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이 몰고올 기회 주목"

옐로금융그룹 신승현 부사장

컴퓨팅입력 :2015/11/26 17:58    수정: 2015/11/26 18:05

손경호 기자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보다도 한국에서 기존 은행들 대비 시장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남아 등에서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지만 스마트폰 사용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1995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에 고금리, 저수수료 전략으로 고객유치에 나섰다. 2000년초까지만 해도 30개 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고, 2007년 금융위기 여파로 넷뱅크가 파산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후 온라인/ATM 등 전자매체를 활용해 접근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찰스슈왑, 라쿠텐, 지분뱅크, 앨리뱅크, 소니뱅크, 디스커버뱅크 등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모회사 고객 기반을 활용하거나 비은행, 비금융사들과 협업을 통해 안정기를 맞았다.

옐로금융그룹 신승현 부사장.

2000년 중반부터 등장한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핵심은 스마트폰 보급, 빅데이터 및 다양한 핀테크 기술의 등장에 따라 더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26일 금융결제원, 한국지급결제학회, 전자금융포럼이 공동 주최한 '핀테크의 진화방향과 미래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옐로금융그룹 신승현 부사장은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어느 나라보다 높고, IT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옐로금융그룹은 현재 인터파크를 주축으로 한 'I-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중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뒤늦게 시작한들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기존 1세대,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공요건을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은행을 만들 수 있다"고 신 부사장은 강조한다. 1세대가 모기업 고객기반을 활용하거나 고금리 예금, 저금리 대출 등으로 고객들을 유치해 수익을 올렸다면 2세대의 사업모델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다.

1세대,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장점을 흡수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신 부사장은 설명했다.

신 부사장에 따르면 2009년 등장한 독일 피도르 은행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들로부터 상품 아이디어를 얻고 해당 의견이 등록됐을 때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2013년 출범한 프랑스 헬로뱅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만으로 모든 은행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강점이다. 2011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미국 무븐은 고객이 가진 금융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자산관리앱으로 시작해 CBW뱅크 등 다른 은행과 제휴해 해당 은행들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기반 재무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은행에 필요한 일부 기능을 특화시켜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든 것이다.

신 부사장은 이러한 활용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과 함께 국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먼저 보안이다. 이미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고,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하는 금액을 노리는 메모리 해킹, 각종 피싱, 파밍, 스미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어떻게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스마트폰 전용 은행을 관리할 수 있는가가가 최우선 과제다.

두번째는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혁신을 끌어 안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국내서는 은행, 증권사들이 각각 핀테크 공동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여러 금융사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열어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전까지 시중은행들과 달리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인 고객들에게 얼마나 높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은행들이 단순히 기술이나 모양새를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고객중심의 개인화된 금융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출현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신 부사장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 기존 은행 대비 약 1.5배 높은 점유율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일반 은행들 대비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3.9%, 총예금은 4.3%, 당기순이익은 6.9% 수준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국내서 등장할 2세대 은행이 더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과 비교해 총자산 5.9%, 총예금 6.5%, 당긴순이익 10.3% 정도로 예상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담당했던 대출시장에서는 그동안 제때 상환할 능력이 되는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했던 중금리 시장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이 약 114조원 규모의 대출시장에서 9천억원 수준의 수익을 내는 시장규모를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대출 시장규모는 제1금융권이 274조원, 2금융권이 42조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합친 금액 중 약 19%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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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대부분 해외 지점 형태로 운영되는 외에는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부사장은 "동남아의 경우 신용카드사용률이 1%가 채 되지 않고,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스마트폰 사용률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전통은행을 겪지 않고, 바로 2세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