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문제"…삼성·SK·LG '디지털 전환' 가속화

AI·빅데이터·클라우드로 운영 효율화, 코로나에 '속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05/29 11:31    수정: 2020/05/29 14:34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지속 성장 가능성을 위해 꾸준히 이뤄져왔지만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힘을 얻는 양상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언택트(비대면) 솔루션을 확대 도입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업무 환경에도 언택트 솔루션이 자리잡고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첨단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서비스 모델이 줄 수 있는 가치를 개선, 운영 체계를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사업·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운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기업 활동으로도 일컬어진다.

인공지능 (사진=pixabay)

기업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LG CNS는 "비즈니스 변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과거 불가능했던 혁신적인 소비자 경험 제공이 가능해졌고 이를 위해서는 속도, 즉 시장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민첩성이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화상 회의 등 언택트 방식 확대…관련 기술개발도 '활발'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경영현황 설명회를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존에는 강당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설명회 영상을 촬영해 임직원들에 송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는 30~31일에는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차세대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미래 보안 기술 등 선행 기술 전략을 점검했다.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기술로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 보안국제공통평가기준(CC) 기준 역대 가장 높은 보안 등급을 획득한 모바일 기기용 차세대 데이터 보안칩(S3FV9RR)을 상용화한다. 언택트 일상에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라며 "여기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AI, 첨단 반도체 기술은 기존에도 인류 기술의 지향점이었지만 코로나로 그 인식이 배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언택트 근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언택트 방식 보고와 회의를 권장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께부터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결합한 '1주 출근 3주 재택' 근무 방식을 일부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피스 시스템을 준비해 지난달부터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거점 오피스 운영을 구축했다. 채용 과정에는 계열사에 따라 언택트 설명회와 화상 면접 등을 도입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SK)

SK그룹 관계자는 "스마트워크 시행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전과 협업, 업무 집중도 증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여러 차례 화상회의를 통해 경영 메시지를 전하며 언택트 소통에 몸소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화상회의에 참석해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새로운 안전망을 짜야 한다"며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 정착을 당부했다. 사업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딥 체인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 현안 점검을 위해 해외 8개 지역 주재 구성원들과도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날(2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AI 추진 전략을 논의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이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DX·AI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개방·소통·도전 문화를 정착시키자고 했다. 지난해 9월에도 경영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LG전자, LG화학 등은 DX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IT 시스템의 90% 이상 클라우드 전환, 업무지원로봇과 소프트웨어 표준 도입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최신 AI 기술을 적용해 기존 방식으로 성과창출이 어려웠던 계열사의 도전과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AI마스터 100명 육성 등 AI인력을 양성하고 외부전문가 채용 등 우수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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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준 LG그룹 12개 계열사가 로봇 사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총 900개 업무에 로봇업무자동화(RPA) 기술을 도입할 목표다. 단순 업무를 줄여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LG전자에 따르면 직원들은 업무에서 자동화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기대 효과를 예상해 RPA 담당 부서에 요청, 개발·검증 후 현업에 적용하며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기존에도 언택트 업무 시스템을 활용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로 화상회의 등이 일상화되면서 자리잡는 분위기"라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공중보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언택트 기술 확보는 인류 사회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