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쑤저우 생산라인'에 군침 삼키는 중국

TCL 테크놀로지, 연례 보고서 통해 "올해 인수 합병 기회 기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4/05 09:56    수정: 2020/04/06 15:03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를 끝으로 국내외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 매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생산라인을 인수하게 되면 공사 기간 없이 곧바로 대형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만큼 벌써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중심으로 인수 타진 소문이 들려온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TCL 테크놀로지다.

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TCL 테크놀로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생산 중단 계획을 밝힌 지난달 31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쑤저우 생산라인에 대한 인수 의향을 암묵적으로 드러냈다.

CSOT CI. (사진=CSOT)

리둥성 TCL 테크놀로지 회장은 "작년 말 이후 대형 디스플레이(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반등하고 업계의 운영 효율성이 향상됐다"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수요 패턴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 추세를 볼 때 중국은 대형 제품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일반적으로 업계는 어려운 시기에 인수합병 기회가 더 많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올해와 내년에 인수 합병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TCL 테크놀로지는 자회사로 중국 2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CSOT를 소유하고 있다. 또 CSOT는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생산라인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쑤저우 액정표시장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삼성전자 60%, 쑤저우공업원구 30%, CSOT 10%의 비율로 조성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삼성전자가 이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를 고려해 다른 기업들보다 TCL 테크놀로지가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생산라인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소식에 밝은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TCL 테크놀로지는 CSOT를 통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CLP PANDA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BOE가 이를 인수하는 것으로 무게가 기울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생산라인을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CSOT가 앞으로 쑤저우 생산라인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SOT 역시 긍정적인 분위기다. 자오 쥔 CSOT 부사장은 중국의 경제 매체 21세기 비즈니스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대형 패널의 판촉은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패널 공장 경쟁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한다"며 "CSOT는 2023년까지 전 세계 대형 패널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CSOT는 인수 합병 과정에서 적절한 기회를 찾게 될 것이며, 인수 합병을 통해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8.5세대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CSOT의 대형(TV) 액정표시장치 패널 출하면적은 2천120만제곱미터로 시장 4위를 기록했다. 특히 4K 해상도(3천840×2천160) 액정표시장치 출하량에서는 16.7%의 점유율로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8.5세대)이 최대 월 16만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감안하면, CSOT 입장에서 쑤저우 생산라인 인수는 충분히 매력적인 셈이다. 더욱이 CSOT는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로 TV용 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하고 있어 쑤저우 생산라인 인수를 통해 대형 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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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해 올해는 정상적으로 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생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인 만큼 당장은 쑤저우 생산라인 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쑤저우 생산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고, 당장은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아니다"라며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하지만, TCL 테크놀로지 외에도 쑤저우 생산라인 인수를 원하는 기업들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