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세포 담은 칩은 왜 우주로 갈까

무중력 상태서 세포 변화 빨라져 질병연구에 도움줘

과학입력 :2017/06/22 07:46

손경호 기자

사람의 신장 조직 세포를 담은 칩이 내년에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한다.

우주에서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는 연구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사람의 신장 세포를 굳이 우주로까지 내보내는 이유는 뭘까?

21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약대 연구원들은 로켓에 24개 기기가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기는 신용카드 크기 칩으로 중앙에 살아있는 신장 세포를 담았다.

이 대학 연구원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시애틀 소재 장기칩(Organ on a chip) 전문회사인 노티스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장기칩은 사람의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작은 칩 내에서 배양해 장기와 같은 기능을 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우주로 보내질 신장 세포를 담은 칩. 신용카드 크기 칩 가운데에 신장 세포가 들어간다.

노티스는 사람의 신장이 약물이나 독성물질, 환경노출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장 세포를 담은 칩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없이도 신장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킬 수 있게 돕는다.

연구원들은 잠재적으로 신장 관련 질병인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을 유발하는 소변 내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를 치료하는데 우주로 보낸 신장 세포를 담은 칩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선 건강한 신장 세포가 무중력 상태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로켓을 발산한지 1년반 뒤에 진행될 두번째 단계에서는 손상된 신장 세포를 보내 같은 실험을 반복한다.

우주에 보내는 신장 세포 칩은 수 주일 뒤 다시 지구로 보내진다.

건강한 신장은 매일 약 110리터~140리터의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내고, 1리터~2리터 수준으로 소변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신장이 손상되면 소변에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이 섞여 나오고, 혈압이 높아지며 당뇨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워싱턴 약대 에드워드 켈리 조교수는 "무중력은 가속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ISS와 같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장 문제가 더 흔하게 일어난다"며 "(지구에서 사람처럼) 수 십 년에 걸쳐 문제가 발생하는 대신 수 주일에서 수 개월 사이에 문제가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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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조교수는 이어 "우주 내에서 수 주일 동안 신장 세포를 담은 칩의 변화를 연구하면 골다공증, 신장결석, 기타 신장 상태 변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며 관련 질병의 치료와 예방법을 만드는데 큰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9월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중개연구센터(NCATS)는 이 프로젝트에 3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미국 국립우주과학연구소(CASIS)는 로켓 발사 비용과 ISS 내 체류 시간 등을 포함한 800만달러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