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s 픽] '한컴家 2세' 김연수, 한컴 주총 불참에도 연임 성공한 까닭은

글로벌 빅테크 도약 위해 AI에 '사활'…유럽 현장 직접 뛰며 사업 확대 '총력'

컴퓨팅입력 :2024/04/01 16:53    수정: 2024/04/18 16:55

오너일가 2세 경영의 막을 연 한글과컴퓨터가 김상철 회장의 장녀인 김연수 대표 체제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AI)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김 대표는 최근 해외 곳곳을 다니며 빠른 수익화 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한컴 제34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현지 인공지능(AI) 생체 인식 기업 페이스피(FacePhi)와 전략적 투자를 체결한 이후 크로아티아, 프랑스,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에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AI 사업을 키우고자 각 국가에 있는 관련 유망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렌트카를 운전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컴이 AI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고 김 대표도 AI 사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며 "본인이 직접 나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28일 한컴은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컴)

김 대표가 직접 현지 기업들과 릴레이 미팅을 벌인 것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공언한 영향이 컸다. 당시 김 대표는 "2024년은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5년 이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올해 1분기부터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직접 나서서 투자나 인수, 기술 및 사업 제휴 등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페이스피 투자뿐 아니라 포티투마루 40억원 투자, 클립소프트 인수 등을 잇따라 진행하며 AI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김 대표는 이번 유럽 출장에서 ▲AI 코딩툴 ▲폐쇄망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LLM ▲자연어처리 ▲생성형AI ▲데이터 모델링 ▲지능형 자동화 등 AI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기업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중 일부는 지난 2월 말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부스를 방문해 만났던 기업들로, 이번에 사업성, 시너지 여부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 내부에선 김 대표의 이번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 대표가 벨기에 PDF 솔루션 기업인 아이텍스트 인수 및 매각은 물론 실제 경영에 참여한 만큼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거뒀을 거란 관측이다. 

지난해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도 김 대표의 향후 경영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컴은 김 대표가 2021년 8월 취임한 후 클라우드·AI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8.5%나 증가한 346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매출은 1천280억원, 영업이익은 41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32%로 집계됐다.  

한글과컴퓨터 주주 서한 (사진=한컴)

이 탓에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귀국한 후 이날 주주들에게 발송한 '2024년 상반기 주주서한'에서 자신감을 언뜻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내외 주요 AI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2024년을 AI 사업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한컴은 올해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AI 밸류체인을 구축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한컴은 자체 AI 기술 고도화와 구체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AI 질의응답 설루션 '한컴 도큐먼트 QA'와 AI 활용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AI 자동문서 작성 기능을 추가한 '한컴독스 AI' 정식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주력 사업을 기존의 문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와 연동이 가능한 AI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표준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업계도 올해가 한컴 AI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 3년간 회사의 방향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면서 95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고, 최근 AI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DB)

다만 일각에선 한컴그룹 오너가의 사법 리스크가 향후 사업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컴그룹 김 회장은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 김 대표의 동생인 김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암호화폐 '아로와나 토큰'을 이용해 100억원 대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다. 김 회장이 연루된 데다 한컴그룹 계열사 한컴위드가 아로와나 토큰 투자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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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측은 법인과 경영진의 일은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그간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해외 AI 기업뿐 아니라 해외 시장 확대가 가능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등 올해 AI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올해도) 글로벌 시장 경쟁이 어려울 거라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한컴이 그간 축적한 AI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