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봐"...모바일 시대, 페북의 야심

컴퓨팅입력 :2015/11/18 16:42    수정: 2015/11/18 17:41

지난 2013년 페이스북은 HTC를 통해 ‘페이스북폰'을 출시한다. 페이스북홈이라는 인터페이스 스킨을 안드로이드폰에 입혀 홈화면에서 각종 페이스북 기능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바일에서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페이스북에 특화된 단말기까지 내놓은 것이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페이스북폰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최근 페이스북의 행보를 보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대체하겠다는 야심은 접지 않은 듯하다.

페이스북은 지난주 노티파이(Notify)라는 새로운 앱을 선보였다. 노티파이는 잠금화면에서 사용자들이 구독한 채널의 소식을 모아 알림창으로 띄워주는 앱이다. 알림을 모아서 잠금화면에 보여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여전히 페이스북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까지 각각의 앱에서 보내는 알림을 한 곳에 모아주는 일은 디바이스 운영체제에서 해오던 일이다. 잠금화면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보게되는 화면이기도 하다. 디바이스에 깊숙이 서비스를 결합해 더 직접적으로 사용자들을 만나겠다는 페이스북의 전략이 읽힌다.

마크 저커버그

노티파이 단지 페이스북판 트위터인가?

노티파이는 뉴스, 날씨, 스포츠 경기 스코어, 영화 예고편 등 다양한 콘텐츠 제공자들의 채널을 구독하면 새로운 소식이 나왔을 때마다 알림 메시지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CNN,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훌루, 게티 이미지 등 이미 약 70여 개의 콘텐츠 제공 업체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지나치게 많은 알림 메시지가 뜨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사용자 관심을 반영한 정보만 받아 볼 수 있게 했다. 예컨대 폭스 스포츠를 관심 채널로 등록한다고 모든 알림을 다 받는 것이 아니고, 그 중에서 관심 있는 팀을 선택해서 해당 팀의 최신 경기 스코어 정보만 받아 보는 식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가 개인 맞춤화된 정보를 보여주는 것처럼, 노티파이에서도 개인화된 알림 메시지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사용자가 관심 있는 채널을 구독하고 새로운 소식을 받아본다는 점에서 노티파이를 페이스북 버전의 트위터라고 소개하는 외신이 제법 많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보다 노티파이가 잠금화면 위에 알림을 띄워주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이 천천히 스마트폰의 OS를 잡아먹고 있다'는 기사에서 "페이스북이 단지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노티파이를 만든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스마트폰 디바이스에서 지배적인 인터페이스가 되기 위한 시도라고 봐야 더 적절할 것이다.”고 해석했다. 와이어드도 “페이스북이 아이폰 핵심 기능 중 하나를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말로 노티파이를 설명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페이스북은 2~3년 전부터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는 동안 더 많이 페이스북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써왔다. 모바일 시대에선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쓰는 동안 더 많이 페이스북 서비스에 머물러 있게 하고 싶은 것이다. 사용자 참여도(인게이지먼트)가 높아질 수록 광고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페이스북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애플, 구글 같은 OS사업자다. 페이스북 앱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해지하고 홈화면을 스와이프해서 페이스북 앱을 찾고 눌러야만 한다. OS 사업자들이 정해 놓은 이런 사용자인터페이스를 따라야만 페이스북과 사용자가 만날 수 있다.

사용자와 좀 더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해보려고 내놓은 것이 페이스북폰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용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더 많은 정보를 모아 광고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폰은 실패했다. 폰을 직접 만드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 높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노티파이는 페이스북이 새롭게 찾은 방법이다. 잠금화면 위에 알림 메시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보는 화면이라는 점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주도할 수 있는 첫 관문이기도하다. 한 때 페이스북에 다니다 지금은 미국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는 조시 밀러(Josh Miller)는 자신의 블로그에 "푸시 알림은 모든 앱 보다 한 단계 위 레이어에 존재한다”며 “사용자들이 폰을 열때마다 어떤 아이콘을 먼저 누르는지, 혹은 어떤 서비스를 하루에 수십번씩 체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잠금화면 위의 알림 메시지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항상 제일 먼저 보는 것이다.”고 썼다.

노티파이

페이스북이 꿈꾸는 모바일 세상...밑그림은 이미 그려졌다

잠금화면 위 알림 메시지는 다시말해 OS 사업자들이 앱 개발사에 내어 줄 수 있는 자리중 최고 명당자리다. 이 자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노티파이를 페이스북이 그냥 콘텐츠 채널 구독용으로만 나둘까?

페이스북은 최근 몇년간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을 별도의 독립적인 앱으로 출시해오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퍼, 모먼트,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이미 다양한 앱을 갖췄다.

페이스북의 다른 서비스까지 노티파이에 들어온다면 페이스북 서비스 생태계 안으로 사용자들을 유인하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퍼 등에서 온 알림 메시지를 가장 먼저보게 되는 시나리오는 페이스북이 계획하는 마스터플랜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가장 처음 접하는 관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건 페이스북폰을 처음 내놨을 때부터 명확하게 드러난 페이스북의 야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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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노티파이로 이런 야망을 다시한번 드러내면서 잠금화면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잠금화면은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잠금화면 위에 바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파치(Parchi)라는 앱을 내놓기도 했다. 잠금화면에 광고를 띄워 볼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들도 다수 나와 있다.

컴퓨터월드는 최근 기사에서 "페이스북이 탐나는 공간으로써 잠금화면을 메인스트림으로 불러들였다”며 "다른 회사들도 잠금화면 공간을 탐내기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