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난제 3차원 유전율 텐서 측정법 찾았다

KAIST, "암 조직, 디스플레이 소자 등 광학적 방향성 보이는 물질 3차원 구조 정량적 관측 가능"

과학입력 :2022/03/04 11:18    수정: 2022/03/04 11:23

KAIST(총장 이광형)는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물리학 난제 중 하나인 유전율 텐서의 3차원 단층 촬영 방법을 개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유전율 텐서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근본적으로 기술하는 중요한 물리량으로, 물질의 광학적 이방성을 정량적으로 표현한다. 광학적 이방성은 빛의 입사각이나 편광방향, 관찰각도에 따라 물질의 광학적 특성이 다르게 보이는 성질이다. 폴리머, 단백질, 지질 등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규칙적 배열로 인해 발생한다. 액정과 같은 3차원 광학적 이방체는 LCD, 생물물리,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유전율은 물리학의 기본 개념이지만, 지금까지 3차원 유전율 텐서를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찾지 못 해 물리학과 광학 분야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2차원 편광현미경 측정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광학적 이방체의 3차원 정보를 간접적, 제한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태껏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은 까닭은 유전율 텐서는 3개의 고유치를 가지는 반면, 빛의 편광 방향 자유도는 2개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빛의 방향을 살짝 틀어주어 중첩된 정보를 활용하면 편광 방향 자유도를 3개로 늘려서 유전율 텐서의 3개 고유치를 모두 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렇게 3개의 편광 자유도를 제어함과 동시에,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해 여러 각도에서 광학적 이방성 구조를 촬영함으로써 3차원 유전율 텐서를 직접적으로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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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유전율 텐서 측정 아이디어 모식도. 기존 기술은 3차원의 정량적 정보를 잃어버리지만, 개발된 기술은 3차원의 유전율 텐서 정보를 모두 측정할 수 있다. (자료=KAIST)

연구팀은 이 방법을 적용, 뒤틀린 네마틱(twisted nematic) 액정과 같은 잘 알려진 3차원 광학적 이방체의 3차원 유전율 텐서를 성공적으로 측정, 기술 구현을 입증했다. 열적 비평형 상태로 성장·소멸·융합하는 액정 동역학, 반복되는 위상학적 특이점 구조의 액정 네트워크 등 기존 방법으로 추정하기 어려웠던 3차원 유전율 텐서를 실험적으로 최초 측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1저자인 KAIST 물리학과 신승우 박사는 "지금까지 직접 볼 수 없던 유전율 텐서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처음 개발한 것이 큰 의미"라며 "액정, 카이랄 물질, 암조직과 같은 병리 조직 내부의 콜라겐 파이버 등 광학적 방향성을 보이는 다양한 물질들의 3차원 구조를 정량적이고 비침습적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어 여러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