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플랫폼'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 진출설 또 제기…전자책 분야가 유력할 듯

일반입력 :2014/01/13 16:22    수정: 2014/01/14 07:51

남혜현 기자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전자책 업계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로 보면서도 구체적 움직임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분위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등 남미 시장을 다진 아마존이 국내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출판 업계 주요 관계자는 “최근 아마존 관계자가 진출할 시장이 한국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내 진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존이 국내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해외 직배송 사업을 시작으로 국내 진출한다는 신뢰도 높은 이야기도 들렸다.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가 아마존웹서비스(AWS) 한국지사에 합류한 것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진출 형태에 대해선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며 (해외 직배송 등) 여러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방식과 취급 품목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시장 규모로 볼 때는 온라인 유통이 유력하지만, 비교적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전자책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전자책의 경우 콘텐츠 수급 인력 채용, 한글 폰트 재정비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장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킨들의 일부 모델은 이미 한글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을지, 그리고 업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에 진출, 또는 철수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

■도서 시장 진출하면 전자책만…출판사와 우선 협상

아마존은 뜨거운 감자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아마존 한국 진출을 바라보는 도서 업계 분위기다. 언젠간 진출하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은 없으니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느냐는 말로 요약된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은 크게 지난 2005년, 2006년, 2009년, 2011년에 불거졌다. 2005년은 아마존 관계자가 국내서 시장 조사를 시작한 시점이며, 2006년엔 예스24에 투자설이 돌았다. 2009년은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재타진했고, 2011년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내 연락 사무소를 개설하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한국이 아닌 미국, 유럽, 남미 시장에 집중했다. 지난 2010년 일본에 ‘아마존 재팬’이 설립되던 때도 아마존 측이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들과 만났으나 시장조사 차원에 그쳤다. 대신 아마존은 사용인구가 많은 스페인어권에 진출하며 시장을 다졌다.

아마존의 진출은 구글북스 사례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지난 2012년 한글판 구글북스의 문을 열기 전에 주요 출판사들과 접촉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을 보였다.

전자책 업계는 아마존이 국내 진출할 경우 구글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아마존이 국내 업체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아닌 직접 진출을 고려 중이라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해외 진출 원칙에서도 추론이 가능한 이야기다. 아마존은 개별 국가 도서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0위까지 도서 중 90%를 전자책으로 확보한다는 기준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베스트셀러의 전자책 변환율은 30%에 불과하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 멕시코 등과 마찬가지로 전자책 시장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으로선 전자책 출판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국내 진출의 가장 큰 관건인 셈이다.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진출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콘텐츠를 잘 팔아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줄 유통 플랫폼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아마존의 진출이 국내 전자책 유통업체들을 긴장시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출판사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다.

■“아마존 무서워” 줄줄이 철수...우리 기업들은?

반즈앤노블이 아마존과 경쟁에 밀려 전자책 단말기 '누크' 사업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외신에서 흘러나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아마존을 견제하며 킨들을 자사 매장 판매대에서 뺐고, 유럽에선 동네 서점 보호를 위해 아마존의 할인율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 파급력은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전자책 시장은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일 뿐, 활짝 꽃 피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기준, 전체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어려운 사정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정보기술 자회사 신세계I&C를 앞세워 전자책 시장에 진출 '오도독'이란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으나 1년 10개월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했고 브랜드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웅진이 만든 '메키아'나 KT 전자책 서비스 역시 고전으로 인해 사업 철수설이 꾸준히 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도서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가 없이 기존 상품 유통의 관행만 가지고 섣불리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것을 패인으로 분석한다.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시장에 대한 확실한 경력이 있는 중소업체들과 윈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아마존이 최근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며 각 분야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주의 깊게 볼만한 부분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물류센터 자동화 로봇 개발회사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무인배송 시스템을 위해서는 군용 로봇 회사를,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는 수학 교육업체를 사들였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들이 전자책 플랫폼을 내놓고는 적절히 투자하지도, 운영하지도 못하고 있다라며 플랫폼 개발부터 콘텐츠 수급까지 직접 하려는 것 보다는 그간 10년 이상 업력을 갖고 생존해 있는 경쟁력 있는 중소 중견 업체들을 인수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