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9.4조원 베팅한 하만은 어떤 회사

카오디오, 전장, B2B 스피커 공룡

홈&모바일입력 :2016/11/14 18:02    수정: 2016/11/14 18:33

'독보적인 오디오 산업 공룡'

삼성전자 이사회가 14일 총액 8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한 하만 그룹을 두고 음향 업계에서 일컫는 말이다.

하만 그룹이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음향 전체 산업 가운데 카오디오 시스템이다.

방송 오디오 시스템, 일반 소비자용 오디오 제품 등 음향 업계 여러 분야 중에 카오디오 시스템에서 갖추고 있는 하만 그룹의 입지는 다른 회사가 쉽게 경쟁하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다.

이 회사는 1940년대에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전면부에 들어가던 라디오 시스템을 내놨다. 1950년대에는 창업자 시드니 하만이 카돈을 사들이며, 대표적인 오디오 브랜드 하만카돈을 거느린 하만 인터내셔널로 거듭났다.

하만 그룹은 이후 1995년 독일의 전장 부품 회사인 베커를 인수하며 하만베커를 세운다. 하만베커는 지멘스, 보쉬, 델파이 등과 대표적인 전장 회사다. 카오디오에서 다져온 영향력에 전장사업이 붙으면서 하만 그룹은 오디오 시장을 넘어 완성차 OEM B2B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나게 됐다.

■ 완성차 업계가 먼저 찾는 하만카돈

삼성전자가 하만 그룹을 인수하면서 당장 차량 전장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된다. 카오디오와 스마트카 전장 영역을 통째로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당장 하만 그룹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점유율 24%를 가지고 있다. 카오디오 시장점유율은 41%에 달한다. 회사 매출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한다.

파트너 회사만 보더라도 벤츠, BMW,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토요타 등이 있다. 주요 완성차 회사들은 신형 고급차를 내놓을 때 하만 그룹과 협업이 최우선 순위에 둔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 본사와 가까운 서울 양재역 일대에 사무실을 두고 카오디오 시스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전장 사업 가속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차량용 반도체 쪽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쌓인 생산 기술력과 최근 무게를 두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 역량으로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와 같은 사업 영역 경쟁을 점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완성차 OEM 업계가 요구하는 신뢰도 수준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조기에 사업 정상 궤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만 그룹 인수로 주변에서 바라보던 삼성전자 전장사업에 대한 기대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 하만 그룹이 가지고 있는 전장 사업 확보만으로도 업계에선 “삼성이 단박에 티어원 공급사에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하만 그룹의 시장 영향력을 발판 삼아 그간 전무한 수준의 차량용 반도체 영업에 큰 진전이 생길 전망이다. 나아가 모바일과 네트워크 사업 분야까지 전장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B2B 오디오 시장까지 꽉 잡았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강화와 함께 오디오 시장에서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에 가장 잘 알려진 하만 그룹의 컨슈머 오디오 브랜드는 JBL, AKG 등이 꼽힌다. 마크레빈슨도 국내 일반 소비자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오디오 브랜드다.

전자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B2B 스피커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JBL의 오디오 사업 영역은 컨수머 제품군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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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TV 내장 스피커 일부는 JBL이다. LG전자는 최고급 라인업인 시그니처 올레드(OLED) TV에도 하만 그룹의 오디오 기술을 녹여낸다. 올해 LG 전략 스마트폰인 G5와 V20과 협업을 진행한 뱅앤올룹슨(B&O)도 하만 그룹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모바일,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영역인 가전 분야에서도 하만이 가진 오디오 브랜드의 힘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