어요. 그런데 프렌즈 캐릭터에 여자 성우가 나오는 것에 대한 괴리감, 사용자들마다 각 카카오 캐릭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데 이 부분을 헤칠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김보미)

카카오미니는 본체 상단의 동그란 불빛을 통해 사용자에게 간단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평소 본체 상단에는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지만, 호출음이 입력될 때나 음성이 나올 때 등 동그란 형태의 불빛이 켜지면서 카카오미니가 작동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당신 말을 듣고 있어요, 지금 처리 중이예요 등 사용자들이 최대한 인식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불빛이 들어오는 방식도 여러 가지인데 튜닝 작업을 거치면서 간소화 했어요. 사용자들에게 빠르고 똑똑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황중환)

카카오미니 소리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이 정도 가격과 크기에 이 정도 소리면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고, “소리가 너무 약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 훌륭하다는 평이 더 많다.

카카오미니는 사운드면에서 출력에 비해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 구조로 개발됐다. 직진성이 강한 고음 영역대의 소리는 고깔 모양의 사운드 디퓨저에 반사돼 360도 방향 먼 곳까지 전달된다. 작은 크기의 출력에서 불리한 저음 영역대 소리는 디바이스 몸통에 있는 밀폐형 인클로저에서 보강을 하고, 바닥면과 맞닿아 있는 테이블 면이 자연스럽게 우퍼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출력 대비 훨씬 뛰어난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

카카오미니의 직진성이 강한 고음 영역대의 소리는 고깔 모양의 사운드 디퓨저에 반사돼 360도 방향의 먼 곳까지 전달된다.

또 저음 영역대 소리는 기기 몸통에 있는 밀폐형 인클로저가 보강을 한다. 인클로저는 스피커는 담는 틀, 박스로 그 형태에 따라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또 기기 하단에는 홈이 파여 있어 스피커가 놓인 테이블 등 가구 바닥면에 울림이 전달돼 가구 자체가 우퍼 역할을 하도록 한다.

즉 기기 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제품 디자인과 내부 설계가 이뤄진 셈이다. 카카오미니는 디자인 따로 성능 따로가 아닌, 두 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최상의 성능을 내게끔 디자인됐다.

“청음 테스트를 하면 각 사람의 취향마다 평가가 달라요. 모든 소리를 다 좋게 하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카카오미니는 힙합, 클래식, 피아노 연주고, 악기 소리 등 청아한 소리를 잘 내도록 디자인 됐습니다.”

카카오미니에 대한 사용자들의 대표적인 아쉬움은 내장 배터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캠핑이나 차량에 가져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내장 배터리가 내장된 경쟁사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는 게시물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동성에 대해 고민은 했어요. 그렇지만 한곳을 지키면서 사용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네트워크 환경이 바뀌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디자인 때문에 배터리를 뺐던 건 아녜요. 사실 한 가정에 여러 대를 놓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김지훈, 황중환)

카카오미니를 성공시킨 세 명의 매니저들은 2세대 AI 스피커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현재의 카카오미니가 1세대라면, 다음 세대의 AI 스피커는 어떤 모습일까를 미리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는 뭘까요. 디스플레이나 센서가 들어간 스피커가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음성인식 경험처럼 딱 와 닿는 게 뭔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어떤 식으로 다음 작품을 내놓을까 고민 중입니다. 제대로 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카카오미니 부모로서 이들이 달성하고픈 목표를 물었다. “몇만대 판매”와 같은 야심찬 포부를 듣고 싶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평생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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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만대 팔리는 것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할 겁니다. 제3 업체들이 개발한 카카오미니와 연동되는 서비스들도 늘어날 거예요.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카카오미니가 사용자들에게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해 나가겠습니다.”

때마침 카카오는 카카오미니에 ▲배달음식 주문 ▲교통/길 찾기 정보 ▲어학 사전 ▲스포츠 정보(축구) ▲영화/TV 정보 ▲지식/생활 정보 ▲실시간 이슈 검색어 등 다양한 기능을 순차 추가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