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망중립성 죽이기' 본격 시작되나

'반대론자' 아짓 파이, 차기 FCC 위원장 지명

방송/통신입력 :2017/01/24 18:08    수정: 2017/01/24 18: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오바마가 힘겹게 살려놨던 망중립성 원칙이 또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망중립성 반대론자’를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짓 파이 FCC 위원을 공석이 된 FC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고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는 상원 인준을 거칠 경우 FCC 위원장으로 본격 활동하게 된다.

공화당 소속인 아짓 파이는 지난 2012년 FCC 위원으로 선임됐다. 당시 지명권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아짓 파이는 망중립성을 비롯한 쟁점들에서 지명자인 오바마 대통령과는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 인물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필생의 정책으로 밀어부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선 강한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

차기 FCC 위원장에 지명된 공화당 출신 공화당 출신인 아짓 파이 FCC 위원. (사진=FCC)

더버지에 따르면 파이 FCC 위원장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새 행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망중립성 원칙을 해체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망중립성의 타이틀2를 가능한 빨리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셋톱박스 개방정책도 원위치 될 수도

최근 사임한 톰 휠러 FCC 전 위원장은 망중립성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까지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정책 덕분에 유선 뿐 아니라 무선 ISP까지 ‘커먼캐리어 의무’를 부과할 수 있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관철할 수 있었던 건 FCC에 민주당이 3대 2를 숫적인 우세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공화당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새롭게 FCC 위원장에 지명된 아짓 파이는 ‘자유시장’과 ‘규제 최소화’란 공화당의 전통 강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편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유무선 ISP들에게 강력한 의무를 부과한 망중립성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파이는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의 자문역으로 활동한 적 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셋톱박스 개방’ 정책이다. FCC는 지난 해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채널 및 프로그램 편성 정보를 외부 셋톱박스 제조업체 및 인터넷기반 방송 플랫폼에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칙제정공고(NPRM)를 승인했다.

이 규칙이 실행될 경우 구글이나 애플, 넷플릭스, 훌루 등 모든 사업자들이 셋톱박스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컴캐스트 같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서드파티 셋톱박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방송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FCC에 따르면 미국 유료방송가입자들은 셋톱박스 렌탈 비용으로 연 평균 231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을 활성화해 셋톱박스 가격을 낮추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케이블 및 방송사업자들은 FCC의 셋톱박스 개방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동안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인터넷 우대 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따라서 톰 휠러 FCC 위원장이 셋톱박스 개방 정책을 확정하기 위해선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공화당 쪽 위원들은 현 체제 하에서 셋톱박스 정책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톰 휠러 전 FCC 위원장.(사진=ZDNET)

■ 오바마 주요 통신정책, 전부 되돌려지나

‘친통신’ 계열인 아짓 파이가 FCC 위원장에 지명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확립된 주요 정책들이 전부 원상복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더버지가 전망했다.

지난 8년 동안 민주당이 3대2로 숫적 우세를 유지했던 FCC는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톰 휠러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취임 직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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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또 다른 민주당 출신인 제시카 로젠위슬 역시 지난 해 연말로 임기가 종료됐다. 당초 2015년 5월 임기 종료됐던 로젠위슬은 당해 의회 회기와 이듬 해 의회 회기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에 따라 지난 해말까지 FCC 위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톰 휠러 전임 위원장 거취와 맞물려 상원이 재임 승인을 하지 않으면서 FCC를 떠났다. 결국 FCC는 공석을 채울 때까지는 공화당 2인, 민주당 1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