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금융, 테스트 무한반복해야"

PwC 박동규 상무 컨퍼런스 발표

컴퓨팅입력 :2015/10/28 17:43    수정: 2015/10/29 08:53

손경호 기자

"고액자산가들이 인터넷 검색도 안 하고, 자산관리를 온전히 전문가에게 맡겨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미국서는 진짜 부자들이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갔습니다."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의 고객들이 가트너가 말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단순히 웹, 모바일 사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빅데이터, 핀테크 등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함께 기업 비즈니스 역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가트너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말하며, 새로운 수익과 가치를 제공하는 기회이자 디지털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을 포함하는 금융사가 고객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이라는 패러다임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컨설팅 전문회사 PwC 박동규 상무.

28일 서울 역삼동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금융IT컨퍼런스2015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기업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박동규 상무는 "이미 글로벌 금융사들이 빅데이터 분석, 온라인 투자자문, 화상회의 등을 도입하는가 하면 다양한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도가 바로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상무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경우 큰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이 되는 모든 인프라 혹은 기술을 갖추는 것에만 주력하는 나머지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살펴 본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ASB 등 은행과 존 행콕(John Hangcock) 등 보험사를 포함한 글로벌 금융사들은 대부분 인프라를 갖추기 전에 먼저 여러가지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무한반복하면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금융서비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례로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각각 13개, 12개 지점에서 고객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투자자문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접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프로그레시브라는 보험회사는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는 명목으로 '스냅샷'이라는 기기를 자동차에 탑재하도록 유도해 고객의 운전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제 적정선의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박 상무에 따르면 글로벌 선진 금융사들이 추진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활용 시나리오를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성과나 비즈니스 가치, 실행력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활용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을 쓸 지를 먼저 고민하는 국내 금융사들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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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분석과 실행을 연계시킨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시나리오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현장에서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정규방송에 편성하듯이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도 파일럿을 만들고, 이를 테스트해 검증하는 과정이 무한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한다. 파일럿을 통해 검증된 금융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효과가 지속적으로 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것 자체보다도 운영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