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디지털 손보사', 새 조력자 찾을까

카카오페이 "예비인가 신청 때까진 '독자 노선' 유지"

금융입력 :2020/06/02 17:00    수정: 2020/06/02 22:35

카카오의 새로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회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도 전에 유일한 동반자인 삼성화재의 이탈로 악재를 맞아, 이들이 새로운 조력자를 찾아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조속히 예비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늦어도 이달 안에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 예비인가 심사엔 3~4개월이 걸린다. 또 예비인가를 받으면 6개월 내 자본금 출자 등을 마쳐야 하며, 그 후 2~3개월의 심사를 거쳐 본인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보험사는 모바일 앱과 웹 서비스로 영업을 하며 상품도 직접 개발하는 회사를 뜻한다. 기존 보험사와 달리 지점이나 설계사를 둘 수 없고 텔레마케팅도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관건은 독자 노선을 택한 카카오 측이 삼성화재를 대신할 다른 협력자를 물색하느냐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삼성화재는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해왔다. 카카오페이가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 삼성화재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들은 자동차보험 출시 등 사업전략 수립 과정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별에 합의했고, 카카오와 카카오페이만 남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카카오가 새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기존 금융회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복잡한 보험업 특성상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 소비자 민원, 금융당국 규제 등에 대한 최소한의 노하우 없이 회사를 운영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보험사 출범 이후 자본 확충 문제를 원만히 풀어나가기 위해선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의 경우 한화손해보험(지분율 75.1%)을 우군으로 두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를 준비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SC제일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유수의 금융사와 손을 잡은 끝에 예비인가를 따냈다. 안정성을 강화하라는 금융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카카오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얼마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외부의 시선이다. 온라인 사업 확장을 원하는 중소형 보험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로 한 차례 성공 사례를 만든 바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소비자를 대거 유치하며 급속도로 성장했고, 불과 2년 만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여기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역할이 컸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강력한 플랫폼을 등에 업은 카카오의 보험사가 새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관련기사

다만 카카오 측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기존 방향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컨소시엄에 새로운 협력사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면서 "적어도 예비인가 신청 때까진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