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고비 넘긴 삼성·LG 폰, 2분기 더 어렵다

코로나19 미국·서유럽 확산…수요 절벽 현실화

홈&모바일입력 :2020/03/30 17:24    수정: 2020/03/31 11:40

이은정, 황정빈 기자

세계 스마트폰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향후 시장 전망세가 비관적이다.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애플, 화웨이 등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진정세에 접어든 중국과 달리 미국과 서유럽 등 해외 주요 거점이 코로나19 영향권에 들면서 2분기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음 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삼성전자 IT·모바일(IM) 사업부문이 2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부가 적자폭이 축소된 2천억원 초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지난 1~2월 중국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진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확진자 수 상위 5개국인 중국 외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독일 등 미국과 서유럽이 포함돼 있어 2분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사진=픽사베이)

■ 삼성·LG 1Q 실적 3월이 변수…주요국 봉쇄에 생산·판매 차질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전년 동기(2조2천700억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한 2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1분기 IM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둔화가 3월 이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까지는 코로나19 발병국인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주요 원인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14% 줄었지만 시기를 감안하면 당초 예상보다는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중국에서만 판매량이 38%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그쳐 현지 수요와 공급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내 마지막 휴대폰 공장을 폐쇄하면서 현지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애플과 화웨이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 3월 성적표가 1분기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오프라인 판매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도 축소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다 공장과 브라질 캄피나스와 마나우스 공장은 내달 중순까지 모두 문을 닫는다. 특히 노이다 공장 생산규모는 월 1천만대에 이른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인도 봉쇄 조치에 따라 3월 한 달간 약 1천만대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지난 2월 갤럭시S20 언팩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경쟁사보다 조기에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은 긍정 요인이지만, 판매량 감소는 피해 가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비공개 컨퍼런스콜을 통해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의 60%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이 기간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2천억원 초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분기( 마이너스 3천322억원)와 비교해서는 1천억원가량 개선된 수준이다.

LG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생산 차질과 수요 둔화를 겪었지만 마케팅 비용 축소와 비용 절감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LG전자의 2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220만대로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었지만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감소세 대비 선방했다는 평이다.

다만 LG전자도 1분기 실적에 있어 3월이 고비다. 일부 생산 차질과 판매 둔화, 일부 신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것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V60 씽큐 5G 출시국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달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생산지 베트남 이전을 완료, 내달 14일까지 폐쇄되는 인도 푸네 공장의 스마트폰 생산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조사개발생산(ODM)에는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원은 "MC사업부는 중국 ODM 생산에 따라 (현지 공장의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마케팅 비용 축소와 비용 절감으로 선방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과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청 업체에 맡기는 ODM 방식을 확대해 왔다. ODM 비중을 지난해 20% 수준에서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2~3배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스마트폰 ODM 생산은 중국과 인도 업체 등이 맡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분기 저조한 가동률을 기록했다.

■ 2분기 미국·서유럽 코로나 확산…제조사 가성비·온라인 강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씨넷)

문제는 2분기다. 증권가는 2분기 코로나19로 인해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실적에 바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IT 제품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크다.

2분기에는 미국과 서유럽 지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선두권에 속해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한 신제품 출시에 차질이 없도록 힘쓰는 동시에 온라인 채널도 강화할 전략이다. 주요국 오프라인 채널이 막히면서 온라인 채널 전환율도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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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상반기 30만~50만원대 갤럭시A 신제품을 모델 별로 국내와 중국, 일본 등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V60 씽큐를 내달부터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에 출시한다. 국내에는 5월 중에 가격 경쟁력을 높인 새 매스 프리미엄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SK증권은 이동주 연구원은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예상돼 연간 추정치도 하향 조정한다"며 "스마트폰 공급 이슈는 제조사 공급망 가동률 회복으로 3~4월 중 해소 가능하나 소비 심리 악화로 수요 침체 여파는 적어도 상반기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