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비용 10% 이상 축소…'투자 선순환' 고려

상·하반기 불요불급 비용 줄이고 '미래 투자'에 집중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2 17:22    수정: 2020/06/02 23:32

삼성전자가 올해 상·하반기에 경영지원 예산을 10% 이상씩 축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맞닥뜨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불요불급한 비용을 절감, 꼭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경영 선순환'을 꾀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영지원 부서는 올 상반기 예산 규모를 10% 줄였다. 하반기에도 약 10%에서 20% 사이 규모로 예산 절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TV·가전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사업 부문도 비슷한 수준으로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예산 삭감을 검토, 상반기에 이미 실행했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 (코로나19 완화 등) 상황이 크게 진전되지 않는 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S·IM·CE 사업부장도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분기마다 부문별로 진행하는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비용 효율화' 등 위기 극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1분기 설명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진 영상을 촬영해 비대면으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세트 사업의 실적은 2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IM부문 경영 설명에 나선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직원들에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잘 헤쳐나가자"는 메시지와 함께,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대응 ▲품질 경쟁력 강화 ▲상시적인 비용 효율화를 비롯한 주요 사항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사장은 무선사업부장 취임 때부터 비용 효율화를 강조해 왔다. 이후 코로나19가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면서 위기 극복 메시지와 함께 비용을 절감해 보다 핵심적인 부분에 투입해야 함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기업들에 실적 부진의 충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이날 증권사들의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6조3천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6조6천억원) 대비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스마트폰, TV·가전 등 세트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타격을 받지만, 반도체의 경우 비대면 솔루션 수요를 발판 삼아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는 세트와 디스플레이 실적이 점차 회복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진정 속도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비용 효율화에 나서면서도 주력 사업 경쟁력 제고와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열흘새 경기 평택 캠퍼스 투자를 잇따라 발표했다. 10조원(추산)을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에, 8조원 규모를 낸드 생산시설 추가 구축에 투입키로 했다.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시행했다. 국내 대기업 중 대규모 채용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삼성은 GSAT 직후 향후 온라인 언택트(비대면) 장점을 채용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 감소'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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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대다수 기업들의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큰 조직일수록 다양한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삼성도 그런 차원에서 군살(회사 운영비)을 줄여 비용 효율을 높이면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투자에는 계획대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수치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