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투기 충돌해도 끄떡 없다"…신한울 원전 가보니

두께 1.2m 격납 건물·방화 등 안전 설비 구축

디지털경제입력 :2024/04/15 11:00    수정: 2024/04/15 20:09

전력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원자력발전소는 국가보안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만약 이런 원전이 전투기 등 테러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려는 이뿐만 아니다. 해수를 많이 활용하는 원전 특성상, 해변 인근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도 많아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국토에서 산림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근처 산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자칫 설비 고장 등 긴급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난 11일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한 경북 울진군 북면 소재 '신한울2호기'를 둘러보며 여러 위기 상황들을 살펴봤다. 

신한울 원전 2호기 전경

원자력발전소는 원전 운영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출입 신청을 한 후 신원 확인을 거쳐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 발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 촬영과 저장매체 반입은 엄격히 통제돼 휴대전화는 반납해야 했다.

신한울2호기는 용량 1천400MW급 신형경수로, APR1400 노형이다. 이 노형은 운영 허가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으며, 내진 성능은 기존 0.2g에서 0.3g로 강화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도 같은 노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새울1, 2호기와 신한울1, 2호기가 운영 중이고, 새울3, 4호기와 신한울3, 4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신한울2호기 내부로 들어갔다. 발전소 내부는 상아색을 띄고 있는데, 일반 페인트가 아니라 물과 불, 방사선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방호도장이다. 화재에 대비한 붉은색의 방화설비 배관들도 있다. 방수문, 방화문 등 발전소 내부의 문은 모두 일반 문이 아니다. 비상발전기 등 주요 설비들은 모두 지상에 설치해 침수 우려를 방지했다.

태풍 등으로 염해가 발생해 송전선로 등에 전기 불꽃이 튀는 '섬락'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도 반영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 2020년 고리 원전에서 발생한 바 있다.

이순영 신한울제1발전소 전기부장은 "섬락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 노출된 설비들을 밀폐형으로 구축하도록 설계를 변경했다"고 했다.

신한울12호기 전경

신한울은 테러 등 외부 사건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견고한 격납건물을 세워 원전 운영에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원전 운영 기관인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원전 격납건물 높이는 아파트 약 27층에 해당하는 76.66m이고, 외벽 두께는 122cm다. 주증기배관 등 추가 보강이 필요한 곳은 197cm까지도 두께가 보강됐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외벽 두께인 20~30cm의 약 6배 이상이다.

미국에서 27톤인 팬텀기를 시속 800km의 속도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콘크리트벽에 충돌시켰을 때, 비행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어도 콘크리트 외벽은 약 5cm 정도 손상됐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원전의 두뇌, 비행기 조종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에선 두께 6.7cm, 무게는 무려 346kg에 달하는 방탄·방화문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선 총 11명이 1개 조, 모두 6개 조가 돌아가며 근무한다. 1개조는 교육을 받고, 나머지 5개 조가 근무하는 구조다. 햇빛도 들지 않는 278.7㎡(84.5평) 남짓한 공간이다.

신한울2호기 주제어실

주제어실 한켠엔 아날로그 보드판이 있다. 디지털 제어반이 고장났을 때를 위한 설비다. 만일의 경우 주제어실 상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숨은 공간도 있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원전정지제어실’이다. 이곳에서 발전소를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다.제어 설비들은 모두 인터넷과 분리돼 해킹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어 들어간 터빈룸은 전기 생산이 이뤄지는 곳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날개(터빈)를 회전시키며 전기를 만들어낸다. 고압터빈에서 저압터빈, 발전기까지 약 70m 길이 설비에, 길이 52인치의 터빈 날개가 분당 무려 1천800바퀴를 회전하며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어 옆사람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회전하며 열기도 발생해 영하 날씨에도 터빈룸은 영상 30도 가량을 유지한다.

신한울2호기 터빈실 내부 전경

지난해 6월 실시계획 승인을 취득한 신한울3, 4호기 부지도 둘러봤다. 41만평 대지에 붉은 깃발로 3호기 원자로 부지가, 푸른 깃발로 4호기 원자로 부지가 표시돼 있다.신한울3, 4호기는 지난해 6월 부지정지 착수를 시작으로 3호기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건설공사비는 11조 7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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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올 상반기 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신한울3, 4호기 건설허가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서용관 신한울 제2건설소장은 "국가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에너지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한3, 4호기는 준공되면 이런 측면에서 국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울3, 4호기 부지 전경

한수원은 신한울3, 4호기 건설 기간 약 8년 동안 누적 총 인원 약 720만명이 참여하는 고용 창출, 운영 기간 60년 동안 2조원 규모의 법정지원금을 비롯한 각종 직·간접적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